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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의 귀환' 하지만 노원병 당선 가능성은 글쎄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사퇴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안철수 전 후보가 82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안 전 후보는 돌아오자마자 4월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가르는 높은 정치 대신 국민의 삶과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 노원병 출마는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정치신인이 현실정치에 처음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노원병 출마를 시작으로 안철수식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귀국과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안철수 후보의 노원병 출마,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안철수 전 후보의 노원병 출마가 야권의 서로 다른 견해차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노원병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삼성 X파일 떡값 검사' 파문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여 이번 4월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곳입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에 출마하는 것이 '어부지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야권의 서로 다른 입장은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과연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현재처럼 야권의 입장 차이로 야권 단일 후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부지리'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18대 총선에서 이미 벌어졌던 일이기도 합니다.


18대 총선에서 노원병 국회의원으로는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가 당선됐었습니다. 당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기도 했지만 2,443표 차이로 홍 후보가 승리를 쥐었습니다. 홍정욱 후보의 당선에는 진보신당과 민주당이 각기 후보를 낸 까닭에 있기도 합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성환 후보는 13,036표를 획득했는데, 만약 이 표가 노회찬 후보에게 갔다면 충분히 노 후보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를 이겼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아무리 안철수 후보라도 그가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고 출마한다면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현재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를 후보로 확정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도 후보를 낼 예정인 데, 결국 새누리당, 안철수 신당, 진보정의당 김지선, 민주당 후보의 4파전 양상이 될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안철수 후보가 압승을 거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JTBC와 서울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홍정욱 전 의원이, 야권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말은 만약 홍정욱,안철수,이동섭,김지선 이 네 명이 모두 맞붙었을 경우 야권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홍정욱 후보가 '어부지리'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 유사합니다.

홍정욱 전 의원은 노원병에서 어느 정도 지지층이 있는 인물입니다. 여기에 19대 총선 불출마로 이미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전폭적으로 선거 지원은 나선다면 최고 3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일 수 있을 것이고, 야권 후보들이 50~60% 득표율을 나눠 가진다고 예상한다면 적은 득표 차이로 승부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결국,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에 출마한다고 무조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 야권단일화를 대하는 안철수 후보의 자세'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에 출마하면서 야권단일화를 하기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 그것은 야권단일화를 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안철수 후보가 될 것이고, 이러면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안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진보정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을 원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안 후보가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는데 대선처럼 또다시 물러나는 상황은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아예 후보를 안 낼수도 없고, 내보내자니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야권단일화는 세가 약한 야권이 힘을 합쳐 새누리당과 대항할 때 써먹어야 하는데 지금 노원병은 오히려 야권 내부의 갈등이 더 심해 야권단일화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골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안철수 노원병 출마 관련 여론조사. 출처:리얼미터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 출마를 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노회찬 의원직 상실을 기회로 안철수 후보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다는 주장과 안철수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향해 이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야권 내부에서도 그의 출마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안철수 후보와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각자의 길을 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럴 경우 안철수 후보는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반드시 야권 내부의 문제를 봉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가 금배지를 다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환영하는 지지자들. 출처:오마이뉴스



앞으로 '안철수 신당'을 만들어 정당정치를 하려고 마음먹은 안철수 후보가 단순히 안철수 지지자들만을 가지고 정치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는데, 1차적인 지지층 대상이 야권지지자들이라는 점에서 안 후보가 어떻게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그들을 자기 지지층으로 만드느냐는 '야권단일화'를 대하는 안 후보의 자세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선거에 대한 전략뿐만 아니라 정당정치라는 큰 설계도에 따라 정치도 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가 안철수 후보에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바뀌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지만, 그 과정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진실 공방이 남아 있기에 그 부분은 제외하고, 그가 보여줬던 행동과 모습에서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일들이 무엇인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이상 그러나 과정은 미숙한 아마추어 정치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에 관한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할 때 그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민주당이지만 그도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그 책임은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이 새로운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정치에서 중요한 것이 측근들과 조직에서 나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데, 아직도 안철수 전 후보의 움직임은 미숙합니다.

이번 노원병 출마에서도 단순한 전화통화가 아닌 최측근을 보내 노회찬 전 의원과 깊이 있는 대화를 수차례 했었다면 이토록 거센 반발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치는 과정도 중요한 하나의 유기체적이기 때문에 과정, 과정마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고,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도 구태의연한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 모호한 화법은 이제 그만.

안철수 후보가 82일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여준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서 그의 표정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선때의 안철수 후보와 인천공항 기자 회견장에서의 안 후보. 출처:연합뉴스.오마이뉴스.


어제 안철수 전 후보의 인천공항 기자회견을 보면 말끝이 딱딱 끊어지면서 단호하게 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말소리가 단호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대선 당시의 발언을 복기하면서 그의 화법이 조금은 정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변화가 있었지만, 그러나 모호한 화법은 여전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실제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속 시원한 답변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여전히 답답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모든 발언에 단호하면서 직설적인 답변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말 대부분에서 에두른 화법을 통해 말을 전달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그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그의 진심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만 유발할 뿐입니다.

때에 따라 할 수는 있지만 계속된 모호한 화법은 이제 그만 청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 인천공항 기자회견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안철수 전 후보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정치의 대명사입니다. 그가 현실정치에서 얼마나 새로운 정치를 펼치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그의 인간성입니다. 즉 인물론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여타의 정치인과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의 정치적 미숙함과 옆에서 그를 도와주는 측근들의 행동입니다. 정치는 인물 그 자체로 승부를 걸기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어렵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안철수 전 후보가 노원병에 출마하면서 당선보다는 그 과정에 많은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선거전략은 돈을 주고서라도 사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치인이 보여주는 모습과 행동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거니와 오히려 그의 정치적 역량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 그를 무조건 지지했던 민심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그의 정치 인생이 달려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잡음없는 매끄러운 정치와 국민에게 명쾌한 해답을 주는 정치를 해야만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말뿐인 정치가 아니라 진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철수 전 후보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