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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화 한 통에 64만원 번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일째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공식 일정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뿐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6일 오후 아베 총리로부터 취임 축하 전화를 받았고, 한일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보통 새 정부의 대통령이 취임하면 바쁩니다. 민생도 살펴야 하고, 국무회의도 열어야 하고,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수천 개의 공식 인사권에 대해 검토도 해야 합니다. 여기에 각종 모임이나 자리에도 참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일간의 일정을 보면 너무 한가합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 공식일정. 출처: 청와대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열흘 동안의 공식일정입니다. 25일은 취임식으로 26일은 각국 외교 사절단 만남으로 바쁩니다.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와 반기문 UN사무총장 전화 통화 후에 28일은 아무런 공식일정이 없습니다. 3월 1일 금요일은 3.1절 기념식 참석 공식 행사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3월 2일과 3월 3일 일요일은 휴일이니 쉰다고 하지만 월요일 대국민 담화 이외 3월 5일 화요일은 또 공식 일정이 없습니다. 3월 6일 어제는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가 공식일정 전부였습니다.

취임 열흘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6일을 근무했는데, 그중에 이틀이 휴일이고, 이틀은 공식일정이 없습니다. 그나마 6일 근무 중에도 공식적인 행사가 제대로 있는 날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이 없다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열흘 동안 공식일정이 없다는 말은 공식적으로 하는 일이 없다는 뜻도 됩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주 1회 매주 화요일에 열리던 국무회의도 열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첫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 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까지 가기 싫어서? 출처:연합뉴스.



국무회의는 대한민국 국정 최고 심의,의결기구입니다.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정이 논의되고 결정되는데, 2주째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습니다.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실제 민생을 담당해야 할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정책 방향과 상관없이 국무회의에서 처리해줘야 할 안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보기에는 자신들의 정책이 아닌 안건을 굳이 안 해줘도 상관없다고 하겠지만, 정부가 바뀌어도 국민의 삶은 그동안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이 없다고 버티는 것은 국민의 삶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 임명장을 주지 않아 보고를 두 번 하는 공무원들'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현재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부처는 17개입니다. 그중에서 유정복 안전행정, 윤병세 외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 황교안 법무, 서남수 교육, 방하남 고용노동,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등 7명의 장관 내정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습니다. 여기에 신설된 부서와 자체 사퇴한 장관을 빼면 국무회의 구성 요건 15명이 가능합니다. (대통령,국무총리,서울시장 포함)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하기 싫다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조차 임명장을 주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무회의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 부처는 이중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통과됐지만, 아직 임명장을 받지 못해 외교부 직원들은 서울 내수동 대우빌딩에 있는 윤병세 내정자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동시에 외교부 청사에 있는 김성환 장관에게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임명장을 주면 해결될 일을 박근혜 대통령이 주지 않고 있어 부서는 이중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민생현안 처리도 못 하고 보고는 이중으로 하면서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바뀐 이후 지옥과 같은 업무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아니면 도라는 식의 국정 운영 때문에 중앙부처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일련의 업무들이 막혀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머릿속에는 '정부조직법'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아차 해놓고 그냥 밀고 나가는 무대포 정신'

청와대 비서관과 비서진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그렇다고 몰래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공식적으로 인선발표를 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급 일부 인선을 공식 발표 없이 비공개로 내정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손발이니 알아서 강행하겠다니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이 비밀리에 하는 인선이 자꾸 잡음이 납니다.



원래 청와대는 보건복지비서관에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을 내정했으나 갑자기 '장옥주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교체됐습니다. 여기에 사회안전비서관으로 내정됐던 김모 치안감은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으로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이중희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됐다고 철회됐는데, 다시 내정돼 청와대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희 검사의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근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검찰청법
제44조의2 (검사의 파견금지등)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 [본조신설 1997.1.13] 


검찰청법 제44조 2항에 따르면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검사는 형식상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갔다가 다시 현직으로 복귀했는데, 이런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에서 분명히 없애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공약집의 검찰개혁 부분.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고'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공약집에 따르면 현직검사의 청와대 비서실 파견은 개선돼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약속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래서 이중희 검사를 민정비서관에 임명해놓고는 아니라고 철회를 했던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설마 했을 것입니다. 누가 그런 공약을 기억하겠느냐고, 그래서 다시 이중희 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해서 청와대로 출근을 시킨 것입니다. 자신이 했던 공약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법에 명시된 '검찰청법'을 무시한 그녀의 인사는 왜 자꾸 그녀가 비밀리에 청와대 비서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법이 통과되지 못해 장관 임명장을 주지 못한다고 해놓고, 있는 법도 지키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과연 그녀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정부조직법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한다는 대통령, 과연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 한다고 국민과 국회에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2008년 2월 28일 학군단 임관식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 출처:청와대


북핵 위협이 있어 안보를 우선으로 하겠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7일 열린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졸업식과 임관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관례에 따르면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뉴질랜드 총리 전화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입니다. 

3월 8일 내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임관식에는 꼭 참석해야 하는데, 아직 청와대의 공식일정에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2월 27일에 열린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출처:청와대


2008년 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진행했습니다. 취임 2주차인 3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첫 국무회의는 오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3월 1일 3.1절 행사와 대국민담화문 발표 이외에는 공식일정이 거의 없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전화받고 수석비서관회의를 진행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원인이 '정부조직법' 때문이랍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그녀를 보면서 도대체 그 법만 통과되면 대한민국 국정이 모두 해결되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봉은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연봉은 1억9,225만원이며, 이를 12개월로 나눠 월급조로 1,602만원씩 받습니다. 여기에 '연봉 외 급여'로 지급되는 직급보조비(월 320만원)와 급식비(13만원)를 더하면 매달 1,930여만원씩, 연간 2억3,200여만원이 총 보수로 지급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공식적으로 한 일은 아베 총리의 전화를 받은 일밖에 없었습니다. 고로 그녀가 받은 일당 64만 원은 전화 한 통 받고 번 셈이 됩니다.(유정복 장관에도 했으니 한 통에 32만원인가요?)  물론 대통령이 전화 한 통만 받고 그냥 퍼질러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청와대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고, 오로지 '정부조직법'만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 같습니다.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앞으로의 모든 국정 운영 틀을 제대로 자리 잡겠다고 주장했는데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전화 몇 통 받고 회의 두 번 참석, 행사 한 번이 전부였습니다. 

그녀는 아버지 박정희 시절의 퍼스트레이디 대행이 아닌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답게 처신해야 합니다. 그저 대통령 딸로 오냐오냐 대접받던 시절이 아닙니다.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면 야당 의원에게 전화 걸어 그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왜 보여주지 않습니까? 

 


 
27개월 에스더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빠한테 애교도 부리고 나름 달라고 애를 씁니다. 하물며 대한민국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이라면 그보다 더 열심히 살고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러나 애처럼 안주면 방문을 닫고 이불 쓰고 들어앉아 자꾸 칭얼댑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을 뽑은 것인지, 18세 사춘기 소녀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인지 헷갈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열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