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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응답하라 국회의원, 응답하라 대통령이여



IT 관련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응답하라 국회의원' ((http://www.heycongress.org)사이트가 정치권과 시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이하 응국)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과 재발방지를 지역 국회의원에게 촉구하는 메일을 보내는 형태의 사이트입니다.


처음 응국에서는 목표를 5천 명으로 계획했지만, 현재 2만 명으로 수정했고, 지금까지 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응국 사이트의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메인 페이지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지역구 의원을 검색하고, 의원 프로필과 청원서 메일 내용을 읽고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고 '독촉메일 보내기'를 클릭하면 됩니다.

주소를 입력하는 이유는 지역구 의원의 경우, 지역 주민의 투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조금 더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응답하라 국회의원' 사이트가 개설되고 많은 시민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국회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으로 총 346건을 받았습니다. 다음이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으로 194건을 받았습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도 현재 132건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요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은 요청을 받은 국회의원 50명 중 새누리당 의원이 18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교섭단체로 본다면 새누리당이 156석으로 52%를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지원법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므로 더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약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응답하라 국회의원. 시작은 미약하지만'

아이엠피터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정치인의 모든 행적을 기록한 포털 사이트입니다. 물론 능력과 기술, 자금 문제로 반포기 상태이지만, 이런 사이트를 꼭 개설하고 싶은 이유는 정치인의 선거 전후 모습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슬슬 몸을 낮추기 시작한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는 납작 엎드립니다. 유권자와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이 행동합니다.

당선되고 나면 이들의 자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점점 기고만장해져, 유권자를 '투명인간' 취급해버립니다.

이런 정치인의 모습을 항상 기록하고 국회의원 임기 내내 그들을 압박한다면, 어느 정도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약간은 생길 수 있습니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은 왜 만들어졌나요?

오전에 여객선이 침몰했지만 순조롭게 구조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오후에 수백 명이 갇혀있다는 대재난으로 바뀐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 며칠에 걸쳐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걸 보면서, 21년 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때 느꼈던 연민과 무력감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투표권과 인터넷이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무력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권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세월호 승객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최소한 미래에 우리 가족들에게 닥칠 사고를 막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은 유권자인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잠수복을 입고 구조에 나설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과 시간, 마음을 투자하여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의 실망과 충격이 얼마나 큰지, 동시에 효과적인 재난방지 및 대책 개선을 위한 우리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의 대표인 정치인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동참해 주세요.
<출처:응답하라 국회의원 (http://www.heycongress.org)

응국에서 밝혔듯이 보통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가진 투표권과 인터넷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응국이 보여주는 힘은 미약하지만, 이런 식의 사이트가 계속 만들어져서 국회의원을 압박한다면 온라인상의 힘이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로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 응답하라 대통령을 해야 한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은  피해자 가족과 재발 방지를 하는 법안을 국회의원이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방지되려면 대통령과 관료사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그 책임을 관료사회에 떠넘겼기 때문입니다.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지만, 한 명의 실종자도 현재까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말을 실종자 가족 앞에 했던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부와 관료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관료사회의 문제만 지적하고, 일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잘하는데 밑의 사람이 문제라는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리더는 구성원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를 결정하고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늘 리더는 혼자가 아닌 그 구성원이 함께 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 관료사회의 무능과 문제점을 함께 개혁하고 바꾸라는 의미이지, 대통령 따로, 정부 부처 공무원 따로가 아닙니다.


관료사회에서는 전형적인 자신의 밥줄 챙기기와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기방어가 심한 특성이 있습니다. 이것을 개혁하고 바꾸려면 제대로 일을 했을 경우 대통령이 책임지겠다는 약속과 아무 것도 안 하는 그 자체를 무능으로 판단, 가차 없이 퇴출하는 대통령의 단호함이 있어야 합니다.

'응답하라 대통령'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이 볼 때 관료사회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것을 개혁하라고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고, 대통령이 국민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대통령보다 국민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을 관료사회가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힘듭니다. 대통령과 관료사회가 쉽게 바뀌지도 않거니와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인터넷과 투표권만으로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에서 주장하듯이 지금 울기만 해서는 10년 뒤에도 대한민국은 똑같을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시도로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과 노력을 작게나마 계속 이어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제주에 살면서 배를 타고 육지에 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가족과 함께 타고 다녔던 배도 청해진 해운 소속이었고, 다른 선사의 배도 무려 24년이 지난 배였습니다.) 지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밝혀진 문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10년 뒤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울고 분노하는 아빠보다는 어떻게든 무엇인가를 하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안전하게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