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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직 노리고 벌인 박근혜의 '사기의 기술'



2012년 11월 21일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였습니다. 이날 밤 11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놓고 TV토론을 벌였습니다.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토론이 있기 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 교육정책 발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합니다.

이날 박근혜 후보는 교육정책을 발표함으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 쏠리는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는 선거전략을 펼쳤고, 일정부분 그 효과는 유권자에게 먹혀들어갔습니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교육 정책 일부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사교육 근절' 방안의 하나로'온종일 무료 돌봄교실'을 운영 하겠다는 정책이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 박근혜 후보는 교육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후 5시는 물론이고 밤 10시까지 무료 돌봄을 실시하겠다고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했다.


박근혜 후보는 초등학교에서 '온종일 학교'를 운영하여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맞벌이 가정 등 늦은 시간까지 돌봄을 원하는 경우를 위해 오후 10시까지 무료 돌봄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방과후 학교운영 및 교육복지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이런 교육정책 발표가 있자 11월 21일 당일과 11월 22일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 버금가는 보도가 언론의 지면과 방송을 뒤덮었습니다. 

▲ 밤 10시까지 무료 돌봄을 보도했던 11월21일,22일 신문들.


TV 방송과 신문들은 '밤 10시까지 초등학교 무료돌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고, 이를 본 맞벌이 가정이나 일하는 엄마들은 '역시 여성대통령'이라는 말을 쏟아 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밤 10시까지 초등학교 무료돌봄' 등의 교육 정책이 나오면서 방송과 언론은 후보단일화를 놓고 벌이는 두 야권 후보보다 정책 위주의 박근혜 후보가 더 낫다는 식의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11월22일 조선,중앙일보 기사.


박근혜 후보가 교육 공약을 발표한 다음 날 조선일보는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이 여성의 마음을 움직여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격돌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공약 행보를 하면서 올바른 선거 운동을 하는 식으로 그녀를 미화했습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만이 그녀의 교육 공약을 찬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상파 방송도 이에 못지않았습니다.

▲ 11월2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박근혜 후보의 교육 공약 발표 당일 MBC 뉴스데스크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사교육 근절"이라는 제목을 달면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야권 단일화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요행수라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2012년 11월 21일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야권 단일화에 맞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교육 공약을 내세움으로 단일화에 밀려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던 고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 교육관련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저녁 10시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온종일 돌봄교실 운영에서 '무료'라는 말이 빠져 버렸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방과후 ~오후 5시 주간 초등돌봄교실은 무료로 운영하고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 돌봄교실 이용학생에게는 비용을 받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본인의 입으로 선거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표한 선거 공약이 거짓으로 밝혀진 셈입니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말한 오후 5시까지의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프로그램은 진짜 '무료'가 아니었습니다.

▲ 초등돌봄교실 안내문


현재 진행되는 초등 돌봄교실의 수강료(프로그램비)와 간식비는 별도로 청구됩니다. 현재 프로그램 비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간식비만 월 15,000원을 내야 합니다.

'아이엠피터'가 사는 제주 농촌 학교는 그나마 지원금이 교육청에서 나오니 저렴하지만 육지나 도시 지역은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돌봄교실 비용은 더 올라갈 전망입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가정은 무료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선정기준 4인 가족 월 149만원 이내) 선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결국, 대다수의 보통 가정은 돈을 내고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박근혜 후보가 말한 '무료'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 준비되지 못한 대통령이 남발한 거짓 공약'

박근혜 후보가 '무료'로 온종일 돌봄교실을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천되지 않은 이유는 재원은 생각하지도 않고 공약을 남발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484억원이던 초등돌봄교실 운영비를 무려 161억원이나 삭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교마다 난리가 나서 월 5~6만원이던 학부모 부담비를 1만원가량 인상해서 부족분을 메꿀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도교육청이 운영비가 줄어드니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프로그램 강사를 모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질문:2011학년도 초등 돌봄 교실 운영교로 지정이 되었으나 돌봄강사를 구하지 못해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봄강사를 구할 때까지 운영을 미루어도 될까요?
답변:돌봄강사를 구하지 못했더라도 돌봄교실 아동과 돌봄담당교사가 지정된 상황이므로 돌봄교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학교 저학년 교원들의 협조를 얻어서라도 돌봄강사를 구할 때까지 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질문:우리 학교는 시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도교육청으로부터 인건비를 월 60만원 지원받았으나 60만원으로 돌봄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돌봄강사 인건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답변:수익자 부담금의 일부를 강사료 보전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수익자 부담 금액과 사용 내역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돌봄강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무조건 학교 선생님을 활용해서라도 돌봄교실을 하라고 하는데, 온종일 수업을 하고 잔무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다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요?

특히 인건비가 부족하다보니 돌봄강사 중에는 무자격자가 수두룩하고, 부족한 금액은 학부모에게 거둬 운영하라고 하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돌봄교실이 운영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박근혜 후보의 교육 정책을 담당했던 행복교육추진단 김재춘 교수는 당시에 1조 7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성 있는 예산은 마련하지도 못하고 청와대로 가버렸습니다.

예산이 충분히 필요한 교육 공약을 그저 야권 후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남발했던 점을 보면, 과연 박근혜 후보가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생각하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밤 10시까지 무료 돌봄교실 운영은 공약집에는 빠져 있습니다. 자 여기서 문제가 나갑니다. 과연 문서와 대국민 기자회견, 어느 말이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요?

"내가 당신 부부가 맞벌이하는 동안 밤 10시까지 아이들을 무료로 봐주겠다."
"정말입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역시 자애롭고 마치 우리 친정어머니와 같으시군요"
"아니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돈을 내라고 하십니까?  시간도 밤 10시도 아니고 겨우 5시라니, 그때는 우리 부부가 퇴근도 못할 때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데리러 갑니까?"
"내가 말은 했지만, 문서에는 밤 10시까지 무료라는 조항이 없잖아, 문서에 없으면 거짓말 아니야"


대통령이 되겠다고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무료'라는 말을 거침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하고,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하게 여론의 혜택을 본 사람이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통령이 되니 공약에 나왔던 '무료'는 진짜 무료도 아니었고, 밤 10시까지도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 교육공약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어쩌면 대한민국 맞벌이 학부모들은 박근혜 후보의 이런 공약에 사기를 당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이런 별거 아닌 공약으로 사기꾼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위에 친척도 없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5시에 끝나면 그들을 데리러 회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학원에 보내 퇴근 시간까지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겨야 합니다.

획기적인 "사교육 근절" 방안이라고 방송에서 칭찬했던 박근혜 후보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교묘한  선거상술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아니 아예 사기에 가까운 사기성 선거전략이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은 '사기의 기술'에 당하여 타짜 대통령을 뽑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2012년 12월 19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억울한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