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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과 박근혜의 서로 다른 '현충원 참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첫날 행보를,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현충원 참배로 시작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현충원 참배는 나라를 지킨 분들에게 자신들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필자는 어제 문재인 후보의 현충원 참배 사진을 보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고, 그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필자만의 느낌으로 올렸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했고, SNS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그 과정을 알리는 것도 박근혜,문재인, 이 두 사람의 본질적인 차이를 알려주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비가 오는 데도 우산을 쓰지 않고 참배하는 문재인 후보 일행ⓒ연합뉴스


문재인 후보가 어제 현충원에 현충문을 지나 현충탑으로 가는 장면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보면 그저 현충원에 참배하러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래 사진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연합뉴스


마치 여왕님을 호위하듯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모두 함께 현충탑에 들어서는 모습입니다. 위에 있는 문재인 후보의 참배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인이 현충원을 참배할 때 저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보도용 사진을 통해 '나는 정당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한마디로 조폭들처럼 세를 과시하는 의미가 큽니다.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이 항상 저런 식으로 현충원을 참배했고, 이들은 떼거리로 저렇게 다닙니다.

(물론, 어떤 기념일이나 행사에 정치인들이 함께 가는 것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각 정당의 대선 후보 개인의 일정이었습니다,)


어제 문재인 후보의 현충원 참배에는 선대위 비서실장 윤후덕 의원, 대변인 진선미 의원, 윤건영 수행팀장 등 최측근 몇 사람만 동행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직자, 의원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후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려고 했지만, 문재인 후보가 단독 참배를 요구해, 결국 문 후보의 뜻에 따라 다른 민주당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으로 현충원 참배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것과 단독 참배 그런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하시는 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정치인의 현충원 참배 코스 중에는 현충탑 헌화,분향, 역대 대통령 묘역 참배가 있지만, 이렇게 문재인 후보처럼 일반 사병 묘역에서 무릎 끓고 참배하는 모습은 정치인 현충원 참배 사진 중에서 처음 본 듯합니다. (혹시나 필자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이날 문재인 후보가 참배한 사병은 월남에서 전사한 고 김광진 하사의 묘역입니다. 필자가 이 사진을 유심히 본 이유가 저 묘역에 필자의 작은 아버님께서 잠들어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년 현충일 전후로 월남전에서 전사한 작은 아버님을 찾으러 가면서, 정치인들이 사병 묘역에 온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미디어] - '머나먼 정글'에 전우를 묻고 현충일에 찾은 국립묘지

사병 묘역에 참배한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충원 묘역을 간 사람이라면 장군 묘역과 일반 사병 묘역의 규모와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더 나라를 위해 일했느냐를 묻는다면 저는 그 모든 희생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현충원을 갈 때마다,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현대사] - 전두환 전 경호실장 국립묘지 안장,다음은 전두환?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박근혜와 사병묘역을 청소하는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가 박정희 묘에 참배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일부 언론에서는 박근혜의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참배에 빗대어 대통합에 어긋난다고 난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무조건 박근혜 편에서 기사를 내보내는 홍보지 역할로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박정희 유신 정권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독재 유신 정치로 수감되고, 군대에 끌려가야 했던 사람입니다.

[현대사] - 문재인은 왜 '특전사'에 가야만 했는가?

유신의 피해자에게 너를 괴롭혔던 사람의 무덤에 가서 왜 참배를 하지 않느냐고 외치는 언론이 과연 올바른 언론일까요?

일부 언론에서 문재인은 현충원 가서 왜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는다. 역사의 화해란 가해자가 자기반성과 함께 피해자를 찾는 것이다. 거꾸로 피해자에게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를 찾아가라고 요구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참배는 참배가 아닌 자신의 대선 홍보 전략으로 만든 치졸한 모습이었습니다.


[정치] -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박근혜의 '참배정치'

우리가 누군가를 참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고 그 삶의 기억을 존중하고, 그 뜻을 따르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슴에 품은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예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보여줬던 모습에는 예의도 그 숭고한 뜻을 기리는 마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

필자가 사병출신이라 그런지, 정치인으로 사병 묘역을 찾은 저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이 땅을 지킨 수많은 사람들은 저와 같은 평범한 국민들이었고, 그들이 조국의 위기 때마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나라를 위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킨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떤 권력이나 특정 계층,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온 국민이 인간적인 삶과 혜택, 그리고 권리를 누리기 위한 정치가 우선시되고 그런 정치를 국민은 원하고 있습니다.



어제 트위터에 문재인 후보의 현충원 사병묘역 참배 사진을 올리면서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지 몰랐습니다. 필자는 그것을 보면서 진짜 이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국민대통합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삶을 주권을 가진 평등한 존재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국민을 이용할 때, 국민은 권력의 칼날을 단호히 물리치고 새로운 정권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정치의 본질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 산골짜기에 살면서 깨닫습니다. 어떤 물질과 권력보다 이제 인간 본연의 삶을 추구하는 인생, 그것을 존중해주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