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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죽어가는 경제 살린다는 정책이 고작 '부자 감세'



정부가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정부는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어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경제 정책을 보면 MB정권이 그동안 실행하던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도표를 보면서 어떤 분들을 위한 정책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재정기획부가 발표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지원 강화대책, 출처:기획재정부


이번 경제정책의 핵심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양도세,취득세 감면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근로소득 원천징수액 조정, 개별소비세 인하입니다. 투자 활성화와 지방경기 활성화,사회안전망 강화도 있지만, 실제 국민이 피부로 다가올 수 있는 조항은 이 세가지로 보면 간단합니다.

○ 양도세,취득세 감면한다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취득세를 감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핵심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일반 부동산이 아닌 미분양주택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미분양주택이라 함은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악화로 팔지 못하고 있는 아파트가 주 대상일 텐데, 지금 가계부채가 경제를 위협하는 시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당연히 의문이 듭니다.

쉽게 얘기해서 현재 아파트를 가진 40대 가장이 아파트를 담보로 자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안 좋아 매상은 안 오르고, 대출금은 갚아야 하니 이중고입니다. 이때 자신의 아파트를 팔 경우 양도세가 감면되고, 사는 사람도 취득세가 50% 감면된다고 한다면 아마 구입하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혜택을 조금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분양주택 세금부분은 오로지 건설사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만 혜택을 봅니다. 그것도 올 연말까지입니다. 아시겠지만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의 이런 혜택은 서민이 아닌 부자와 건설사에만 환영받는 정책에 불과합니다.

○ 자동차,가전제품 개별소비세 인하가 소비를 부추길까?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개별소비세는 특정 제품에 대한 과세를 5-20% 차등적용하여 고가의 제품 등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비싸서 평소에 구입하지 못했던 제품도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면 제품 가격이 내려가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이번에 낸 개별소비세 인하는 그리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른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금액과 현재 자동차 회사가 벌이고 있는 할인혜택. 출처:기획재정부, 기아자동차 화면 캡쳐


요새 자동차 업계는 난리입니다. 8월 국내 승용차 판매가 20%나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자동차 업계는 유류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차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보면 알겠지만, 엑센트,아반테 같은 경우 25만원에서 30만원 선입니다. 기름값이 비싸서 있던 승용차도 파는 요즘 누가 고작 20-30만원 때문에 자동차를 사겠습니까?

물론 체어맨,그랜저 같은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약 70만 원 가량이나 세금이 싸졌기 때문에 구매 적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는 대용량 에어컨,냉장고,세탁,TV와 같은 대형고급 가전제품이나 고급 승용차에 유리하기 때문에 부유층만을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는 아주 효과적입니다.

지금 주부들은 백화점은커녕 마트에 가도 장을 볼 때마다 물건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파는 고가의 가전제품에 관심이 있겠습니까? 실질적인 생필품 가격은 인하할 생각은 안 하고, 오로지 고급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매출액 감소를 증가 히기 위한 노력은 끝까지 비지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현정부의 경제 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월급이 지난달보다 많아진다고, 진짜?

정부는 소비 증진을 위해 근로자의 급여에서 공제하는 근로소득세액 원천징수세액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원천징수세액이 인하되면 매달 받는 급여도 많아질 것이니, 가정에서는 이 돈으로 물건을 많이 구입하고 이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부가 발표한 원천징수세액 인하율 출처: 기획재정부


정부는 월 급여가 500만 원인 4인 가구 근로자라면 세금이 약 2만 8,000원 가량 덜 떼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월 급여 500만 원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필자가 생각하는 대다수 근로자의 급여는 300만 원이 제일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300만 원 받는 4인 가구 근로자의 경우를 보면 단 7천750원의 원천징수세액이 줄어듭니다. 한 달에 7천원이면 저에게는 크겠지만, 사실 이 돈으로는 울 딸아이가 쓰는 6개들이 물티슈 하나도 못 삽니다.  

저소득층 가구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원천징수세액의 맹점은 이전과 별 차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즉 원천징수세액이 줄어든 만큼 내년 초 연말정산으로 환급받는 금액도 줄어들어, 최종 납부세액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 방송에 나온 교수는 950만 명이 4조원 환급을 미리 받아 그 이자만큼의 이득이 있다고 하는데, 월 7천원의 이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계산하기도 창피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무조건 4.4%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데, 10만 원을 받아도, 50만 원을 받아도 항상 똑같습니다.

결국, 급여가 많은 사람은 미리 환급받아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은 서민에게는 전혀 효과도 없는 정책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원천징수세액 인하가 마치 경기 부양책으로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리 큰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국가의 재정 위기를 악화시켜 차기 정권이 그 뒤처리를 하게 만드는 완전 먹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세금을 많이 거뒀다가 연초 연말정산때 돌려주던 것을 덜 걷고 안 돌려주겠다는 이런 모습을 보면, 왜 갑자기 별 효과도 없는 정책을 대선 100일 전에 실시해 마치 월급이 더 많아지는 것처럼 홍보하는지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진짜 필요한 세금 정책은 왜 안 하나?'

이 글을 읽는 평범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내는 세금이 무엇일까요? 바로 유류세입니다. 2010년 기준 대한민국 국세에서 간접세 비중은 53%이고, 실제 근로 소득세(13조)보다 유류세(20조)를 더 많이 징수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소득세 차이는 별로 없으면서, 사회 활동에 필요한 세금은 동일하게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톤짜리 생계형 트럭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경제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는 유류세가 부자와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돈 가진 사람들이야 회사 명의로 승용차를 몰거나 리스를 하면 모두가 세금 감면을 받지만 ,일반 근로자들은 소득공제도 안됩니다.

원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12년 말에 끝납니다. 그런데 정부는 8월8일 세제 개편안을 통해 교통세를 2015년 12월31일까지 또다시 3년 연장 했습니다.

▲ 교통세 사용 용도 출처:경향신문


처음 교통세가 신설되면서 이 세금으로 도로를 확충하는데 사용됐던 점은 우리 모두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통세가 원래 목적에 맞게 유류세 인하에 사용되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토건쪽에 무차별적으로 투입됩니다. 알다시피 도로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이번 정권은 저 돈이 모두 어디에 사용됐습니까? 바로 4대강 사업에 사용됐습니다.

결국,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사와 같은 토건족에게는 정부 각 부처가 만만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세 인하는 절대 반대를 외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교통세는 2015년까지 연장됐습니다.

▲ 2011년12월31일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 출처:민중의 소리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은 2011년 12월31일 한국판 '버핏세'로 불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3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 세율 38%를 부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소득자는 불과 전체 소득자의 0.17%,3만 5천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여야 공동 발의안에 따른 2억 원 초과 세율을 통과시켰다면 세수 효과는 5조4천억 원이었는데, 박근혜 비대위 주장에 따라 소득세율을 개정한 결과, 세수 효과는 1년간 겨우 5천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경제민주화라고 요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자꾸 강조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런 말뿐인 경제민주화는 지금 세대가 공감하는 보편적 복지를 외면하는 정책입니다. 보편적 복지 정책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공정하게 내고, 그 세금으로 고령화 시대의 복지를 준비하고 그 혜택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정책의 본질은 단순한 경제 활성화 이전에 진정한 경제민주화라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저 단기간의 처방 (그것도 올 12월말까지) 만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모습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을 딱 정해놓은 꼴입니다. 이번 정권이 망가뜨린 경제민주화를 회복시키던지, 아니면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던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마치 부자가 아닌데도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입니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말뿐인 '경제민주화'이전에 이땅에 올바른 조세정의가 실현되려면, 우선 '정의'가 무엇인지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