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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희철 무소속 출마, 법적으로 타당한가?



야권연대 경선에 불복한 관악을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당하고 4.11 총선에 무소속으로 등록했습니다. 이번 야권연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사조작 파문은 이정희 의원이 사퇴함으로 일단 회복국면으로 돌아왔지만,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경선 불복 후보의 무소속 출마'의 정당성 부분입니다. 경선에 탈락하거나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이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많은 변명을 합니다.

'살아 돌아가겠다'
'정당 심판이 아닌 정책과 인물 심판론이므로 이를 따르겠다'
'지역주민이 나를 원한다'

그러나 이들의 말장난 속에 숨겨진 현행 법의 문제점과 무엇이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방법인지 모색해보겠습니다.

■ 정당 경선 불복, 무소속 출마 가능한가?

우리는 먼저 경선이나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의 무소속 출마가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2(당내경선의 실시)
①정당은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하여 경선(이하 "당내경선"이라 한다)을 실시할 수 있다.
②정당이 당내경선[당내경선의 후보자로 등재된 자(이하 "경선후보자"라 한다)를 대상으로 정당의 당헌ㆍ당규 또는 경선후보자간의 서면합의에 따라 실시한 당내경선을 대체하는 여론조사를 포함한다]을 실시하는 경우 경선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 다만, 후보자로 선출된 자가 사퇴ㆍ사망ㆍ피선거권 상실 또는 당적의 이탈ㆍ변경 등으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57조에 따르면 당내경선에 출마했다 패배한 사람은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내경선 탈락자의 후보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중앙선관위에서 나왔습니다.

정당이 공직후보자를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또는 여론조사경선(이하 ‘경선’이라 함)방식으로 공천함에 있어 당의 최고위원회와 공천위원회가 경선을 통한 후보자선출 방법으로 본인이 경선에서 얻은 득표수에 가산점을 부여하여 그 결과 최다득표자를 당 후보로 선출할 것을 의결하고, 후보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가산점을 확인한 후 서면 합의서를 작성하여 실시한 당내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당해 같은 선거에서 타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지 여부
(2012. 3. 21. 새누리당 사무총장 질의)

유독 가산점 규정이 많았던 4.11 총선 예비 후보자간의 당내경선 불복에 대한 질의를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했는데,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벌써 2009년에 유권 해석이 이미 나왔기 때문입니다.

답 】 「공직선거법」제57조의2제2항에서 ‘당내경선’이라 함은 정당이 당내경선의 후보자로 등재된 자를 대상으로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하여 당원 또는 당원이 아닌 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여 실시하는 선거와 정당의 당헌․당규 또는 경선후보자간의 서면합의에 따라 실시하는 당내경선을 대체하는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귀문과 같이 선거나 이를 대체하는 여론조사 외에 다른 평가요소를 혼합하여 실시하는 후보자 선출방법은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후보자 등록이 금지되는 ‘당내경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임. (2009. 11. 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회답)

즉, 가산점이 부과되는 당내경선은 후보자 등록이 금지되는 현행 '당내경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럼 가산점이 부과되지 않는 이번 야권연대 경선은 어떠했을까요?

▲ 19대 총선 관악을 출마자 현황 출처:중앙선관위


일단 민주통합당 김희철의 무소속 출마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것은 당내 무소속 출마는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정당과 정당 경선에서는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권연대를 위한 경선에 불복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소속 후보자들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있습니다. (관련 댓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통합진보당 경기하남 구경서 후보는 통합진보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http://goupp.org/briefing/4255917 )

■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 무소속 출마 가능 '공직선거법'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말 웃긴 것은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이 법을 몰라 이런 무식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정당법 개정시 도입된 공직선거법상 '당내경선' 항목은 2005년8월4일에 규정되었습니다. 물론 이 당시에는 '가산점'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이렇게 나름의 선거에 해당하는 '당내경선'을 해놓고도 법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내경선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당내 경선을 위해 각 정당은 정치신인 20%, 여성 5%, 사회기여자 5% 등 다양한 가산점을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저 또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이런 가산점 제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약자와 정치신인에게 나아갈 수 있는 문이 개방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당한 방법과 객관적인 규정으로)

