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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이 되니 달라진, 박근혜식 사과와 조문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9일 오전 8시 5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를 방문, 영정에 분향하고 묵념한 후, 방명록에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습니다.

유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명록에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울부짖었고, 분향소를 떠날 때까지도 '분향소 이전 문제'와 '구조 작업' 등의 문제를 놓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많은 국민과 유가족이 슬퍼하면서도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수장으로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이 생각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조문 모습을 통해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 무려 14일 만에 나온 간접 사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무려 14일 만에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을 사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공식적인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나, 긴급 담화문 발표도 아니고, 국무회의 시간에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국무회의는 말 그대로 국무위원이 모인 회의 시간입니다. 이 회의는 최고정책심의기관으로 국무위원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질의 응답하는 시간입니다.

회의 구성원이나 참석자가 유족이나 국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대국민사과'라고 부르기 참 모호합니다.

 
'대국민사과'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사과가 너무 늦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무려 14일 만에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관련 사과는 역대 대통령들의 대형참사 사과 중 MB를 제외하고는 가장 늦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관련 사과를 사고 발생 3일 후에, 서해훼리호 당시는 8일 후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화성씨랜드 화재' 사고가 난 바로 다음 날 사과를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가 나자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에도 3일 후에 사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과는 MB의 천안함 사과에 비하면 빨랐지만, 순수 대형참사로 본다면 가장 늦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과가 이렇게 늦어진 점은 도저히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공식적인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늦었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러 사과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품게 합니다.

' 예전과 너무 달라진 조문 태도'

대통령의 사과와 조문 그 자체로 세월호 사고가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와 조문은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위로한다는 동질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조문 방식과 비교하면 세월호 사고 분향소에서의 모습은 대단히 소극적이었습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일부에서 제기한 분향소 사진 연출 의혹과 별개로, 유족이 박근혜 대통령을 안으려고 해도 손을 유족 가슴 쪽으로 대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족과의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경호원이 제지하는 행동과 떨어져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위로보다는 대치 장면이 연상됩니다. 

2012년 보좌관 사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애절함 그 자체였습니다. 빈소를 찾았을 때는 유족과 함께 앉기도 했으며, 발인 때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울기도 했습니다.

2004년 김선일 씨 빈소에서는 남보다 훨씬 낮은 자세로 영정 앞에 갔으며, 유족의 손을 잡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위로하고 얘기를 들어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은 오늘 분향소에서도 그냥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며 박 대통령을 비난했으며,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밖으로 치워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었을 때와 후보 시절, 한나라당 당 대표의 모습이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세월호 분향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소극적이었으며,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 X'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번 사건은 관료사회의 문제점과 그 관료들의 수장인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사건 관련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비교할 수 있는 사건이 2004년 김선일 씨 피살 사건입니다. 당시 많은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교부의 안일한 대처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지 않았던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 스스로 '근데 이라크에 파병했죠. 그죠? 그것 말고도 국가적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말하는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한 게 있을 거에요.'(진보의미래) 밝혔듯이 김선일 씨 피살 사건은 대통령이 비판받을 일이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김선일 씨의 시신이 발견된 6월 23일 곧바로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느냐고 묻는데, 그 대답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에 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당 대표는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연설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비판하는 이유에 대한 정답입니다. 현재까지 205명. 그중에 단원고 학생만 백여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면, 김선일씨가 억류됐을 때 이라크 파병을 철회했을까요? (아이엠피터는 개인적으로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혀서라도 그를 구해야 했다고 봅니다.)

▲확대해서 봤지만 문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메모했듯이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은 X'이기 때문입니다.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이 없다로 해석해도 대통령이 비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에서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금 국민이 그녀를 향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에 대한 노력과 관심이 별로 국민에게 와 닿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지만, 무릎 꿇은 유족을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여성 대통령이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국민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정말 X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