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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시대, 유병언 사망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



세월호 참사 와중에 드러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결국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 6분 전남 순천 매실밭에 일하러온 박모씨는 노숙자로 보이는 변사체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6월 12일 변사체 신고 후 무려 40여 일 만에 사망자는 유병언으로 밝혀졌고,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유병언의 도주 행각은 끝이 났습니다.

유병언 사망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많지만 아이엠피터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단종된 보해소주 골드를 유병언이 왜 갖고 있었는지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기, 도대체 유병언이 어떤 교훈을 우리에게 남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유령을 잡으라고 다섯 차례나 명령한 대통령'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하면서 유병언 검거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사고의 주요 피의자인 유병언 일가의 도피행각은 우리나라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조속히 검거되어야 하겠습니다."라며 유병언 검거를 지시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으로 이름을 거론하며 무려 다섯 차례나 조속히 검거하라고 했던 범죄자는 유병언이 처음일 듯싶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유병언을 잡으라고 닦달하던 시기, 이미 유병언은 죽었을 상황입니다. (경찰은 유병언 사망을 5월 말께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유령을 잡으라고 경찰에 명령을 내린 셈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는 경찰이 무능해서이지 정부의 책임은 아니라고 변명을 합니다. 그러나 유병언을 잡기 위해 동원된 인력은 단순히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군대까지도 동원됐습니다.

유병언을 잡기 위해 임시반상회까지 하며 온 나라가 나섰지만, 그를 검거하지 못했고, 그의 사체조차 40여일 동안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시대, 안보만큼은 자신 있다는 보수 대통령이 유병언 하나조차 잡지 못하는 허당 대통령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대한민국 검찰은 사이코매트리스트'

검찰은 유병언을 검거하기 위해 철야까지 하며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계속 유병언 검거가 늦어지자 검찰은 유병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6월 12일 사체가 발견됐던 곳은 검찰이 급습했던 유병언 별장과 불과 2km 떨어진 매실밭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병언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유병언 별장을 급습했고, 그가 없자 이 일대에 대규모 수색 작업을 했습니다. 수색 지역 반경 2Km 이내 변사체가 발견됐지만, 검찰은 별장에서 나온 체액과 메모를 대조해보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단서라도 놓칠 수 없는 유병언 검거에 이런 변사체 대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이상한 것은 7월 21일 세월호 중간수사결과 발표 시간에 강찬우 대검 반부패부장의 발언입니다. 강 부장은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면서 '유병언 검거는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은 어떻게 이미 죽어있는 사체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검거 작전을 벌이고 있었을까요? 검찰은 그의 죽음을 알고 있었지만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검찰이 큰소리치며 유병언을 잡겠다고 했지만, 유병언은 영장유효기간인 7월 22일에 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박근혜 시대, 대한민국 검찰은 DNA 대조나 필적 감정보다 유령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이코매트리적인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에로틱 추리소설을 뉴스처럼 보도하는 방송'

아이엠피터는 세월호 참사에서 유병언 보도가 나올 때마다 답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유병언 검거와 세월호 진상규명과는 그리 많은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방송과 언론은 유병언 검거에 초점을 맞추었고, 급기야는 받아쓰기를 넘어서 소설까지 썼습니다.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되던 6월 12일 MBC 8시 뉴스는 '사라진 유병언, 이미 밀항했나?'라는 보도를 통해 유병언의 밀항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죽어 있는 시체가 벌떡 일어나 밀항을 할 리는 없었습니다. 유병언이 잡히지 않으니 온갖 추측과 루머를 방송이 스스로 생산해서 확산한 것입니다.

SNS와 인터넷에 음모론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대한민국 여론의 문제는 언론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병언을 도와다고 해서 유가족 일가와 관련자들이 수배를 받았고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6월 13일 SBS는 '수사 속보'라면서 구원파 내 '신 엄마'와 유병언 '친형'을 긴급체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유병언을 도왔다고 했지만, 이미 유병언은 5월 말에 사망한 상황으로 짐작됩니다. 결론은 시체의 도피를 도왔다고 해서 구속된 꼴이 됩니다.

유병언의 도피 행각에 대한 무성한 말들이 많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아무런 검증작업도 하지 않고 오로지 검찰의 얘기만 충실히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유병언 관련 뉴스가 종편에서는 '에로 추리 소설'로 바뀝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는 <이청,이숙자 부부 충격 증언, 유병언의 여인들과 돈>이라는 제목하에 '내연관계에 있는 제3의 신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여자 문제를 한창 떠들더니 이제는 '유병언 평소 식습관 까다로운 편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유병언의 식습관까지 관심이 있어 합니다.

채널A는 유병언이 은신해 있던 별장에서 체액이 묻은 휴지와 침대를 보여주면서 함께 있던 여성을 체포해 '여성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검사'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시대, 에로틱한 내용이 들어 있어 몰래 읽던 삼류소설이 버젓이 뉴스라고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보호하는 세상'

변사체가 유병언으로 밝혀지기 하루 전인 7월 21일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있었다는 군 당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은 없었다고 그토록 주장해왔습니다. 있다고 해도 '개인적 일탈'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군 수사당국은 연제욱, 옥도경 두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530단 (대북심리전단) 2대, 3대장 등 무려 19명을 형사 입건했습니다.

'정치관여를 지시한 적이 없었다'고 했지만,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중대한 일이 유병언 사건으로 감추어 버렸습니다.


7월 22일은 '의료민영화법' (의료법 시행규직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병언 사망 소식이 온 나라를 뒤덮습니다.

일부 포털과 SNS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이슈를 제기했지만, 대다수 여론은 의료민영화 따위로 치부됐습니다. 의료민영화법에 반발하는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소식도 당연히 메이저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박근혜 시대, 유병언이 죽음으로 살아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유병언은 그저 세월호 참사의 여러 가지 원인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2014년 4월 16일 294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10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도, 잘못을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도 재발 방지를 위한 세월호특별법도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됐어도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충격과 아픔, 분노를 제발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