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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준길 교통사고, 진짜 우연일까?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 전화를 걸었던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난 시점이 사람들에게 많은 의혹을 품게 합니다. 정 위원은 순수한 친구사이의 전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금태섭 변호사와의 통화가 아침 출근길, 자신의 트라제 차량을 타고 가던 중 이루어졌다고 했습니다. 

정준길-금태섭 변호사와의 전화가 협박이냐 아니냐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던 중 정준길 위원이 금태섭 변호사와 통화하던 장면을 목격한 증인을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두 사람의 통화 당일인 4일 정준길 전 위원을 승객으로 태웠다는 택시기사는 "두 사람의 통화현장을 봤으며,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협박에 가까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 택시기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친구사이의 충고(?)라고 주장했던 정 위원의 말은 진짜 협박(?)으로 밝혀지는 셈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준길 전 위원이 어제 갑자기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정 전 위원은 11일 오후 3시53분쯤 서울 반포동 서초경찰서 건너편 내리막길에서 성모병원 방향으로 주행하던 중 가로등을 들이받아 차량이 전복됐고, 정 전 위원은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준길 전 위원의 교통사고를 보면, 조금 이상하다는 점이 몇 가지 발견됩니다.

' 생방송 출연자가 왜 그 시간에 서초동에 있었을까?'

정준길 전 위원은 어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할 예정이었습니다. 방송 시간은 오후 4시 50분경이었고, 사고는 대략 4시에 발생했습니다.

▲ 서울서초경찰서에서 세종로 미디어센터까지의 거리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날 사고를 당한 서울경찰서에서 채널A 스튜디오가 있는 세종로 영상미디어센터까지는 단순히 계산상으로 20분 가량 됩니다. 그런데 서울 서초동 경찰서 앞에서 강남성모병원 고속터미널 이 도로는 수시로 막히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4시 50분에 생방송 출연할 사람이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의심됩니다. 사고가 나지 않고 갔다면 아마 스튜디오에 4시30분경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보통 생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최소 1시간 전에는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연예인처럼 뻔한 인터뷰도 아니고, 돌발 질문이나 인터뷰 내용이 민감한 시사 관련 출연자가 4시50분 출연 예정인데 4시30분에 도착한다는 점은 방송을 아는 사람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왜 먼 중앙대병원으로 갔을까?'

어제 정준길 전 위원은 교통사고가 나자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교통사고가 난 지점은 서초경찰서 건너편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대로 직진하면 바로 강남성모병원입니다.

▲ 사고지점에서 두 병원까지의 거리


서초경찰서에서 흑석동 중앙대병원까지는 약 6킬로미터에 대략 20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강남성모병원은 약 1킬로미터,4분이면 도착합니다. 굳이 119구급차가 흑석동 중앙병원까지 갈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외상이 심한 중증 환자인데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이 꽉 차서 중앙대병원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준길 전 위원은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만 입었습니다.

경상의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병원 내지는 아는 병원으로 가도록 해주는 구급차의 특성상 중앙대병원으로 갔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이상한 점은 다시 발견됩니다. 그것은 중앙대 병원에서 치료와 진단을 받은 정 전 위원이 이날 저녁 7시에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도 들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진짜로 성모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면 원래 가려던 병원이 강남성모병원인데 흑석동 중앙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의혹이 생기게 합니다.

'진짜 큰 사고였을까?'

몇 가지 의혹을 놓고 정준길 전 위원이 자작극으로 교통사고를 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준길 전 위원의 사고 현장 사진, 출처:한겨레


언론은 가로수를 들이받고 전복됐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차도와 보도를 구분해 놓은 연석을 들이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량 전복이 단순히 가로수를 들이받았다고 발생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가로수를 들이받는 시점에 바퀴에 연석이 걸리면서 핸들을 꺽어, 차량 전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이렇게 연석을 들이받아 사고가 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커브길이 나오자 급하게 핸들을 꺽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충돌 직전에 사고를 막기 위해 핸들을 돌리다가 연석에 바퀴가 걸리는 경우입니다. 당시 교통사고 발생 사고 기록이 없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차량이 뒤집히는 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가 연석에 한쪽 바퀴가 걸리면 바로 전복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입니다.

필자가 전복 사고를 왜 이리 유심히 봤냐하면, 군대 수송병 출신이라 사고사례를 무수히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군대 차량은 전복사고가 많아서 차량 전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계속해서 교육받았던 점도 있습니다.

▲ 사고가 난 지점의 도로 상황


전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핸들조작에 있습니다. 진행방향과 다른 핸들조작인데, 사고지점은 커브 길도 아닌 단순한 직선 도로(옆으로 가는 길도 없습니다.)입니다. 이 부근에는 국립도서관이 있어 필자는 한동안 이 길을 걸어 다닌 적이 많은데 수시로 차량 정체가 되거나 차량이 서행하는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직선 도로에서 아무리 속도를 냈다고 해도 어떤 다른 요인 (핸드폰 통화:그런데 기자들이 그렇게 연락했어도 통화가 안됐다고 하는데ㅠㅠ/ 졸음운전:오후4시에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이외에 차량 전복 사고가 났다는 점은 석연치가 않습니다.

정확히 정준길 전 위원이 일부러 사고를 냈는지, 아니면 실수로 사고가 났는지는 현재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사고를 내려고 했다면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추려다 연석에 부딪쳐 차량전복까지 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정준길 전 위원이 출연하려던 방송프로그램의 자막 출처:채널 A


정준길 전 위원의 전화 통화를 목격했다는 택시기사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 많은 기자들이 정 전 위원과 연락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생방송 출연하기 전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사고가 나기 전까지 기자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에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자작극이나 우연이냐를 떠나 일단 그는 한동안 병원 입원(?)으로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 부응하는 진실 규명을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교통사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 박종진의 시사 프로그램 쾌도만평, 출처: 채널A


검사 출신 정준길 전 위원이 그저 보통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고, 전화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무조건 언론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생명의 끈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과의 관계까지 끊으려는 점은 그의 뛰어난 머리와 검사출신이라는 점에 비추어 쉽게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친구와 협박, 어느 말이 맞는지는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작극이냐 우연이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진실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숨겨져 있습니다. 진실을 찾는 방법은 모든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한 번쯤은 되짚어 보는 검증에서 시작됩니다.

▲정준길 전 위원의 통화가 협박에 가깝다고 증언한 택시기사 관련 보도 출처:시대일보


필자가 생각하는 생각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가 했던 발언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엄청난 파장을 갖고 올 수 있기에,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 모두 함께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가 정신적으로(?) 얼마큼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단순 타박상과 찰과상이라면 충분히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괜히 연예인처럼 스캔들 감추기 위한 '입원' 카드를 사용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맘 편히 치료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