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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문후보, 문재인 10연승을 막지 못한 이유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전,세종,충남 경선에서도 승리해 10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9월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 총 투표수 2만4084표 중 1만5104표(62.71%)를 얻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누적 득표율 50.38%로 결선투표 여부 기준인 50%를 충남 경선에서 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민주당 세종,대전,충남 순회 경선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어제 충남 경선에서 가장 기대감이 높았던 후보는 손학규 후보입니다. 손 후보는 충남에서 득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합계 4.380표 득표율 18.19%만 얻었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2640표(10.965)로 3위, 정세균 후보는 4위(1960표,8.14%)를 기록했습니다.


여태까지의 민주당 경선 누적 득표율을 보면 정세균 7.77%,김두관 18.34%,손학규 23.50%,문재인 50.38%로 문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은 득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누적득표율이 높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대구 16.944명, 경북 14.359명은 다른 지역보다 적은 선거인단이지만, 남아 있는 경기,서울 선거인단은 302,196명으로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해당 지역 주소 불일치 모바일 투표단과 지역별 선거 이후 신청한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제주,울산 재투표 부여자를 합친 160,155명과 6.9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 시민선거인단 71,608명을 더하면 경기,서울 경선 참여자는 총 533,959명으로 누적 선거인단보다 훨씬 많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 강세이고, 각 지역 경선에서 꾸준히 득표했기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워낙 대규모 선거인단이기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막판 혈전도 예상됩니다.

'비문 후보들의 비상식적인 주장'

문재인 후보가 연승을 달리면서, 비문 후보 측에서는 계속해서 모바일 투표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비문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 이전에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크게 실수하고 있는 점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비문 후보들의 가장 큰 전략적 오류는 모바일 투표 오류 주장 이전에 근거가 희박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문 후보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많기에 처음부터 투표용지를 통한 현장투표를 했어야 한다

모바일 투표가 완벽할 수 없음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난 2002년부터 민주당이 내세운 정당 정치에 관한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진화하는 과정을 우리는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모바일 투표가 경선 과정에서 재투표를 할 만큼 불합리했느냐 따지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부정의 증거가 확실히 나왔다면 10회까지 오는 동안에 벌써 경선이 중간에 파행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증단 회의에서 인정하고 넘어 갔던 사안들로 보면 경선을 중단할만한 불법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비문 후보들은 투표용지를 가지고 현장투표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경선 투표율이 낮은 이유도 모바일 투표 때문이라고 자꾸 강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민주당 경선 지역별 투표율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대의원 투표, 권리당원과 시민 선거인단의 현장투표, 권리당원과 시민 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입니다. 그런데 도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대의원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 비해 높지만, 그렇다고 지난 전당대회처럼 80%를 넘지도 못합니다. 여기에 현장투표율은 처참합니다. 어제 열린 충남,대전,세종 투표율은 10.37%입니다. 최악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모바일 투표율은 최저 58%, 최고 69%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의원,현장투표, 모바일 투표를 각각 분석해보면 모바일 투표율이 제일 높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이 치러진 10번의 지역 경선의 평균 투표율입니다. 대의원 투표율은 62.60%,모바일 투표율은 63.92%입니다. 전체 투표율은 55.72%인데,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17.59%에 불과한 현장투표율 때문입니다.

비문 후보들이 주장하는 모바일 투표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 투표용지를 가지고 직접 현장 투표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그랬다고 현장 투표율이 높아졌을까요? 물론 어느 정도는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17.59%의 현장투표율을 보면 50% 이상 넘었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손학규 후보가 민주당 경선 연설에서 주장하고 있는 모바일 민심 출처:YTN 캡쳐 화면


비문 후보들은 모바일 민심이 왜곡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그동안 득표해온 모바일을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선거인단 규모가 10만 명을 목표로 했지만, 민주통합당은 1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최소 수십만 표의 모바일 투표를 움직일 수 있다면 가히 선거의 神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 부정을 하기도 불가능하거니와 그런 부정이 있었다면 벌써 파악됐을 것입니다.

특정세력의 정체 모를 민심이 모바일로 민주당을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과연 현장투표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최소 현장투표율이 50%가 넘은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평균 현장투표율 17%가 민주당의 민심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들 비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 12월 대선, 민주당원으로만 치를 것인가?'

