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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쓴소리 듣기 투어'가 기가 막혀



새누리당 5.15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조용한 전당대회를 치르면서도 민심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1박2일 쓴소리 듣기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쓴소리 듣기 투어에는 5.15 전당대회에 나서는 김경안·김태흠·심재철·원유철·유기준·이혜훈·정우택·홍문종·황우여 후보 모두가 참석했으며, 새누리당은 이런 자신들의 모습이 다른 정당과는 차별화된 전당대회를 보여준다고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쓴소리 듣기 투어'는 옛날과 변한 게 없는 그저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이런 정치쇼를 방송 카메라와 언론사 기자를 대동하며 보도했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 MBC 뉴스에 보도된 새누리당 '쓴소리 듣기 투어' 출처:MBC 뉴스 화면 갈무리


새누리당 5.15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쓴소리 듣기 투어'에 나서면서 조용히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쓴소리 듣기 투어'는 1박2일 프로그램보다 더 치밀하게 계획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들이 가는 장소에는 미리 경찰이 배치되어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고, 그들이 타고 오는 버스를 위한 카메라가 수십 대씩 행사 장소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고 방송 카메라는 물론 언론사 기자들이 준비하는 정도야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들이 진짜 행사장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쓴소리 듣기 투어'에 참석한 새누리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의 모습 출처:새누리당


새누리당 '쓴소리 듣기 투어'에 참석한 후보자들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국어린이집'에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한국 어린이집'에서는 많은 어린이집 보육 교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발표자들은 새누리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을 향해 과중한 업무에도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 힘든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열악한 보육 시스템과 보육 교사 처우에 관해 이야기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새누리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은 몇 명 교사의 이야기만 듣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들은 쓴소리 듣기는 대충 하고 잔디밭에 나와 사진을 찍고 '한국어린이집'을 떠났습니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참석자 가운데 한 어린이집 원장은  “사진 찍으러 왔나. 당신들 들러리 하러 팔려온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 '쓴소리 듣기 투어'가 사진촬영과 홍보를 위해 자신들을 이용했다면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듣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변명하지만, 이해못 할 행동은 어린이집을 떠나서도 계속됐습니다.

▲ '쓴소리함'을 들고 있는 새누리당 참석자들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하는 새누리당 5.15 전당대회 후보자들은 휴게소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통에서는 '쓴소리함'을 들고 다니는 이상한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3인 1조로 쓴소리함을 들고 다니며 시민들에게 새누리당을 향한 조언을 '쓴소리함'에 넣어달라고 외치며, 눈도장과 얼굴 홍보에는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쓴소리 듣기 투어'는 1박2일간 전국을 돌면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그저 형식에 불과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 새누리당의 '쓴소리 듣기 투어' 일정표


수원, 대구,전주,대전,서울에서 열린 '쓴소리 듣기 투어'는 대부분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길 수도 있지만, 그 한 시간 안에 학교폭력이나 일자리,보육,서민,물가 등 다양한 목소리를 깊이 있게 듣기는 누가 봐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일정표를 보면 마치 새누리당 '쓴소리 듣기 투어'가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다 듣는 만남처럼 보여, 방송에는 새누리당이 엄청나게 변화된 모습으로 비추어졌습니다.

▲언론노조원들이 새누리당의 '쓴소리 듣기 투어'버스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쓴소리 듣기 투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 정치쇼였습니다. 정작 파업 중인 언론인들의 목소리는 국회 경비원들을 동원해 차단하고 정치쇼를 벌이는 이들이 정작 노리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방송에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그들은 노력하는 정치인으로, 통합진보당 사태는 썩은 정치인으로 비교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런 화면 구성은 국민에게 새누리당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미지로, 통합진보당은 말뿐이고 믿지 못할 정당으로 야권 모두를 비난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통과시키거나 국정운영에도 필요합니다. 새누리당은 이런 전략과 경험이 풍부한 집단입니다. 그래서 무서운 것입니다.

단순히 정치쇼라고 그들을 폄하하기보다, 왜 저런 '정치쇼'를 구태여 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그들의 무서움과 치밀함을 파악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새누리당의 뻔한 '정치쇼'를 믿고 그들의 가증스러움에 현혹되는 순진하면서도 답답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늘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