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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식당 알바녀' 알고 보니 아빠는 수십억 재산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진영 장관 내정자는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다른 장관에 비해 의혹이 덜했던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사청문회에서도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 후퇴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고, 새누리당은 '적격'을 민주당은 '미흡'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진영 장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장관 내정자 중 가장 재산이 많은 축에 속합니다.

▲진영 복지부장관 재산신고 내역, 출처:국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가족의 재산은 모두 39억입니다. 신고된 재산을 보면 부인 정미영씨(소아과 의사)의 재산이 대부분인데, 서울시 강남구 대치1동의 동부센트레빌 아파트(15억6천만원, 177.35㎡)와 가족의 예금(16억1천682만2천원) 중 10억2천528만1천원 등 대부분이 부인 정미영(58·소아과 의사)씨 명의로 돼 있습니다.

부인 정씨 명의의 재산은 이외에도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우프럼프월드3차 아파트 전세보증금(6억5000만원), 은평구 불광1동 상가(211.00㎡) 전세보증금(6억249만5천원), 관악구 낙성대동 BS타워 오피스텔 전세보증금(2천만원), 용산구 용문동 상가(128.70㎡) 전세보증금(8천만원), 유가증권(상장주식 8천845만4천원, 회사채 377만3천원 등이 있습니다.


진영 장관 내정자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에 있는 오피스텔(1억2천431만원, 대지 23.16㎡ 건물 60.70㎡), 2007년식 그랜저 승용차(1천399만원, 배기량 2천656cc), 예금(5억3천106만7천원)이었습니다.

진영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은 기부금을 내고 받은 소득공제 부분이었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진영 내정자는 기탁금 8천만 원을 내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합니다. 그는 당시 냈던 8천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했다고 신고해 4810만 원의 소득공제를 받습니다. 이런 소득공제 때문에 진영 내정자는 2008년 납부했던 소득세 1016만원을 그대로 환급받았습니다. 국회의원 세비로 9천만 원을 받았지만, 소득세는 이런 소득공제 때문에 내지 않은 셈이 됩니다.

결국, 진영 내정자는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장관 지명 이틀 뒤에 환급받은 세금 1200여만 원의 세금을 자진납부하는데, 그가 장관 후보자가 되지 않았다면 과연 냈겠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철저하게 소득을 공제받으려는 꼼수를 부린 것에 비해 그의 딸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용산구 베트남 쌀국수집, 다음 로드뷰, 기사와 관련은 없습니다.


진영 장관 내정자를 경향신문 검증팀이 조사하는 도중에 그의 장녀가 서울 용산구의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대인 장녀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힘겹게 번 돈을 그대로 소득 신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엄마는 소아과 원장에 수십억대 재산가, 아버지는 국회의원에 복지부 장관 내정자이지만 그의 딸은 적은 돈이지만 소득까지 제대로 신고하는 등의 올바른 상식을 보여줬던 것입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 대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가정이 어렵거나 본인의 용돈은 스스로 벌겠다는 마음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만약 자기 집이 수십억대의 재산이 있고, 엄마가 잘나가는 소아과 원장에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이제는 장관까지 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집에서 용돈 받으며, 고급 차 타고 다니며 사는 일이 당연할 것입니다.

사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소득 신고하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삶이 워낙 엉망이니 이런 삶이 미담이 되고 기특해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진영 복지부 장관 내정자와 장남 병역 사항. 출처:병무청


진영 장관 내정자의 장남 진모씨는 신기하게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를 했습니다. 육군 자이툰 부대에서 근무했다고 하는데 정홍원 총리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1급 현역 입영 대상이었다가 디스크로 4년 뒤 5급 병역면제 판정)과 비교하면 신기한 일이 되는 것이고,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에는 당연한 일이 됩니다.

부모가 수십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어도 잘 나가는 고위직 정치인이라도 자녀들은 세금도 내고 군대도 갖다 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은 조선 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보다 부의 세습과 세금 포탈, 위장전입, 병역 면제가 많아서 국민은 그들을 곱게 보지 못하고, 그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은 기가 막힙니다. 우선 제일 많이 썼던 수법이 '부담부증여'라고 해서 대출 채무가 있는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대출금액만큼 증여세를 내지 않는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대출이 있었으면 이해가 되지만,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물려주기 직전 대출을 일부러 받고 물려주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증여세를 내지 않거나 자녀 명의 통장에 수천만 원씩 예금을 해줬다가 장관 후보자가 되니 그 돈을 빼는 수법 등 다양하고 집요한 그들의 자녀 사랑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있는 자의 자식은 어찌 됐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진리(?)를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게 됩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소득신고를 했던 일이나 군대에 가서 만기 제대 하는 일이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의 자녀들은 다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유독 고위공직자 세계에서는 별난 일이 되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그들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합니다.

부모들이 똑바로 살지 못하면 자녀라도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살면 됩니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은 부모들의 불법을 배우기보다 보통 국민이 살아가는 '납세','병역'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는 상식에 따라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각주:1]

  1. 관련 포스팅을 쓰면서 몇 가지 생각은 들었습니다. 장녀가 예금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부분과 일부 신문이 이런 미담기사를 인용해 아예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 모두를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려는 여론몰이, 그래도 칭찬해줄 것은 칭찬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