비문 후보들은 민주당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라고 주장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민주당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경선 파행과 잡음을 내는 사람들을 더 이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 9일 오후 대전광역시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제18대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연설에 나서자 일부 참석자들이 달걀과 물병을 투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주를 시작으로 민주당 경선 현장에는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물병투척과 괴성, 달걀 투척이 끊임없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가뜩이나 민주당 경선을 관심도 재미도 없다고 보는 국민을 더 외면하게 합니다.

비문 후보 그 누구도 이런 사태에 대한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저들이 후보 지지자들인지, 다른 정당의 조직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비문 후보들이 진정 올바른 민주당 경선을 원하고, 민주당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런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우리 모두 이런 방법으로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했습니다. 

MB 심판이라는 이유로 민주당을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물론 정권교체의 필요성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하고 난 뒤에 누가 어떻게 정권을 운영할 것이라는 점이 유권자의 마음을 더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정당과 대선주자 관련 지지율 (조사기간 8월27일~8월31일) 출처:리얼미터


새누리당 지지층과 민주당을 비교해보면 훨씬 새누리당 정당 지지층이 막강합니다. 민주당은 민주당 자체의 자생력이 조금 부족한 정당입니다. 그 부족함을 누가 채워주었습니까? 바로 국민입니다. 단편적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문재인 후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반문해봅시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하지 않았다면 아마 김두관, 손학규 후보가 서로 격돌하면서 주목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과연 현재 민주당 경선보다 더 흥행이 됐을까요?

지금 2012년은 아날로그 정치가 아닌 디지털 정치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흔히 4.11 총선을 가지고 SNS가 진짜 투표로 이어질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4.11 총선은 MB 심판이 아닌 새누리당의 지지기반과 민주당 지지기반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지역적인 총선에서는 디지털 정치가 힘을 얻지 못하겠지만, 대선이나 서울시장 보궐 선거 같은 단독 선거는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관련 KBS 편바 방송 기사 출처:경향신문


필자는 그 증거로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 간의 서울시장 선거 격차가 단 0.6%였다는 점과(만약 KBS를 비롯한 언론이 편파적인 여당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점을 손꼽습니다.

모바일 민심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하는 비문 후보들의 주장은 원칙적인 정치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전략적 오류에 있습니다.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포기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20-30대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젊은 층의 민심이 반영된 모바일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권리당원의 현장투표율의 참여율도 낮은 상황은 정당 조직조차 비문 후보들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현장투표율이 최소 50%가 넘고, 비문 후보들과 문재인 후보 간의 격차가 모바일처럼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면 비문 후보들이 주장하는 모바일 민심 왜곡 논리가 전략적으로 맞아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필자는 민주당 경선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행복하고 즐겁기 상상했습니다. 당시 박영선 후보는 45.57%, 박원순 후보는 52.15%를 얻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습니다. 그때 당시 3만 명의 선거인단은 60%라는 투표율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았지만, 당시 많은 국민은 야권이 하나로 합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선과정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비문 후보들이 지금 문재인 후보의 10연승을 막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별것이 아닙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싸울 적은 문재인과 당지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외쳐야 했던 대상은 국민이었고, 국민에게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어야 합니다.

민주당원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면 현장투표율이 17%라도 투표용지를 가지고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식이면 됐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라는 정당으로만 대선에 승리한다는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경선은 국민을 끌어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모바일 투표 이외에 대안은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민주당 서울,경기 경선의 현장투표소 선거인단은 총 57,500명입니다. 여기서 투표율을 70%로 가정하면 40,250표입니다. 비문 후보들이 자신들 주장처럼 현장투표에서 승리한다면, 충분히 결선 투표를 갈 수 있는 득표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비문 후보들이 모바일 민심 왜곡을 주장하기보다는 민주당원의 민심을 보여줄 수 있는 현장투표에 권리당원이 많이 참석해달라고 애타게 부르짖어야 마땅합니다.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비문 후보들이 마지막 경기,서울 현장투표에서 투표율이 70%가 넘고, 그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를 위협한다면 충분히 문재인 후보도 결선투표를 해서 민주당원을 하나로 만들어 대선까지 끌고 갈려고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투표하지 않으면서 비난하는 행위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17%의 현장투표율만이 정확한 민주당원의 민심이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왜 민주당 경선에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지를 분석하고 그들을 끌어올 수 있도록 비문 후보들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를 돕기 위해 뭉친 야권 대표들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경선에 담긴 시민과 국민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경선 모바일 투표에 참여했던 시민과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더불어 외면했던 민주당원의 현장투표를 이끈다면 민주당 경선은 아름다운 승부로 끝날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옵니다. 부디 민주당 경선이 말뿐인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되자'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후보가 함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조각을 맞추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