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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국판 크리스마스 '솔드 아웃' 도대체 '또봇'이 뭐길래



다음주면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산타를 믿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산타를 핑계로 부모가 선물을 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대부분 장난감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장난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솔드 아웃'입니다.

아빠 하워드(Howard Langston : 아놀드 슈워제네거 분)는 일이 바쁜 사업가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아들에게 잃어버린 점수를 따기 위해 아들이 좋아하는 '터보맨'이라는 로봇 장난감을 사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터보맨 장난감은 영화 제목처럼 '솔드 아웃' 매진이 된 상태였습니다. 어떻게든 남아있는 '터보맨'을 구하기 위해 하워드뿐만 아니라 우체부 마이런 라라비(Myron Larabee : 신밧드 분)또한 동네 장난감 가게를 찾으며 다닙니다.

아빠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996년에 출시된 영화를 말하는 이유는, 이런 영화 같은 일이 2013년 대한민국에도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애니메이션 '또봇'은 1기부터 13기까지 이어지는 시리즈 애니메이션입니다. '또봇'도 요새 유행하는 영화와 장난감이 동시에 발매되는 시리즈입니다.그래서 '또봇X',  '또봇Y',  '또봇Z', '또봇C', '또봇W쉴드온', '또봇R', '또봇 타이탄' 등의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는 가정은 모르겠지만, 요새 남자아이를 둔 집에는 '또봇' 열풍이 장난이 아닙니다.3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 아이들 집에 빠지지 않고 있는 장난감 중의 하나가 바로 또봇입니다.

문제는 또봇 장난감 하나만 사주면 안 되고, 또봇 1기부터 13기에 출연하는 장난감을 하나씩 모두 사줘야 아이들이 만족한다는 점입니다. 아빠 눈에는 다 똑같은 장난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엄연히 다른 장난감이니 어떻게라도 다 갖고 싶어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또봇 쿼트란'이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이 '또봇 쿼트란'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대형매장에 '또봇 쿼트란'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12월 11일 또봇 쿼트란 4000개가 입고됐지만 순식간에 팔려, 매장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국내 완구 매장 '토이저러스'에서도 또봇 쿼트란이 부족해 매장에는 겨우 10개 정도만 배분되고, 그마저도 금방 동납니다. 이마트도 크리스마스 선물 특집 매장을 운영하지만 이미 매진됐습니다.

'또봇 쿼트란'이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아 잘 팔리니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또봇 쿼트란을 살 수 없는 부모들은 온라인 매장을 찾습니다. 그러나 6만9천원에 대형매장에서 팔리는 또봇 쿼트란이 온라인이라 저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게는 두 배에서 세 배까지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또봇 쿼트란의 온라인 판매를 보면 가장 저렴한 곳도8만7천원이나 하고, 다른 곳은 1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도 현재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앞서 크리스마스 영화 '솔드 아웃'을 말한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가격이 어떻든 무조건 아이들 장난감을 사줘야겠다는 부모들의 구매 욕구 때문에 벌어진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미쳐 버린 것입니다.


제주 산골에 사는 아이엠피터의 아이들은 이런 또봇 쿼트란 광풍에 빠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이요셉이와 에스더는 집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도 많지만,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장난치는 시간과 기회도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손에서는 스마트 기기가 그리 쉽게 떠나지는 않습니다.  

아이엠피터처럼 매일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로 일을 하는 아빠를 둔 가정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또봇과 같은 동영상은 물론이고, 장난감 이미지 검색, 또봇 장난감 합체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 속의 하나입니다.

또봇 쿼트란이 적당한 가격이라면 아이엠피터도 산타 할아버지 선물이라고 큰마음 먹고 사주고 싶지만, 아이들 장난감 하나에 20만 원이라는 미친 가격에는 '절대 불가'라는 말을 내뱉게 하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뭐하러 그 비싼 장난감을 계속 사주느냐 고민하느냐, 그냥 안 사주면 되고, 스마트폰 못 쓰게 하면 된다'면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니다.

그러나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고 싶다는 아이를 무조건 데리고 나오고, 강제로 차에 태워도 그치지 않고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말과 다르게 많이 아픕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아무리 마트에 가기 어려운 산골에 살아도 '또봇 쿼트란'을 갖고 싶은 아이 때문에 이래저래 아빠는 괴롭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또봇을 개발한 장난감 회사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모처럼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오늘은 비닐포대 하나 들고 눈 쌓인 동네 목장이라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이런 일 때문에 서로 상처받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