'당내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런 가산점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 국가시험에 명시된 자격증 취득자,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에 관한 가산점 규정


그런데 이런 가산점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내 경선에 불복하고 가산점 때문에 피해 봤다면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마치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등에 '다른 사람 가산점 때문에 난 피해를 봤다, 이런 제도는 말도 안 된다'고 행패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가산점 제도가 불합리하다면 경선에 참여하기 전에 가산점 폐지나 합리적인 방안을 미리 내놓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산점 때문에라고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유권자의 해석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유권자들이 가산점이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또한 정당에 맡겼기 때문에 경선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투표가 왜곡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법으로 실현하는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법에서조차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권해석을 진정한 민주주의 의미가 아닌 문구로 해석한 모습들은, 오히려 정당과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그 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민이 바라는 민주주의 정치

정당에 소속된다는 것은 그 정당의 당헌과 당규, 그리고 정당이 가진 의미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정당은 헌법의 보호를 받는 정치적 결사 단체입니다. 단순한 친목회나 산악회, 동호회 모임이 아닙니다.

특히 정당에 소속된다는 것은 조직력과 인지도에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정치인들 대부분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혜택을 위해서 정당에 가입해놓고, 실제로 자신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면 냉큼 탈당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정치꾼의 모습입니다.

현행법상 정당 대 정당 경선에서 불복한 출마자를 제한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야권연대라는 중요한 민의를 따르기 위해 참여했다면, 그 경선에 승복해야 합니다.

(이정희 의원과 김희철 의원의 여론조사 조작은 상호 간에 있었고, 그 문제점의 해결방법은 재경선이 옳았다고 저는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만든 그 합의를 어긴다는 것은 야권연대라는 국민의 열망을 산산이 깨뜨린 배신 행위로 저는 봅니다.



정당의 가장 무서운 힘은 바로 공천입니다. 이 공천권이 있기 때문에 정당이 운영될 수 있고, 그 힘에 정치인들이 정당의 당헌과 당규, 그리고 정당 지도부를 따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지도부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공천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그 공천을 똑바로 하라고 당권과 국민들은 소릴 높여 그들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지역구 공천에 대한 온라인 투표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천 준비단계부터 지도부의 권력을 조금씩 줄이고 배제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힘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정당 운영을 방해하는 자들에게 무엇을 벌로 줄 수 있겠습니까? 바로 복당 금지나 공천 배제 등 강력한 제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부로 선거철마다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는 일들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국회앞에서 철새 정치인 퇴장을 외치는 1인 시위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중의 '철새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여야를 가릴 것 없습니다. 특히 대단한 인물이나 중요한 인물도 아닌 정치인들이 자기들이 잘났다고 선거철에는 탈당, 선거 후에는 복당하는 이런 일을 국민은 가장 싫어합니다.

그들이 어떤 민의나 놀라운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인정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5%도 안됩니다. 대부분 금배지 달아보려고 저렇게 당을 옮기고 무소속 출마를 밥 먹듯이 뻔뻔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철새정치인'들은 정당이 배제하고 강력하게 내쳐야 하는데, 오히려 정당은 의석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복당 환영은 물론이고, 이런 철새정치인 영입에 열을 올립니다.

김희철 의원의 무소속 출마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법을 이용한 사기꾼처럼 보이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정신'을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악법도 법이라 외치기 이전에 이 법을 빨리, 확실하게 고쳐 저런 정치인들이 금배지를 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둘기와 정치인의 공통점은 먹이를 줄 때는 고개를 숙이지만, 하늘로 날아가면 우리한테 똥을 싼다.[각주:1]

  1. 출처:트위터 (@namock)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