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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백분토론'에 숨겨진 새누리당의 교활한 꼼수



4.11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총선 후보자간의 여론 조사가 발표되면서 선거운동은 더욱 가열될 전망입니다. 그런 가운데 어제 'MBC 100분 토론'에는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나와 4.11 총선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과 이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제 백분토론을 보면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새누리당만의 무서운 전략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전략을 뛰어넘어 교활함이 돋보였던 그들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MBC 100분 토론 화면갈무리


백분토론에 참가한 패널은 각 정당별로 1인씩 총 6개 정당이 출연했습니다. 각 정당은 정당을 대변할만한 정치인들이 나온 반면에, 새누리당은 광고인 출신의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출연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을 출연시킨 것이 새누리당 꼼수의 시작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홀로 빨간 점퍼를 입고 나타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어제 백분토론에 참가했던 패널들의 옷차림은 대부분 양복과 정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조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선거용 점퍼를 입고 나왔습니다.

MBC 100분 토론 화면갈무리


이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묻는 분에게, 선거에서 정당 고유의 색깔을 홍보하는 일은 수백 개의 공약과 정책을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각 정당의 대표 색깔은 정당의 이념은 물론이고, 정체성, 나아가 투표 번호를 각인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유세방안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중요한 색깔을 조동원 본부장은 인식했는지, 혼자만 새누리당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점퍼를 입고 나왔고, 양복과 정장을 입은 다른 정당에 비해 방송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색깔을 부각해주었던 것입니다.

백분토론에서 이런 의상 부분을 미리 합의하지 않았던 것이 약간은 의심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과 MB는 다른 사람이다?'

조동원 본부장은 토론 내내 이명박 정부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지금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어법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말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새누리당은..."
"민간인 사찰을 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청와대에 물어봐야지"

마치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거의 야당처럼 토론 내내 이명박 정부와의 선 긋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위원장과 이명박 정부를 나눔으로 MB정권의 실패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전혀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새로움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대통령이 속해 있던 정당이었습니다. 이 말은 아무리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고 외쳐도, 사실 그들은 쌍두사처럼 머리가 두개이고 몸은 하나인 존재들입니다.

 

MBC 100분 토론 화면갈무리


'정치 문외한이 보여준 교묘한 물타기'

이번 백분토론에서 조동원 본부장은 '자신은 정치를 모른다'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정책에 관한 상대방 질문에도 항상 '저는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라고 입을 열면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총선특집 토론회는 정치를 논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앉아서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래서 '백치 조다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언뜻 보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런 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결국 말싸움과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만드는 연출입니다.

특히, 새누리당은 당장 받아낼 정치적 공세를 정치를 모르는 단순한 홍보 전문가를 내보냄으로, 문제가 되는 민간인사찰과 내곡동 사저, 한미 FTA 등 현안을 모두 빗겨가 버리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새누리당은 백분토론뿐만 아니라 선거법상 규정된 법정 토론회에서도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새누리당 서용교 후보는 (부산 남구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선거방송토론회에 아예 불참하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렇게 법정 토론회에 불참한 경우는 2010년에 제정된 과태료  규정 신설 후 처음입니다. 서 후보는 선거후보에 부과된 의무 사안을 팽개치고, 아예 4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습니다.

서용교 후보가 과태료를 내면서 토론회에 나오지 않은 까닭은, 지역 현안에 너무 어두워 토론회에 나오면 망신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서 후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박성호 후보는(창원시 의창구)는 경남 지역 방송국이 주최하는 합동 토론회에 불참했습니다. 토론회 직전 불참을 통보하고, 다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수차례 번복끝에 결국 불참했습니다.

박 후보는 토론회 주최측에 '4대강 사업과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사태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묻는 질문을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나는 로봇에 불과하다.캠프에서 하라는대로 할 뿐이다'라는 로봇설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박선희 후보는(경기 안산 상록갑) 방송 토론회 도중 사회자가 '반월 시화화공단'에 관한 질문을 하자 “우선 시화 반월 사업단지 문제, 오래 전부터 많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국가 예산으로 지원을 받아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고 또 그…” 라는 말만 하고 한참 동안 말을 멈추고 (동영상을 보시면 중간에 멈춘 것이 아닙니다.) 하늘 한 번 보고 웃음 짓고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답변을 끝내버립니다.
 
박 후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동작을 몇 번 하다가 결국 토론회장을 뛰쳐나갔고, 한참 뒤에 다시와 자신의 공약만 발표하고 질의는 응답하지 않고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박 후보 캠프는 질문지를 받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박선희 후보는 예전 언론사 토론회에서는 자신이 다른 후보보다 안산에 대해 더 많이 잘 안다고 큰소리를 쳤던 사람이었습니다.


새누리당 후보 중에는 별의별 이유로 토론회를 거부한 후보들이 많았습니다.

'병원진료'때문에 토론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조현룡 후보(경남 함안합청의령)
'시간이 아깝다'며 불참을 통보한 김태호 후보(경남 김해을)
'백분토론을 주간으로 옮겨달라'고 했던 김종훈 후보(강남을)


MBC 100분 토론 화면갈무리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주제에서 그의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조동원:"노무현 정부도 불법사찰이 있었습니다."
천호선:'"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조동원:"저는 모르죠"


이것이 새누리당이 토론회를 대하는 전략입니다. 정치도 모르고, 진실도 모르고 그냥 앵무새처럼 써준 답변이나 읽고 언성만 높이면서 토론회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이들에게는 토론회를 잘해도 본전이고,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예 토론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해버리는 것입니다. 속칭 판을 엎어버리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말을 잘해야 합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혓바닥을 잘 굴리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새누리당은 가슴에 진실이 없어서 색깔론과 물타기,회피정치만 하는 것입니다. 4.11 총선은 위선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국민을 대신하는 일꾼을 뽑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