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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일화 실무협상'과 '반값 선거' 어떻게 볼까?



11월11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대선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다섯개의 문'을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약속'이라는 대선공약을 발표했는데, 야권단일화를 놓고, 두 사람의 정책 대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정책 공약집을 놓고 비교를 해봤지만, 사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백 개의 정책 중 몇 개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정책을 내건 후보도 있고, 그 분야의 세부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후보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정책 구상을 가진 부분이 있기에 두 후보의 대선 공약을 놓고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봅니다.

▲ 문재인,안철수,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 관련 정책 비교


물론 경제민주화 관련 부분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약간 다른 부분은 있습니다. '순환출자' (대기업이 계열사를 늘리거나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출자 구조)에서 문재인 후보는 모두 금지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를 재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신규만 금지하고 '출자총액제한제'는 반대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정책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타의 정책들을 보면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나간다면 조금씩 다르겠지만, 수백 개의 정책을 일반 국민이 비교하는 일 자체가 힘들어서, 정책으로 뚜렷하게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래는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 공약 자료집입니다.)


두 후보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두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앞으로 누가 단일화 후보가 되든 정책 방향이 유사할 수 있다는 점과 두 번째는 가치관이 비슷하기에 야권단일화 논의 또한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야권단일화 실무 협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야권단일화방식 협의팀, 가동되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미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 협상을 벌써 4차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제 11월11일 12시 경에 서로 통화해서 야권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팀 구성을 합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후보가 협의한 팀 구성을 보면 '복지경제 정책팀','통일외교안보 정책팀','단일화방식 협의팀'으로 되어 있으며, 팀별로 양측 대표가 구성돼 협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새정치 공동 선언' 실무 협상이 시작되면서 야권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리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새정치 공동선언은 정치개혁 쪽에 치중했고, 국민이 진짜 궁금해하던 야권단일화 방식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제쯤 야권단일화 방식을 논의할 것인지 기다리던 차에 전격적으로 야권단일화방식 협의팀이 구성되고 11월12일, 오늘부터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단일화 실무협상팀 구성을 보면서 우리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야권단일화 방식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현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가장 큰 이견 차이는 '정당 정치'에 관한 이견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계속해서 정당 정치, 즉 민주당의 정치 개혁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약간의 견해차가 있습니다. 이런 입장차이를 수십 년간 지속됐던 정당정치의 개혁이 쉽지 않으리라는 현실론을 본다면 이해가 될 수 있지만, 기존 정당 정치를 한번에 싹 뜯어고쳐야 한다고 본다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런데 피터는 이런 과정을 불협화음이라고 보기보다는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봅니다. 즉 이번 기회에 정당 정치의 개혁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서로의 이견조율을 같이 생각하는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충분히 후보 간 견해차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책 부분은 앞서 문재인 후보의 '다섯개의 문'과 안철수 후보의 '안철수의 약속'을 비교했듯이 서로 간의 비전과 정책의 유사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책 부분은 어떤 입장 차이의 대결보다는 차기 정권이 누가 됐든 정책 공조 내지는 책임지고 정책을 싱철하고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봅니다. 그 증거로 야권단일화 실무 협상팀 3개 중에 특히 정책팀을 2개로 구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원래 새정치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고 난 뒤에 야권단일화 방식이 본격적으로 나오리라 봤지만, 아직 새정치 공동선언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단일화방식 협의팀이 구성됐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단일화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야권단일화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협의 사항은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 반값 선거 비용, 왜 나왔을까?'

안철수 후보는 11월 11일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정책 발표 중에 "법정 선거 비용 560억 원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며 "새로운 선거의 첫걸음은 국민의 혈세를 아끼고 돈 안 드는 선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반값 선거 비용'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반값 선거 비용 공약은 정치 개혁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현재 안철수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선거 방식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18대 대선에서 법정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총 559억 7700만 원입니다. 이 선거비용은 대선에서 15%이상 득표할 경우 100% 보전 받습니다. 그런데, 선거비용이라는 항목에서 안철수 후보는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국고로 보전 받을 수 없는 지출 항목, 출처:동아닷컴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이기 때문에 정당 후보에게는 적용되는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용품, 홍보물에 대한 비용처리가 나중에라도 보전 처리되지 않습니다. 이런 비용은 순수하게 안철수 후보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가 원하는 것은 이런 비용을 공식 후원금으로 충당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현재 안 후보의 후원금 모금액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10월31일 기준 약 2억 원가량으로 알려졌음)

