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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오바마 재선'이 알려준 '한국 대선' 승리 비결


미국 국민은 결국 버락 오바마의 재선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최종 결과는 현지 시각 11월 7일 오전에 발표)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 270표를 넘어 303표를 획득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롬니와 민주당 오바마의 치열한 접전으로 정치 전문가와 선거 전문가 모두 박빙의 승부를 예측했지만, 기대와 달리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이번 오바마의 재선 승리의 요인을 살펴보면 불과 40여 일 앞둔 한국 대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의 재선을 통해 한국 대선이 생각해봐야 할 점들을 비교해봤습니다.

' 부자가 아닌 중산층과 서민을 선택한 오바마의 정책'

롬니와 오바마는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차이에 맞게 대선 공약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두 후보가 보여준 정책을 먼저 보겠습니다.


롬니와 오바마의 정책을 단적으로 말하면, '소수 부유층 VS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1%의 부유층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내건 반면에, 공화당 롬니 후보는 부자 감세와 기업 법인세 인하 등 소수 계층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오바마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과 보건의료 지원 등 복지 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로 힘들어진 중산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걸었습니다. 이를 위한 재원마련으로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국방예산 감축 등의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롬니는 공화당이 그동안 계속 주장했던 자유경제와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정책으로 제시했습니다.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였던 부유층의 소득세율을 보면 오바마는 35%에서 39.6%로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롬니는 35%인 소득세율을 28%로 인하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조세 정책을 비교해보면 오바마는 소득 하위계층에게 유리했고, 롬니는 상위 소득자에게 유리했다고 분석됩니다.

사회보장에서도 두 후보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건강보험개혁법'을 통해 누구나 기본적인 의료보장을 받게 되었음을 강조하면서 확대를 주장했던 오바마와 다르게 롬니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주장하며 오히려 민영의료보험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오바마의 정책과 공화당 롬니 후보의 정책을 보면 마치 한국의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보는 듯합니다. 물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요새 좌클릭하는 정책을 내걸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화당의 전통적인 방향과 별로 다를 바가 없거나 다시 우클릭할 수 있다고 본다면, 왜 미국인들이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선택했는지를 의미깊게 받아들여야 할 듯싶습니다.

' 미국 대선을 뒤흔들었던 슈퍼팩과 대선 광고'

2012년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슈퍼팩(Super PAC:슈퍼 정치행동위원회)라는 '정치괴물'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대선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액이 연방선거법의 제한을 받았지만, 슈퍼팩은 무제한 모금이 가능했습니다.

원래 슈퍼팩은 특정후보와 직접 관계 없이 기업이나 노조 등의 독자적인 지출만 가능하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면서 대부분 대선 후보들의 외곽조직으로 활동했습니다.


▲올해 초부터(2012년 2월) 슈퍼팩에서 최고의 자금을 지원받았던 공화당 롬니후보,출처:http://www.floatingpath.com


슈퍼팩의 자금이 어느 정도냐면 올해 미국 대선이 역대 가장 많은 60억 달러(약 6조5,200억 원)가 소요됐다고 하는데, 슈퍼팩 관련한 자금만 20억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엄청난 슈퍼팩은 대부분 TV광고에 사용됐는데, 롬니의 측근들로 구성됐던 '우리의 미래 회복(Restore Our Future)'이라는 슈퍼팩은 롬니의 공화당 예비경선 때 상대진영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광고에만 무려 1400만 달러, 우리 돈 158억 원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 슈퍼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을 '민주주의 적'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 ‘미국 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 모금 운동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으로 TV 광고를 지원한 슈퍼팩 때문인지, 지난 6월 1일부터 방송과 케이블 TV에 나간 대선광고만 무려 91만5천 회를 넘었고, 이는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44.5%나 증가한 것입니다. 


TV에 지겹게 나온 대선광고 대부분은 네거티브 광고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선 광고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롬니는 오바마의 경제 실패에 초점을 맞추어 그를 공격했고, 자신이 기업경영자 출신으로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경제 성장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는 롬니가 오히려 부자와 대재벌만을 위한 정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형태의 광고를 연령,인종,직업 등의 대상을 달리한 맞춤형 광고로 내보냈습니다. 


 
이번 대선 광고에서 가장 롬니를 괴롭혔던 광고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아메리칸 브리지(American Bridge)'가 내보냈던 '롬노폴리(Romnopoly)'라는 제목의 광고였습니다. 롬니와 모노폴리 게임을 합성한 롬노폴리는 롬니 때문에 해고됐던 GST 스틸의 전직 근로자를 출연시키면서 롬니의 경제 원칙은 중산층이 아닌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를 위한 것이라는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사실 전반적으로 미국 대선광고는 막대한 자금을 쏟은 만큼의 효과를 봤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에 익숙해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이런 동영상 광고는 쉽고 빠르게 유권자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기에 한국 대선에도 눈여겨볼만합니다.

