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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손수조'와 싸우는 '문재인의 무기'가 고작?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총선의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총선은 여야 할 것 없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자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구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부산 사상구입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를 내세우며 일약 스타급으로 급부상한 손수조 후보가 격돌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 부산 사상구의 선거 유세를 보면 이상한 점을 볼 수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필자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지 한번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 정치신인이 오히려 더 잘 나간다?’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에 관한 글을 썼던 시기가 2월초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손수조 후보에 관한 기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선일보는 지면을 할애해서 '손수조 띄우기 특집' 같은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 조선일보의 손수조 후보 관련 기사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손수조’라는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손수조 후보가 다닐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불과 보름 만에 그녀는 일약 새누리당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습니다.

공천심사위원장은 물론이고, 박근혜 위원장까지 그녀를 칭찬하고 나섰습니다. 급기야는 지역구 지원 유세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부산 사상까지 찾아갑니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손수조에 감명" - 오마이뉴스
박근혜, 손수조에 “억울해도 힘내라”-경향신문
박근혜, '손수조 구하기'…”마음고생이 크다”‎ - 서울신문

▲ 박근혜 위원장과 손수조 후보의 카퍼레이드 논란 장면


그녀는 이제 거리에 나서면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는 유세를 하고 다닙니다. 아니 오히려 기존 정치인보다 훨씬 많은 ‘세과시’를 하는 유세를 하고 있습니다.

손수조 후보가 이렇게까지 ‘세과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언론플레이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물심양면 지원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수차례 부산 사상구를 방문했습니다. 부산시장도 임기 시작 후 한 번도 사상에 온 적 없다가 1달여 사이에 무려 5번이나 다녀갔습니다.

이런 그녀를 보면, 마치 정말 잘 나가는 중견 정치인 같습니다. 특히 박근혜 위원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면 꼭 한번 자신의 지역구 방문을 위해 매달릴 정도로 선거 홍보에는 아주 좋은 무기인데, 그런 무기가 손수조 후보를 위해 부산에 자주 옵니다. 엄청난 특혜죠.

▲ 문성근.전재수 민주통합당 후보와 구포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후보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어떠할까요?

그의 지지율은 가끔 신문에 올라옵니다. 박근혜 위원장을 향한 소리나 이슈에 관한 발언은 기사화가 됩니다. 그러나 정작 부산 사상구에 관련한 그의 기사는 손수조 후보에 비하면 형편없습니다.

민주통합당 차원에서 그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 유세나 민주통합당 차원의 홍보도 별로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가 낙동강에만 있지 말고 다른 지역구를 살펴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옵니다.

자신의 지역구 돌아다니기 바쁜데, 야권연대를 위해 서울을 가지 않나, 부산 다른 지역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다닙니다. 문재인 후보나 손수조 후보나 모두 똑같이 총선에는 처음 출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시각으로 본다면 손수조 후보는 3선 의원이나 보여줄 수 있는 막강한 조직력과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 사상구는 정치 신인이 더 잘 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문재인의 선거운동 방식이 겨우 ’대화‘

문재인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 방식을 ‘대화’라고 정했답니다. 조용하지만, 재미있는, 그리고 소통과 공감이 있는 대화형 유세를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주민들과 넓고 깊게 만나는 소통의 시간은 최대한 늘리고, 대신 조용하지만,문화적 컵셉과 결합한 유세를 통해 재미와 웃음이 있는 축제와 같은 선거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기성 정치의 시각으로 보면 답답합니다. 문 후보는 그저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악수하고, 사인해주고, 그들이 하는 이야길 듣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 이주노동자 센터에서 이야기 듣고 초등학생과 사진 찍고, 바쁜 가게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한가해지면 그제사 웃는 문재인 후보


출근길 옆 도로, 투표권도 없는 초등학교나 이주노동자 센터, 자그마한 음식점 등입니다.여기에 한술 더 떠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 하는데 누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 사인해주고, 시민이 이야길 하면 앉아서 이야길 듣습니다.

제가 볼 때에 기존 선거운동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를 보면 속이 터질 것입니다. 차를 이용해서 연설하면서 치고 빠져야 하는데, 이젠 사상 주요 지역에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 사상주민들과 자리 잡고 이야기만 하겠답니다.

조직력이라고 그리 별다를 것도 없습니다. 손수조 후보가 새누리당 조직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문이열리는 캠프‘에는 늘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자원봉사하겠다고 찾아옵니다.

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원봉사자보다 지역 유지나 지역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선거판의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이런 자원봉사자나 ‘문이열리는 캠프’에 자시을 만나러 오는 사상구 지역 외의 시민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려고 선거캠프에 시간을 정해놓고 앉아 있습니다.

기존 정치인의 시각으로 볼 때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은 총선에서 떨어지기 딱 맞는 아주 바보 같은 선거운동 방법일 것입니다.

‘바보 노무현을 잇는 바보 문재인’

그런데, 저는 이런 ‘바보 노무현’을 잇는 문재인의 선거운동 방법이 바보 같으면서 기특(?)하기만 합니다. 그가 부산에 출마한 배경이 바로 지역감정을 바꾸기 위해서인데, 그런 지역감정은 선거철에만 와 하는 ‘세과시’로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혼자서 명함도 없이 낙후된 곳을 찾아가 주민과 이야기 나누는 문재인 후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가서,
부산 사상구의 낙후된 곳이 어딘가 찾아보는 그의 발길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만나 그들의 이야길 들어주는 그의 모습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가 대선을 위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산 사상구를 떠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사실 문재인 후보가 진짜 대통령이 되면 부산 사상구는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 됩니다. 문재인 이사장의 성격상 어떤 특혜가 부산 사상구에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자기 지역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이 변할 수 있습니다.

▲ 특전사 예비역 자원봉사 모임에서 경례하는 문재인 후보


저는 남자라 그런지, 군인처럼 경례하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 신기하면서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중에서 군인이나 예비역 앞에서 떳떳하게 경례하면서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바보 문재인의 선거운동은 ‘감성 정치’입니다. 그런데 이 감성 정치는 ‘이미지 정치’와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이미지는 억지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감성’은 상대방과 교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의 어려움을 듣습니다. 그들에게 헛된 공약이나 엄청난 발전이나 변화를 무작정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손을 잡고 이야길 들어주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 항상 취재진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손수조 후보

정치인들의 허풍 공약을 이제 유권자들은 믿지 않습니다. 선거운동원이나 취재진,당지도부를 우르르 끌고 다니면서 하는 ‘세과시’에 현혹되는 유치한 유권자들은 이제 별로 없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이 총선에서 떨어지면 그의 정치 인생이나 야권 행보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산 사상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새누리당에 대항하여 엄청난 선거운동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바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답게 그는 어떠한 편법이나 기성정치인처럼 총선용 정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불구불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갑니다. 4대강처럼 직선으로 시멘트로 일직선을 만들면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강물은 토사 때문에 더러워지기에 십상입니다.


문재인이 총선에 압승하는 것도 좋겠지만, 바다를 포기하지 않고 힘들게 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바보 노무현 때문에 정치에 발을 내디딘 문재인의 운명에 거짓과 편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