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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통합진보당? 이제 '진보시즌2'로 바꾸자



통합진보당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송과 언론에서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블로거인 저는 '진보의 가치'에 대한 포스팅 이외에는 한 번도 통합진보당 관련 포스팅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는 이번 사태가 진보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도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통합진보당 내의 계파 갈등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습니다.도대체 통합진보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봤습니다.

'이념의 시대에서 다양한 가치관의 시대로'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도하는 방송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주사파','NL','PD'라는 용어입니다. 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녔던 저도 이 용어를 잘 모릅니다. 아니 설명을 하려면 너무 깁니다. 그래서 포기합니다. 그것은 당시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이념이 과연 지금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느냐는 물음 때문입니다.

독재 군사정권에서부터 지난 2000년까지 줄기차게 달려온 학생운동은 어떤 이념의 지지가 아닌 반독재,노동운동에 대한 지지로 여기까지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자유에 대한 변화 속에서 학생운동은 쇠퇴했고, 지식인으로 대변되었던 대학생은 이제 그들의 존재조차 지키지 못하는 계층으로 무너졌습니다.

그들이 가진 이념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어떤 동구권과 이데올로기의 변화도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이제 이념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단순한 논리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시대에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주사파,NL,PD'등으로 불리던 이념이 지금은 다양성을 가진 수많은 개개인의 가치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기에, 써먹을 데가 없는 전혀 없는 이론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 학생운동은 모든 문제를 하나의 이론을 통해 정립하고 규정할 수 있었고, 그것을 하나의 투쟁의 이념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그 이론을 맹목적으로 따랐던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지식인으로 불리던 대학생과 운동권의 이념이 이제는 낡은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이념이 나의 이념이 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 사람의 주장에 동조하지만, 더 많은 개인적 가치와 생각이 달라졌고, 하나의 문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너의 어려움은 이런 이념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해봤자, 문제가 이념 따위로 해결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념투쟁에서 의회정치로의 변화'

이념을 앞세운 투쟁의 시대에서 이제 제도권 의회정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운동권이 대거 제도권 정치로 진출을 모색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통합진보당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제도권으로 들어온 운동권이 착각과 심각한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것은 의회정치는 대중정당으로 시민에게 인정받는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데, 그 방향성을 과거 이념투쟁을 했던 운동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회정치, 즉 정당과 국회의원 선거는 과거 운동권이 했던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운동권 지도부의 명령으로 조직이 운영됐지만, 지금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시민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점을 망각하면 정당이 지도부의 소유물이 되어 버리고, 나중에는 시민의 버림을 받게 됩니다.

저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정치블로거이지만, 그들이 가진 무서움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십 년간 의회정치를 운영하며, 어떻게 대중을 움직여 국회에 진출할지 아는 자들입니다. 이들의 가치는 시민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시민의 지지를 받는 이상한 현상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수십 년간 대한민국 국회를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이고, 지금 통합진보당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그들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정치의 전략을 배우라는 뜻입니다.

▲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면서 만든 홈페이지, 웹에이전시 출신인 필자가 보기에 대한민국 정당 중에서 가장 잘 만든 웹사이트


대중정당은 시민의 지지를 먹고 삽니다. 그렇다면 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것에 맞춰 변화하고 개혁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과거 운동권이 보여줬던 지도부에서 하부 조직으로 내려오는 명령식 체계를 가지고 제도권 밖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세력이 의회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당정치의 노하우를 배우고(날치기,폭력과 같은 악습과 부정이 아닙니다) 그것을 통해 대중정당으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도구를 이념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진보시즌2 운동을 통한 진보의 가치를 살리자'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보시즌2 운동'을 통해 진보의 가치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보시즌2 운동'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진보시즌2 운동

- 정치정당으로 기본을 갖추자
- 국민과 함께하는 대중정당으로 바뀌자
- 정당운영은 민주주의 방식으로 투명하게
- 국정운영에 합당한 정당으로 변화
- 정당의 소유는 지도부가 아닌 국민

진보시즌2 운동이라고 색다른 것이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당이 가져야 할 기본을 지키면서 국민의 삶과 함께 가는 대중정당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정당운영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투명하고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진보시즌2 운동'에 방해되는 요소는 모두 제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운동권 방식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대중정당을 운영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은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세력의 정당을 지지한 것이지, 과거 운동권 지도부를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당이냐 탈당이냐에 대한 해법 이전에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전제를 가져야 합니다. 즉 자멸이나 붕괴로만 인식하지 말고, 통합진보당의 사태가 과도기에 있기에 이번 기회에 대중정당으로 제대로 가는 갈림길에 있다는 생각으로 통합진보당 사태를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계파 수장들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정당의 가장 큰 위협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맞는 정당이 나오면, 이전에 지지하던 정당을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수십 년간 7080세대를 매료 시켰던 녹색당 지지자 1만7,000여명이 해적당에 표를 던졌다. 해적당은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낀 인터넷 세대의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이들이 처음 정당정치에 나섰을 때 기성정치인들은 치기 어린 젊은이들의 장난으로 여겼다 』

지금 통합진보당이 분당이나 재창당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당은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진보세력이 대중정당으로 바뀔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진보시즌2 운동'은 통합진보당을 살리는 길이 아닙니다. 진보의 가치를 기다리고 추구하는 국민에게 새로운 진보 대중정당을 선보이고 평가받는 의미이자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준엄한 국민의 심판입니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이제 통합진보당의 존재 여부를 말하는 시기가 아닌, 새로운 '진보시즌2 운동'을 어떻게 전개하고 무슨 방법으로 진보의 가치를 의회정치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진보시즌2 운동'은 정당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기초로 합리적이고 균형을 갖춘 정치구도를 추구해야 합니다.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타협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지향해야 합니다.[각주:1]

  1. 2007년 ‘FAZ’출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