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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 그녀만의 진기명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이했습니다.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부녀가 대통령이 된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계속되는 인사 정책의 실패와 야당과의 정부조직법 협상 실패 등으로 정부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녀가 한 달 동안 기록한 진기명기를 정리함으로 앞으로 그녀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가늠해 보겠습니다.

' 낙마축구팀을 만든 나홀로 수첩 인사'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 고위직들이 낙마한 사례가 유독 많습니다. 그 첫 번째 포문은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의 중도사퇴입니다. 아직도 그의 사퇴가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인수위원 활동 9일 만에 인수위원이 중도에 사퇴한 건 역대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록 중의 하나였습니다.

최대석 인수위원의 사퇴로 박근혜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낙마는 줄줄이 그 뒤를 이었는데, 그 수가 무려 현재까지 11명이나 됩니다.

▲ 박근혜 정부 고위직 낙마자, 출처:TV조선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 후보자는 유독 자진하여 사퇴한 사례가 많은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중요 인선만 해도 6명입니다.

임기 초반 후보자들 중 5명 이내에서 자진 사퇴했던 역대 정권과 비교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숫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단순히 어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사퇴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부 주요인사 사퇴 배경. 출처:이투데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이 '백지신탁'에 부담을 느껴 사퇴한 배경을 제외하고는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에 내정된 김용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두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으로 사퇴했고, 이동흡 헌재소장은 공금 유용이 불거지자 버티다 사퇴했습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이중국적과 CIA 경력 의혹으로 사퇴 후 미국으로 출국했고, 김병관 국방장관은 무기중개회사 근무 등 수많은 의혹에도 끈질기게 사퇴하지 않다가 여당조차 포기하자 그제야 사퇴했습니다.

여기에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연루되자 사퇴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인물들을 보면 아예 위장전입과 같은 문제는 취급도 못 받을 정도로 각종 비리와 불법에 연루된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들. 출처:경향신문


참여정부에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가 인수위 참여 논란으로 낙마했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소장 취임을 위해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한 것이 문제가 됐던 점과 비교해보면 현재 박근혜 정부의 인사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인사정책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첩을 이용한 ' 나 홀로 인사'를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친한 사람 내지는 자신의 인맥을 그대로 쓰고 또 쓰는 '회전문 인사'를 청와대까지도 가져가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한다면 아마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 인사낙마팀을 모두 모아 함께 축구를 벌여도 될만한 주전 선수 11명 + 후보 선수 α를 보유한 막강 낙마축구팀이 되는 것입니다.

(글을 발행하고 난 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결국 주전 선수만 12명이 됐네요. )


' 최단 시간 대통령 공약 뒤집기'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된다고 대선 때 말했던 공약을 모두 지키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선거 전과 후과 다른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범위입니다. 대선 때 공약을 내놓는 것은 대통령이 되면 그것을 지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인데, 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 공약을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아예 절반가량을 뜯어고치거나 없던 일로 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 기간에 했던 공약과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중 정치,경체,사회,부동산,통일 등 주요 공약에 대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을 발견했는데, 150개 주요 대선 공약 중 무려 70개의 공약이 후퇴하거나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국민들이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경제와 부동산 분야는 완전 초토화됐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대선 때 내걸었던 주요 경제 공약 45개 중에서 내용이 후퇴한 공약은 10개, 아예 내용이 삭제된 공약은 18개로 대선 경제 공약 62%가 삭제되거나 후퇴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기간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에 대한 발표. 출처:노컷뉴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후보였지만 뜻밖에 '경제민주화'를 내걸며 모든 대선 때마다 '문제는 경제'라는 의식에 빠진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민주화는 아예 국정과제에서 용어조차 사라졌습니다.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그 범위가 축소됐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권 보호를 위해 강조했던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근절'은 아예 '조사,제재'로 수위가 낮아졌으며, 대부업체에 대한 약탈적 대출과 불법 추심 등이 아예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불황의 늪과 엄청난 전세난에 빠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의식한 듯 보편적 주거복지 등을 내걸었지만, 그런 공약은 아예 사라지고, 오로지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국정과제만 남았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TV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기초연금'을 꼭 실천하겠다고 주장했었다.


복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계속해서 말이 바뀌고 있어, 과연 그나마 남아 있던 국정과제와 목표조차 언제 수정되거나 바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이 끝나고 단 두 달 만에 자신의 입으로 했던 말을 거의 반이상이나 뒤집는 뻔뻔함을 보여줬습니다. 뭔가 해보다가 도저히 안되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통령 취임 전부터 대선 공약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대선용 공약'을 남발했고, 순진한 국민들은 이것을 믿고 그녀에게 투표했다는 점입니다.

[정치] - 대통령직 노리고 벌인 박근혜의 '사기의 기술'

결국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자신의 대선공약을 50% 가까이 수정하거나 삭제한 박 대통령은 '최단 시간 공약 뒤집기'라는 신기록을 수립하게 됐습니다.

' 역대 대통령중 지지율 꼴찌를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평가하는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4%에 불과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보다 더 적은 수치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역대 대통령의 취임 1개월째 직무수행 지지도 출처:경향신문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4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작위방식/표본오차 96% 신뢰수준 ±2.8%), 긍정 평가 44%, 부정 평가 19%, 보통 8%, 의견 유보 30%였습니다.


긍정 평가는 지역별로 대구·경북(59%)과 강원(53%), 연령별로 60세 이상(65%)과 50대(49%) 등 장·노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호남(25%), 30대(29%)와 20대(40%)에서는 비교적 부정적으로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역대 대통령(1990년 이후) 중 꼴찌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로 인사 잘못과 국민 소통이 미흡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많은데, 이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동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녀를 평가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제 지표와 그녀의 정책을 놓고 평가한 일이 아니라, 오로지 그녀가 했던 인사 정책과 그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했던 '약속'만으로 평가했지만, 그녀의 취임 한 달은 오로지 진기명기에 가까운 부끄러운 기록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선 기간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할겁니다'를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어떤 이는 믿었고, 어떤 이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박 대통령을 보면서 단순히 정치인의 말로는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우리는 또다시 얻었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말을 지킬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사과와 노력을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4천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유권자 앞에서 했던 자신의 말과 다르게 '대통령이 됐는데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옷, 액세사리가 이슈가 되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진짜 그녀가 대통령 후보로 강조했던 정책과 공약으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대통령 되기를 원했던 마음이 정말 욕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