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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연탄 묻은 문재인의 손'으로 느낀 '야권단일화'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치공학적인 관점이나 일반적인 생각으로 지금도 늦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야권단일화에만 목매달아서 무엇인지 자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반문하면서, 야권단일화에 관련한 여러 전문가들의 생각이나 자료를 찾아봤지만, 피터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어떠한 근거 자료 없이 순수한 피터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바라 본 '야권단일화'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 야권단일화,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문재인 후보는 적극 야권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안철수 후보는 11월 10일 대선 공약집 발표 이후 단일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피터는 시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너무 재촉할 필요도, 너무 자신만의 스케쥴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야권단일화의 시기를 놓고 서로 조율하고 있지만, 실제로 야권단일화가 언제 이루어져야 만족하거나 성공적이냐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의 행보가 너무 자신들만의 스케쥴에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와 같은 서로의 견해차가 자꾸 외부로 비칠 때 새누리당은 이런 프레임을 노리고 '얼씨구나'하고 공격할 것입니다.

피터는 야권단일화 논의보다 '토론회'를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이 야권단일화라는 부분은 제쳐놓고, 자신들이 가진 정책, 인간성,가치관 등을  우선 국민 앞에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야권단일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면 정작 중요한 후보들이 가진 공통적인 가치관을 국민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가 토론에 나섰다고 서로 네거티브 검증을 하겠습니까? 아니면 정치적인 공세를 하겠습니까? 이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이 내세운 정책, 그리고 왜 그런 정책을 만들었는지를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면 됩니다. 

 


피터는 이 토론회를 통해 이 두 사람의 정책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요새 대선에 나온 세 사람의 정책을 검증하려고 해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비슷비슷합니다. 선거 전의 공약은 한국 정치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말은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그 공약이 바뀐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과 함께 실제적인 정책과 공약을 위한 법안이나 행정명령은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가진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출처:민중의 소리


그래서 야권단일화 논의보다는 이 두 사람의 가치관을 국민에게 최소 5회-10회 토론회를 통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낮에는 각자의 선거유세를 하고, 저녁마다 토론회를 국민에게 보여준 후, 그다음에 야권단일화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토론회를 하면 할수록, 점차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가진 장점관 단점, 각자가 가진 가치관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진정 누가 대통령 후보감인지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 야권단일화, 즐기면 어떨까?'

가장 최근의 대선을 본다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16대 대선과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17대 대선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6대 대선을 보면 극적인 장면이나 정치적 사건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국민경선의 국민적 관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던 과정,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와 지지 선언 파기 등의 여러 과정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17대 대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BBK와 도곡동 땅 사건 이외는 별로 없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확 사라진 것입니다.

야권단일화를 통해 단순히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려는 상황보다, 야권단일화 과정을 통해 국민의 지지적 관심을 이끌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11월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토론회를 시작하면, 아마 모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이 두 사람의 토론회에 집중될 것입니다. 이 토론회에 나온 얘기, 쟁점, 정책의 문제, 두 후보의 가치관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 시민들은 다음 날 삼삼오오 모여, 토론회에 관한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울 것입니다.

앞서 전제 조건으로 이 두 사람이 네거티브 공세를 하지 않으리라고 했기에 해석은 난무하겠지만, 대체로 이 두 사람의 토론이 재밌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공격하지 않아도 재밌지 않을까요? 정책을 공격하는 식으로..)


토론회를 한 5회 정도 하다 보면 아마 박근혜 후보는 사라지고 문재인, 안철수 이 두 후보는 야권의 후보가 아닌 '국민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누가 선택되든 '국민 후보'로 결정됐기에, 대다수 후보 지지자들은 '이제 우리는 하나'라는 동류의식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연합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국민 후보를 위해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18대 대선은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선택된 대통령은 차기 정권에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받을 수 있으며, 그런 국민적 지지는 정국을 운영하는데 안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단일화만 있지, 이 야권단일화를 통해 어떻게 승리할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둘이 합친다는 전제만 있지, 어떻게 합칠지, 과연 제대로 합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습니다.

정쟁을 통해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의 한 명이 야권단일화 후보로 결정되기보다, 온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통해 '국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국민 후보'를 모두 힘을 합쳐 밀어주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18대 대선을 즐기면 어떨까요?

' 야권단일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일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각기 출마하여 표가 나뉘고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하는 일, 그래서 차기 정권을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일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고 밀고 나가기보다,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포기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경선을 13연승이나 하고 올라온 인물입니다. 경선과정에서 보듯이 힘들게 올라온 거대 야당의 후보가 쉽게 자기 마음대로 야권 단일화를 위해 어떠한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친노인사 공격, 문재인 후보 흔들기, 민주당 내분 등으로 거대 야당이 가진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문재인 후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 태반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야권단일화에서 승리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대선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야권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아마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 때문에 걸림돌이 더 많아 힘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경선과정부터 현재까지 보여준 문재인 후보의 입장들


문재인 후보는 그간 경선과정이나 후보로 활동하는 기간,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야권 내부에서의 공격은 '수용'하는 모습을 새누리당의 공격은 '맞받아치기'로 일관했습니다.

야권단일화는 민주당으로 보면 외부적인 요인과의 경쟁이겠지만, 문재인 후보 스스로 본다면 내부적인 문제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라는 동류의식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문제라도 문재인 후보는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쉬운 예로 안철수 측이 '여론조사 단일화'를 민주당은 '경선 단일화'를 주장했을 때, 문재인 후보는 "어떤 것이든 하자"라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안철수 후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우리가 우려할만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조차 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실향민에게 연탄을 배달해주는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눠 손에 연탄이 묻은 문재인 후보, 출처:뉴시스


야권단일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 이 두 사람이 끝까지 자신들만의 입장을 고수할 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터의 생각으로는 문재인 후보는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 문제를 수용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욕을 먹고, 자신의 손이 더러워져도 개의치 않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단일화는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비상식을 이길 수 있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만 존중한다면 피터는 '야권단일화'가 오히려 차기 정권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라 '국민 후보'를 선출하는 움직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국민후보'를 다 함께 지지할 수 있는 '연합운동'이 있어야 합니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진정한 통합의 '국민 후보'를 상식적인 국민들이 만들어 줄 때, 그 누가 됐든 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온전한 국민의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