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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정희, '사퇴 VS 재경선' 무엇이 옳은가?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 보좌관들이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와의 여론 조사 경선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여론 조사 관련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관악 을에서는 지난 17-18일 야권단일화 경선이 실시됐고, ARS 여론조사에서 이정희 의원 보좌관들이 여론 조사에 응답하는 방법을 문자로 알리면서 '지금 ARS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짐, 다른 나이대로 답변해야 함', 'ARS 60대와 함께 40~50대도 모두 종료. 이후 그 나이대로 답하면 날아감'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 사태 이후 온라인과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 이정희 의원 측은 사과와 함께 재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정희 의원이 19대 국회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이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정희 의원이 앞으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봤습니다.

■ 잘못은 무조건 인정,책임자 문책은 당연.

먼저 이번 사건은 무조건 이정희 의원 측의 잘못입니다. 어찌 됐든 이번 사건으로 야권연대의 모습이 과히 아름답게 보이지 않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무어라 해도, 보좌관들이 보낸 문자는 선거를 위한 여론 조사에서 공정한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일부 이정희 의원 지지자들은 누군가를 빗대어 이정희 의원을 보호하면 안 됩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인정해야지, 어떤 다른 논리를 가지고 가면 절대 안 됩니다.

▲ 4.11총선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후보를 두고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의원 사이에 논란이 됐던 김 의원 선거 사무실 현수막 출처:오마이뉴스 ⓒ 유성호


특히, 김희철 후보의 종북좌파 현수막이나 무소속 출마를 싸잡아 이정희를 옹호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그것은 김희철 후보의 행동에 상관없이 이정희 의원 측의 모습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상대방과 비교하려면 그에 맞는 사안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합니다. '저 후보가 저렇게 행동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도 괜찮아'라는 식의 논리는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상대 후보가 무엇을 했든, 일단 경선에 참여했다면 그 후보를 후보자로 인정한 것이고, 그에 맞추어 말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이정희 의원이 가진 것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보좌관들이 잘못했다면, 그녀가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보좌관들이 문자를 보내 실제 나이와 다른 연령대로 답변하라는 문자는 그 자체로 잘못한 행동입니다. 그 행동 자체를 옹호하거나, 남이 먼저 치졸한 짓을 했으니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이정희 의원을 보호하는 것은. 오히려 이정희를 죽이는 행동입니다.

잘못은 인정하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입니다.

■ 경범죄를 중형으로 다스리려는 이상한 논리

이정희 의원 문자 사건이 있자마자,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과 여론조사 기관 등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사람이 볼 때에는 엄청난 사건이겠지만, 정치 블로거인 제가 볼 때에는 충분히 나올 수 있었던 일이었고, 나왔던 사건이었습니다.

▲ 여론조사 관련 응답을 유리하게 요구했던 각 정당 후보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들 출처:인터넷 게시판


이번 4.11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할 것 없이 모든 정당이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을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응답해달라는 요구를 문자로 보냈습니다.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여론조사의 문제점이자, 현재 경선 방법이 가진 한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만 남과 다른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그리 옳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볼 때에 똑같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어떤 사람은 5만 원짜리 범칙금 고지서를, 어떤 사람은 구속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잘못된 일이라면 똑같이, 동일한 기준으로 범칙금을 부과하던지, 아니면 똑같이 다 구속해야 합니다.

진보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도덕성'입니다. 이 도덕성의 기준을 우리는 흔히 다르게 적용합니다. 새누리당이나 보수는 무엇을 해도 봐주고, 진보세력은 '그 자체로 넌 끝났어'라고 매도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분명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추어 진보나 보수할 것 없이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보수는 원래 그랬어,그래도 진보는 무조건 안돼'라고 요구한다면, 지금 정치판에서는 무리입니다. 개혁도 처음부터 100% 완벽할 수 없습니다.

도덕성이 아닌 경선과정의 문제가 있다면, 지금 다시 모든 것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사안들에 맞게 양형 기준을 만들어 기준을 가지고 적용해야 합니다.

이정희가 벌금 5만 원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면, 그 죄에 맞추어 벌금을 부과해야지, 똑같은 사안에 대해 그녀만 유독 구속하는 일은, 올바른 기준도 아닌 판사가 자신의 그날 기분에 따라 판결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이정희, 사퇴VS 재경선 무엇이 옳은가?

어떤 이는 이정희 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볼 것이고, 어떤 이는 사퇴할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이정희 의원의 이번 사건은 그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 사건이 터지자 사실 결과에 대한 조사를 빨리해서 투명하게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 이정희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사건 관련 트윗 출처:이정희 의원 트위터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가장 빠른 이번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이정희 의원 캠프에서 발표한 사건 내용 출처:통합진보당


저는 이번 사건이 야권연대 경선에서 불거진 오류이자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잘못에 대해서 이정희 의원이 어떻게 책임지는 것이 옳은가를 판단할 때의 1차 근거는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의 판단입니다.

경선관리위원회가 그녀를 향해 선거법 위반을 결정짓고 그녀에게 사퇴를 명령했다면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는 '재경선 실시'를 제안했고, 저는 이 권고안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성, 도덕성 하면서 이정희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앞서 밝혔듯이 그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임종석 사무총장 보좌관 사태나 새누리당 보좌관들을 비교해서 이번 사건을 대입시키는 것은 억지입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0일 서울 관악을 경선에서 일부 당원들에게 나이를 속여 여론조사에 응하라는 취지의 '거짓 투표' 독려 문자 발송이 있었던 사실을 시인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한다면 재경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오마이뉴스 ⓒ 남소연


이정희 의원 측은 이번 일에 연루된 보좌관들을 문책시키고, 겸허하게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의 권고를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원칙이고, 지금 그녀가 선택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상식입니다.

글을 쓰는 내내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세련되지 못한 우리의 정치적 관행이 남아 있다는 답답함과 이정희를 죽이려고 벌떼같이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정희가 잘못했다면 그 잘못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한 기준이 아닌, 누구 죽이기로 변질하면 안 됩니다. 그녀를 죽이고 나서 무엇을 얻으려고 합니까? 그녀가 죽을죄를 지었습니까?

이정희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전투력을 보면 한미 FTA와 4대강 사업은 벌써 막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벌써 탄핵당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잘못은 잘못한 만큼 대가를 치르게 하고, 남는 전투력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