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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대선 출마, 왜 하필 '노무현길'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5월13일 '국민과 함께하는 무등산 노무현길 전국산행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산행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모행사를 마무리 지은뒤 가급적 빠른 시기에 대권 도전을 선언하겠다"며 사실상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습니다.

얼마 전 불출마설까지 돌았던 문재인 이사장의 모습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에 밝힌 대선 출마는 확실히 그의 마음이 결정됐고, 이에 따라 앞으로 그가 대권을 향해 쉬임없이 나갈 것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공식출마는 아니지만, 그동안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았던 문재인 이사장이 대권 도전을 확실히 명시한 자리가 왜 하필 무등산 노무현길 산행이었을까요? 이 안에 담긴 문재인 이사장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그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등산에 담긴 노무현의 마음을 되새기다'

2007년 5월19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무등산에 시민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문빈정사를 지나 의재미술관,중머리재와 장불재를 시민들과 함께 타박타박 걸어 올랐습니다. 사실 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도전에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가 많은 시민들과 왜 무등산에 올랐는지, 그가 무등산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무등산에 오른 그가 감탄하듯 남긴 한마디 말에 모두 담겨져 있었습니다.

▲ 지난 2007년 5월 19일 광주광역시 무등산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명록에 "아, 참 좋다"라는 글을 적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무등산에 올라 방명록에 적은 말이 바로 '아 ! 참 좋다'였습니다. 보통 '민주화의 성지~~~'라고 쓰던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그는 감탄사에 가까운 '아 ! 참 좋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에게 무등산 산행은 처음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았던 광주를 떠올리며 초심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정부 관료와 보수 수구 세력과 치열하게 싸웠던 힘겨움에서 벗어나 마음 편하게 시민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리 좋았을까요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권좌에 오른 권력자이기보다 국민과 함께하는 자리라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시민과 함께 앉았던 숲이 청와대의 푹신한 소파보다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으로 받았던 아픈 상처를 시민에게 위로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갔던 그 길을 문재인 이사장이 갔습니다. 그것은 노무현이 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이 문재인의 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노무현길 전국산행'에 참석한 문재인 이사장이 다리와 허리를 굽히고 시민들과 사진을 찍은 모습

문재인 이사장이 단순히 노무현의 친구와 그림자로 대권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이 가고자 했고, 만들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설계도를 이어 받은 것뿐입니다.

"문재인에서 노무현을 빼면 무엇이 남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 동안에는 정치 밖에 있었으므로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구체적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 (문재인 이사장 기자간담회 발언)

문재인 이사장은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가장 핵심인 '사람 사는 세상'을 물려받았지만, 집을 짓는 방식은 노무현과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그가 '노무현길 산행'을 통해 느끼고자 했던 것은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국민에게 오히려 위로받는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떠한 정치권력보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보입니다.

힘들 때마다 산을 찾았던 노무현과 문재인의 비슷한 모습을 통해, 그들이 생각했던 초심이 '국민과 사람'이라는 키워드이기에 국민들은 '아 ! 참 좋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16부작 정치 드라마의 시작,광주'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언론과 정치평론가, 정치인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했던 후보는 이인제였고, 노무현 후보는 군소 후보로 지지율도 10% 미만이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주역은 바로 '국민경선제'였습니다. 전국 16개 시도를 돌면서 당원 50%:국민 50%가 직접 투표하는 방식의 '국민경선제'를 통해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될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한화갑 후보가 1위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광주는 볼 것도 없이 한화갑 후보의 1위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3월16일에 열린 광주경선은 '국민경선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극적이었습니다.

▲ 2002년 3월16일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광주 경선대회의 노무현 후보


호남 출신 한화갑 후보가 3위를, 영남 출신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지역에서 1위를 했던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오랫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가로막고 있었던 지역주의 벽이 무너진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들의 위대한 승리, 민주당의 승리, 한국 민주주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소감)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과 충청을 제외한 강원도,전남,전북,경남,대구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결국 2002년 4월26일 새천년민주당의 16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됩니다.

▲ '무등산 노무현길'산행에서 노무현 재단 회원에게 노란색 풍선을 흔드는 문재인 이사장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길 전국산행 대회'의 행사장인 장불재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택해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광주,전남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정권교체를 하고 싶다'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10년 민주정부의 맥을 잇는 중요한 선거로 그동안 광주가 선택하고 지지한 인물이 모두 대통령이 됐다.광주가 그 중심 역할을 했다. 많은 지지와 격려를 당부한다" (문재인 이사장 기자 간담회)

그가 광주에서 대선출마 의지를 밝힌 이유가 여기에 담겨 있다고 봅니다. 지역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영남출신 문재인 이사장은 광주의 힘이 필요하고, 그것은 정권교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사실 투표권은 대구,경남 등 영남 지방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어느 한 지역의 득표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고, 한 지역의 지지만으로 대통령이 된들 그것이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지지를 받아야 제대로 된 대통령이 될 수 있기에, 문재인 이사장도 정권교체를 위해 지역주의를 뛰어넘고자 하는 마음을 이번 '노무현길'에서 밝히고 묵묵히 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노무현의 길, 무조건 좋을까?'

우리는 문재인 이사장이 '노무현길 전국산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갔던 그 길을 가니 무조건 대권 도전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길은 너무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중동과 치열한 전쟁을 펼쳤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왜곡과 언론의 공격을 받았고, 이는 참여정부 시절 내내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보수 세력의 창으로 그를 참 아프게 했습니다. 이랬던 조중동과 보수언론, 여기에 MB정권에 장악된 방송사들이 노무현의 정신을 따라 정권교체에 나선 문재인 이사장을 가만두겠습니까?


아마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되면 조중동과 방송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날카로운 칼로 문재인 이사장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광분할 것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시점이 6월9일경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사상 최고였던 60%를 기록했던 점입니다. 경선 직후 그렇게 높았던 지지율은 가면 갈수록 떨어졌고, 나중에는 대통령 후보 지지철회를 요구하는 거센 공격을 받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몽준과의 단일 후보 과정이 앞으로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많은 변수가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 과정과 매끄럽지 않은 야권연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정치문화에서 태어났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게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문재인 이사장의 결심이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룩하는 모습으로 완성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어게인 2002년' 다시 꿈꾸고 싶습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했던 사람을 청와대에 보내고 싶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