정당 후보와 비교하면 안철수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에 '반값 선거 비용' 공약이 나온 점도 있지만, 실제로 안철수 후보가 원하는 것은 막대한 대선 자금을 모아 이번 18대 대선을 치르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박근혜 후보도 반값 선거 비용으로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 앞에 함께 약속하자"며 "법을 개정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 없이 두 분이 결단만 하면 (반값 선거 비용으로 인해) 이번 대선이 가장 큰 정치 혁신의 과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안 후보의 주장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그 취지와 뜻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적극 협의해 나가서 실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모두가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의 '반값 선거 비용' 공약에 대해 '안 후보는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ㅇ 무소속 안철수 후보 '반값 선거' 제안 관련
- 반값 선거,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절반이다. 안철수 후보가 무엇을 근거로 마치 후보가 된 것처럼 그 돈을 쓰겠다고 하는 것인지, 일단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선거비를 정말 아끼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은 좋은 안이다. 저희 당도 가급적이면 선거비를 아끼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선거운동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저희당도 아끼고 또 아끼고 선거운동을 해나가겠다. 이 문제는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천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나갈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들은 돈 안쓰는 선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실천으로써 그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새누리당 대변인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가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절반이라는 말로 안 후보를 깎아내렸지만, 사실 반대로 말하면 50%의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반값 선거 비용이 왜 나왔느냐는 점입니다. 

▲역대 대선 당선자들이 신고한 선거비용, 출처:파이낸셜 뉴스


560억 원으로 제한된 선거비용을 반으로 줄이면 대략 280억 원입니다. 17대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는 이 금액을 훌쩍 넘었지만, 16대 노무현 당선자는 거의 비슷합니다. 물가와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겠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불법 대선자금이 있었기에 정확한 금액은 산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중요한 점은 액수보다 그 의미에 있다고 봅니다.

반값 선거비용이 가진 문제점도 있습니다.
 


피터는 '반값 선거 비용'이 불법 대선자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라고 보고, 이런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이번 대선에서 선거비용이나 후원금을 공개해서, 투명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투명한 대선 자금
○ 선거비용 공개
○ 선거 후원금 공개

대선자금은 늘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특정 집단으로부터 대선 자금을 지원받고 특혜를 줬던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놓고 본다면 대선 자금은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옳습니다.

그동안 소요된 선거비용과 선거 후원 모금액수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그동안 지출했던 선거비용을 계속 공개하고 있으며, 안철후 후보 측도 조만간 선거비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찾지 못했을까요? 아무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사이트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을 비난하는 차떼기당 퍼포먼스, 출처:민중의 소리.


과거 대선불법 정치자금으로 문제가 됐던 정당은 새누리당이었습니다.  물론 민주당도 불법 정치자금 32억 원을 받았던 사례도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삼성,LG,SK 등으로부터 575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것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피터는 선거비용을 줄이고, 선거비용과 후원금을 공개하는 것이 정당 개혁의 우선이라고 봅니다. 자꾸 돈으로 선거를 치르고 돈을 바쳐야 공천이 되는 악순환을 끊으면 일단 정당이 가진 큰 문제점 하나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정당을 아예 없애는 방식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힘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실천 가능한 분야부터 하는 것이 정당 개혁이나 정치 개혁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야권단일화를 약속했고, 이제 구체적인 방안을 위한 '단일화방식 협의팀'도 구성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를 이간질할 것이고, 그런 방법론에서 정당과 무소속 후보의 대결 구도로 자꾸 몰아갈 것입니다.

'반값 선거 비용'을 놓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도 있지만, 피터는 문 후보가 아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향한 날카로운 공격이라고 봅니다.

정당 정치의 폐해가 많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 정당 정치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당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개혁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나머지 부분은 협의체를 통해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면 좋을 듯합니다. 


돈을 보면 정치가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돈 흐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단일화방식이 논의되면서 그저 후보의 단일화가 아니라 돈 가지고 정치하는 못된 버릇을 뜯어고치려는 노력을 대한민국 정치사에 써놓는 단일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