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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의 넥타이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어제인 듯하지만 계산해보니 참으로 오래전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에 나오기도 전에 블로그에 '18대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배너를 달아놓은 일들이.문재인 후보가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일개 블로거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별것이 없습니다. 지난 세월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고, 힘들게 지냈고,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대한 저의 생각도 다른 사람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실패한 정부'라는 보수언론과 일부 진보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블로거로 살면서 참여정부 시절의 정책과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저의 이런 생각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정치에 관한 자료와 문헌을 '아이엠피터' 스스로 찾으면서 그 시대의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나가야 할지 깨닫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전업블로거로 살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으면 하는지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가진 지식이 부족하기에 항상 글을 쓰면서도 미진하면서 완성되지 못하는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써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아이엠피터'에게는 앞으로 수많은 날을 살아가야 할 두 아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요셉이와 에스더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시대에서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정치는 최고의 선택이 아닌 제일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와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그런 인물이 정치해야, 내가 생각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어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패배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작업실에 앉아 소리죽여 울었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살아오면서 이토록 눈물이 자꾸 나온 적은 처음인듯합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대선 패배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자료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만은 그런 글을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서 모니터 화면을 보는 것이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눈물은 우리 아이들은 물론 저 자신조차 이 땅에서 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이엠피터'를 엄습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전업 정치블로거로 살면서 항상 두려움에 떨어, 썼던 글도 몇 번이고 다시 보고 고치고 살아왔습니다.

아내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잡혀가기 전에 이민을 가야 할지, 망명을 해야 할지 아내와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정치블로거로의 삶을 오늘이라도 당장 접고,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야 하나 밤새 고민했습니다.

내가 과연 잘못한 일을 하고 있었는가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떳떳하지 않은 글을 쓴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몇 년간 글을 쓰면서 거의 매일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 온종일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이나 '아이엠피터'를 아는 사람이 조금 있지만,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거나 자신을 스스로 유명인으로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하루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에 온 정성을 쏟았고, 글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이제 그런 삶마저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밤새워 뒤척이던 저의 품으로 요셉이와 에스더가 서로 파고들더군요.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그 누구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고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글을 쓰는 어려움, 외부적인 두려움, 생계에 대한 걱정,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털어버리게 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문재인 후보의 넥타이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정치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후보의 등을 떠민 것은 '아이엠피터'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지 마시고, '아이엠피터'의 부족함과 섣부른 지식, 노력의 부족을 질책하고 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패배가 아닌 '아이엠피터'의 완성되지 못한 지식과 행동이 어제의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블로그도 사라질 때가 되었군요. 아이엠피터씨 안녕히 가세요'라는 분의 댓글에는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최선을 다해 블로그를 운영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겠습니다.

역사는 더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이상(理想)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을을 가지고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