특히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던 롬니의 지난 행적을 통해 중산층이나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광고는, 경제에 실패했던 오바마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보다 오히려 롬니보다는 오바마가 더 낫다는 믿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대선에도 자신의 약점이나 상대의 강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 최고의 승부수는 역시 TV토론'

미국 대선의 가장 큰 승부수는 TV토론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3차례 열렸는데, 이 TV 토론의 승자는 2:1로 오바마가가 승리했다고 봅니다. 첫 번째 토론의 승자는 롬니였습니다.


롬니 후보는 1차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실패를 공격했고, 이런 그의 공세에 많은 미국 시청자들은 롬니 후보가 잘했다는 의견이 67%, 오바마 대통령 27%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열린 2차 TV토론에서는 접전을 보였고, 3차 TV토론에서는 오바마 승리로 바뀌었습니다.

2차 TV토론에서 롬니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의 질문에 말을 더듬었던 그의 표정이었고, 3차 TV토론에서는 '러시아가 적'이라고 말한 롬니의 과거 발언을 공격하면서 보였던 오바마의 노련함 때문이었습니다.

▲CBS 앵커 밥 시퍼 기자의 사회로 열렸던 3차 TV토론


미국 유권자, 특히 남성들은 폿볼경기나 프로야구 등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항상 높은데, 이번 미국 대선 TV토론 시청률은 이런 스포츠 프로그램 시청률을 훌쩍 넘었습니다. 3차까지 진행된 TV토론을 시청한 미국인만 총 19200만 명(1차 6720만명,2차 6560만명,3차 5920만명)이었습니다.

이처럼 미국 유권자들은 TV토론을 통해 후보들을 평가하기도 하면서 투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결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TV토론 이전에 지지 후보를 선택한 경우도 많지만, 부동표는 이런 TV토론을 통해 표심이 바뀌는 경향도 있습니다.

미국은 대선 TV토론이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대선관련 TV토론회를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정치] - 박근혜는 무엇이 두려워 '대선 TV토론' 피하는 건가

피터는 야권단일화  과정부터 TV토론회가 열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 토론회에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참석해서 그들의 가치관과 철학,정책을 철저하게 검증받고 토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단순히 두 사람을 비교하는 일을 떠나,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고, 토론회가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 모두 충족시킬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TV토론은 몇 번을 강조해도 중요하리만큼 하루빨리 대선 후보들이 참여해서 국민 앞에 그들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TV토론을 나오는 것보다, 각 진영에서는 노련함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토론을 준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TV토론을 통해 그동안 유지해온 지지율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양날의 칼날과도 같다고 봅니다.


미국 대선을 통해 한국 대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승리할지에 대한 예상을 해보자면, 가장 큰 화두는 중산층과 서민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경제 실패에 관한 책임도 제기됐지만, 롬니가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재벌과 부자 중심의 경제 정책을 유권자들이 더 싫어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시대적 흐름은 성공보다는 최소한 내가 일한 만큼의 복지 혜택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겠다는 의식입니다. 이런 면을 새누리당도 인식해서인지 연일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 대선에도 TV광고는 아주 중요한 승부수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광고로, 노무현 대통령은 '노무현의 눈물' 이라는 광고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광고로 대선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18대 대선에서 TV광고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 광고보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후보의 TV광고가 유리하리라 봅니다. 노골적인 미국의 TV광고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은연중에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는 광고가 나와야지, 기존 TV광고처럼 나온다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선을 분석하다가 든 생각 중의 하나는, 많은 TV 광고보다 하나의 사진 한 장을 통해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플로리다를 방문한 롬니와 허리캐인 샌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저지를 방문한 오바마,출처:AP


오바마는 대선 직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저지주를 방문해 피해를 입은 상점주인을 안아주었고, 이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당시 플로리다에서 유세하면서 샌디피해자를 위한 성금기부를 했던 롬니와 비교되는 이 사진으로 오바마는 대선 유세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미국 유권자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이런 미국 대선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 편의 사진 영상을 만들어 봤습니다.


미국 대선을 보면 엄청난 자금도 세련된 TV광고도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책과 고통받는 국민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모습이 오히려 국민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 대선 후보들이 미국 대선을 통해 깨달아야 할 점은 과거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솔직히 보여주며, 한결같고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을 대할 때에만 유권자들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