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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를 향한 이중적인 잣대



대선이 끝나고 올라온 다음 아고라의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겁습니다. 5060세대의 투표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만큼 선택적 복지를 노령층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인공경을 무시한 대선에 대한 복수 차원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에 대한 반응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의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노인 무임승차 비용, 한 해 2,316억 원'

노인 무임승차의 가장 큰 문제는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폭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무임손실금은 2007년 2,063억 원에서 2011년 2,316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적자 대비 47% 수준입니다.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무임점유율을 보면 '서울메트로'는 12.7%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3.8%, 부산 29.3% 대구는 22.0%, 광주는 31.9% 등으로 매우 높습니다.  


노인 무임승차는 기본적으로 지하철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점은 그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자,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의 고령 인구, 이제는 전체인구의 11%'

노인 무임승차가 처음 시행된 1984년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노인 무임승차가 시행된 1980년에는 70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이었고, 1982년에도 65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100% 무임이 시행된 1984년에는 고령인구가 불과 전체 인구의 4%밖에 되지 않아서 지하철 재정적자에 미미한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점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의 11%를 넘는 수준으로 인구 구성비가 변했고, 이로인해 무임승차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90% 이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서울시만 해도 무임승차 인원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적자폭도 매년 늘어나 앞으로 2012년에는 서울시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손실액은 2,5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상급식은 빨갱이, 노인 무임승차는 당연한 권리?'

노인 무임승차에 관한 노인들의 반발이 나설 때마다 제일 기억나는 것은 서울시 무상급식에 대한 노인들의 '빨갱이' 타령이었습니다.



2010년 12월29일 서울시 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하려고 하자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어버이 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진입하여 난동을 피웠습니다.

"무상급식 빨갱이야~ 나와~!"
"누가 밥 굶는다고 그래? 무상급식 하지마!"
"무상급식 하면 가만히 안 있어! 경고한다!"
“무상급식이 뭐야! 이런 빨갱이들!”
“서울시의회 봉쇄는 불법이다”
“빨갱이들은 다 죽여야해!”

무상급식을 그토록 빨갱이들의 짓거리라고 주장했던 '어버이연합'등 보수단체 노인들은 이런 자신들의 모습이 불과 두 달 전에는 어떠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 김황식 총리의 노인 무임승차 관련 발언. 출처:MBC뉴스투데이


2010년 10월 김황식 총리는 복지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돈 있는 노인들까지 무임승차 혜택 주는 것은 문제'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노인 연합 등 노인 보수단체 등은 벌떼 같이 들고 일어섰고, 결국 그는 11월 1일 대정부질문 정치분야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사과 요구에 "노인 여러분께 상심을 드려 제가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황식 총리의 발언은 12월에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노인들의 주장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복지정책은 시행하되 부자에게는 혜택을 주지 말자는 요지였습니다. 그러나 노인 무임승차는 선택적 복지를 하면 절대 안 되고, 무상급식은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하는 모습은 도대체 복지에 관한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 보수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대선이 끝났으니, 공약은 잊고 무조건 참자?'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중동의 사설은 갑자기 대통령 취임식도 하지 않았는데,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잊으라고 외쳐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선이 끝난 직후에 나온 사설에서 '나라 안 경제 사정이 어렵다. 당선인은 '참아달라'는 말을 해야 하고, '선거 공약'이 아닌 '국정 공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면서 선거 공약을 파기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라면서 '표를 얻기 위해 제시했던 과도한 공약은 이제 보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책임은 후보 시절에 한 약속보다 훨씬 엄중하다'면서 후보 시절에 했던 말은 잊으라고 합니다.

중앙일보는 '공약한 민생 프로그램을 집행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니' 이제는 '국민을 설득'해서 그런 공약을 파기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예산 내년 적자 10조 원, 과연 누가 참아야 하는가?'

대선이 끝나자마자 선거에서 주장했던 공약을 파기하고 다시 공약을 세우고,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에게 참으라 강요하는 조중동의 사설을 보면서, 우리는 노인 무임승차와 무상급식이 다시 제기된 이 시점에 어느 쪽이 참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나온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이 어떤 복수 차원에서 제기된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세대 간의 복지 정책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고, 그럴 때마다 도대체 어느 세대,어느 쪽이 참고 견뎌야 할까요?

▲박근혜 후보의 생애주기별 복지정책 .출처:이데일리


박근혜 후보는 공약으로 0-5세 무상보육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60세 이상을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해 65세 이상에게는 2배를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예산' 6조 원을 추가 편성안을 들고 나옴으로 내년 이후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박근혜 예산' 6조 원을 내년 예산 안에 추가하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가 최대 10조 원을 넘어선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은 하려면 아예 내년도 대한민국은 적자가 될 것이고, 이를 해소하려면 결국 공약을 파기하거나 그중에서 선택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조선일보는 2010년 노인 무임승차 비판 기사를 쓰고, 2012년에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이 충격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이 나오자 '복수심이다','노인 공경을 모르는 젊은 것들'이라는 양극화가 나옵니다. 그러나 개인의 사소한 생각과 주장이 나온다고 해도 언론은 중립적인 방향에서 같은 잣대를 놓고 '무상급식','노인 무임승차'등을 바라봐야 합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벌써 이간질과 편향적인 기준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오히려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보편적 복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것이고, 균형 잡힌 복지를 위해 계획과 예산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대통령이 돼야 했다는 아쉬움만 있을 뿐입니다. 

언론은 자꾸 일방적인 양보만 강요하거나 한쪽의 주장이 옳다는 이간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참으라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대통령 취임식 전부터 참으라고 하고 내년도 나라 예산이 적자라는 말이 나오니 한숨만 나옵니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을 놓고 두 세대가 반목하는 것은 모두가 잘못된 모습입니다. 칠순이 넘은 아버님은 '자기 입보다 손주의 입에 밥 한 톨 더 들어가는 것이 자신의 배가 부른 것처럼 좋다'고 하시고, 저는 아버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효도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했으니 그 권리를 무조건 받겠다는 개인적 주장이 아닌, 법에 따른 공정한 잣대와 기준입니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출해서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그 정치인이 공약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대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 과연 누가 참아야 하는지를 어떤 사람이 결정하고 있는지 항상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