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자살 세 모녀 '시체팔이'에 대한 반론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자살을 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송파구 석촌동 지하방에는 어머니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모녀가 숨진 현장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봉투 겉면에는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슬픔과 허탈감,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죽음이 그들의 문제이지 결코 박근혜 정부와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사이트로 유명한 일간베스트에서는 세 모녀 자살을 놓고, 민주당이 '시체팔이'를 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놓고 본 우리 사회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게으름 때문에 죽었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은 슬프다는 감정을 가졌지만, 어떤 이들은 그들의 죽음이 결코 생활고가 아닌 우울증이나 삶에 의욕이 없는 게으름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세 모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어머니 사고로 인한 고정 수입 끊김
2. 당뇨병과 신용불량 두 딸의 불안한 미래
3. 계속되는 생활고(빚)과 월세 인상


세 모녀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였던 김씨는 12년 전 암 투병에 사업을 하다 숨졌고, 사업 실패와 밀린 병원비는 두 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아버지의 죽음이 아니라 그 아버지 때문에 남긴 빚은 고스란히 그들에게 족쇄로 남은 것입니다.

당뇨병만으로 취업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신용불량자가 취업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특히 취업을 했다고 해도 계속되는 채무 독촉 전화는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월세 12만 원 인상된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적인 수입이 끊긴 가정에서 월 12만 원이면 거의 120만 원이나 마찬가지로 큰돈입니다. 그에 대한 압박도 굉장히 심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눈으로 볼 때는 저들이 게으르고 삶의 의욕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 동기를 조사하다 보면, 세 모녀는 정말 딱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었고,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 민주당이 시체팔이를 한다는 오해'

일베에서는 세 모녀의 죽음을 놓고 민주당이 '시체팔이'를 한다는 주장의 글이 드물지만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어떤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도 있지만,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베에서는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이 세모녀 자살 관련 브리핑에서 울었다는 부분이 '기초연금'을 무산시킨 민주당이 '시체팔이'를 하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기초연금과 세 모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연금입니다. 그러나 숨진 박씨는 61세로 기초연금 혜택을 받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민주당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기초연금안을 합의하지 않은 까닭은 오히혀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반대하고 연계하더라도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늘리자는 이유였지, 단순히 정치적인 논리만은 아니었습니다.

민주당 대변인의 울음은 2014년에 생활고 때문에 세 모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한 현실이 황당하면서 너무 슬펐기 때문이지, 결코 '시체팔이'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 세 모녀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아이엠피터는 세 모녀의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왜 우리 사회는 그들을 도와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어머니 박씨는 식당일을 하다가 퇴근하면서 다쳤습니다. 그렇다면 고용이나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어야 마땅합니다.


[산재보험]출근길,퇴근길사고 산재보험처리에 관한 판례의 경향

망인의 근무시간은 05:00부터 14:00로 시간적으로도 대중교통수단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고 회사로부터 아무런 출퇴근 지원도 받지 않아 택시를 이용 출퇴근을 기대하기도 매우 곤란하였으므로 자가교통수단의 이용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거리면에서도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볼 수도 없었으므로 출퇴근과정은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는바 업무와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된 것으로 판단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두15660] 

[출처] 노무사 민승기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퇴근길 부상은 공무원 내지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고서는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 박씨는 부상 등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박씨는 이마저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녀는 실업급여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긴급복지지원>

■ 긴급복지지원제도란 무엇인가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하여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 누가 긴급지원 대상이 되나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 가구
■ 위기상황
-주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구금시설 수용 등 사유로 소득 상실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한 경우 가구원으로부터 방임·유기되거나 학대 등을 당한 경우
-가정폭력 또는 가구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우 화재 등으로 거주하는 주택·건물에서 생활하기 곤란하게 된 경우
-이혼으로 인한 소득상실 단전 1개월 경과 시
-주소득자의 휴·폐업(간이과세자(또는 일반과세자 중 소규모 제조·도매업자) 1년이상 영업 지속)
-실직(고용보험 미가입자 등)으로 생계유지 곤란
-출소 후(기초생활보장사업 우선 연계) 생계 곤란,
-거소 없는 경우 가족으로부터 방임, 생계곤란 등으로 노숙 위기에 처한 경우(노숙인시설 및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상담을 통해 지원 결정)
■ 소득·재산기준
-소득 : 최저생계비 150%(4인기준 2,446천원) 이하 단, 생계지원은 최저생계비 120%(4인기준 1,956천원) 이하
-재산 : 대도시(13,500만), 중소도시(8,500만), 농어촌(7,250만원 이하)
-금융재산 : 300만원 이하

일부에서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받았어도 살 수 있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이용하면 충분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신청은 본인이 하거나 누군가 해줘야 하는데, 실업급여조차 신청하지 못했던 박씨가 '긴급복지지원'이라는 시스템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복지공무원들이 알아서 조사해서 세 모녀를 도와줬으면 됐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2013년 사망한 사회복지 공무원>

1월 31일 이00 용인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자살
2월 26일 강00 성남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자살
3월 19일 안00 울산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자살
5월 15일 김00 논산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자살
10월 29일 박00 양평군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과로사...

'참세상'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37.9%가 중증 우울증을 응답자의 27.5%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와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어 자살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업무에도 힘든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신청하지 않은 가정의 어려움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안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 지원 후 조사) 쉽게 지원할 수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 모녀의 죽음을 보면 분명 그들이 더는 세상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품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 구조 (아버지 병원비, 신용불량, 고용,산제 보험, 긴급복지제도 알지 못함)도 일부 책임이 있습니다.



"노무현도 힘드니까 자살 했잖아, 종북좌좀들아 힘들면 다들 어서 죽어 ㅋㅋㅋ"
(세 모녀 자살 기사의 댓글 중)


지금 이 시각에도 죽을 만큼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벌써 죽음을 선택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 상황은 아무도 이해못할만큼 죽고 싶습니다. 자살한 이들에게 던져지는 아픈 말들은 더욱 그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누군가를 향한 관심과 있는 제도만이라도 제대로 홍보한다면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습니다.

혹시 내가 뱉은 말이 누군가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제발 죽음 앞에서만큼은 '생명'을 비하하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은 그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