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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의 '족발서민론', 그리고 더러운 텃밭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요새 새누리당 후보 지원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2일은 경기군포에 출마하는 유영하 후보 지원을 위해 군포시 산본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정치인들이 '서민행보'라는 명목으로 자주 찾는 곳이 재래시장입니다. 그러나 진짜 서민들은 그들이 시장에 갔다고 그들을 서민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산본 시장에 찾아간 박근혜 위원장은 다른 때와 다르게 시장음식도 직접 맛보면서,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그런데 박 위원장은 시장 족발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서민 음식이에요'

과연 족발이 서민음식일까요?
진짜 서민들이 자주 먹는 음식일까요? 

솔직히 족발 大자 하나 시켜먹으려고 하면 3만 원은 줘야 합니다. 저희 집 형편에는 어렵죠.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먹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제주도에 내려오니 족발 배달하는 곳도 없고, 족발 파는 곳도 마트밖에는 없어 그리 쉽게 먹는 음식은 아니더군요.


저희 집은 족발은 비싸서 못 먹고, 간혹 (그래봤자 한 달에 한 번정도) 삼겹살 만 원어치를 정육점에서 사다, 날씨가 좋으면 마당에서 구워먹습니다. 반찬이라야 고기살 때 공짜로 준 파무침과 텃밭에서 기른 상추밖에 없습니다. 약간 사치를 부리면 아내가 좋아하는 맥주 한 병,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수 정도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볼 때에는 족발이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라 신기하겠지만, 진짜 서민들이 듣기에는 마치 공주가 암행을 나와서 저잣거리 음식의 맛이 신기해하는 말과 다를 바가 없게 느껴집니다.

'김 상궁, 이것이 진정 백성들이 먹는 음식이로구나'


그토록 춥고 힘들었던 겨울이 조금씩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귀촌한 저는 자그마한 텃밭도 농사라고 겨우내 났던 잡초도 뽑고, 무너졌던 밭고랑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텃밭을 보면서 마치 텃밭이 정치와 비슷하다는 '텃밭 정치론'을 생각해봤습니다.

텃밭은 농사만 잘하면 그 안에서 우리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어느 정도 제공해줍니다. 봄과 여름내 조금만 땀을 흘리면, 상추,감자,고추,부추,깻잎 등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들이 먹고 서울 가족에게 나눠줄 정도의 농산물은 나옵니다.

그런데 작은 텃밭이라도 초보 농사꾼에게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탓에 잡초는 비라도 한 번 내리면 쑥쑥 자라고, 바람이 거센 제주도라 작물마다 지지대도 세워주고, 땅의 토양을 좋게 하려고, 음식물 쓰레기와 낙엽, 그리고 집 주변 목장에 가서 소똥과 말똥을 주워다 나름 거름을 만들어 뿌리기도 합니다.

정말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자주 신경 써주고, 땀을 흘려야 겨우 우리 식구들이 먹을 정도의 농산물이 나오는 것이 텃밭입니다.


아장아장 걷는 15개월짜리 딸내미는 아내가 밭에 가서 김을 매면 어김없이 쫓아나가, 자기 나름 엄마를 돕겠다며 괭이며 모종삽을 들고 엄마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치를 더럽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자란 저에게 흙장난은 몸을 더럽히는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도시 엄마들은 아이들이 흙을 만지면, '지지, 더러우니 빨리 손 닦자'라고 난리를 칩니다.

정치는 술수와 편법, 불법이 난무한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대부분 농약을 뿌립니다. 그러나 이 농약은 독약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한번 제초제를 뿌린 적이 있는데, 그날 머리가 아프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너무 깨끗하게 정치하기는 불가능 하다고합니다. 농사꾼들도 자신들이 먹는 채소를 키우는 텃밭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농약이 독하고 몸에 안 좋은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텃밭을 생각하면 더러운 흙을 묻히고,몸에 안 좋은 약을 뿌려야만 열매가 예쁘고 풍성하게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기에 예쁘고 작황이 좋다고 무조건 좋을까요?


정치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정치는 어렵고, 더럽고,추악하고,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은 놈들이라는 경멸 섞인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도시 엄마에게 밭에서 흙을 만지며 뒹굴고 있는 우리 에스더는 더럽거나 못사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맑은 제주도에 사는 제가 보기에는 깔끔한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보다 더 깨끗하고, 온갖 세균이 득실대는 놀이터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 우리 집 텃밭입니다.

텃밭을 어떻게 가꾸는가에 따라 안전하고 깨끗하고 몸에 좋은 농산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편하게 농사지으려고 농약쳐서 나온 크고 모양만 예쁜 농산물은 그리 인간에 좋지는 않습니다.


정치라는 텃밭을 외면하면 돈만 아는 농사꾼이 생산한 모양만 번지르르하고, 아이들이 오래 먹으면 탈이 나는 농약덩어리 음식물만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면 안 됩니다. 크게 두 눈을 뜨고, 정치라는 텃밭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만져주고, 보듬어주고, 생각하며 살아야 우리 아이들이 먹어도 몸에 좋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농산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 에스더 눈에는 파가 장난감처럼 보이고,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매실 나무가 언제커서 열리는가 한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이나마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재자나 대통령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텃밭에 민주주의라는 씨를 뿌리고, 그 민주주의가 자랄 수 있도록, 권력의 부패와 독재, 정치인들의 불법과 타락을 김을 매듯 하나하나 밭에서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말하다보면 더럽고 추악하고 비상식적인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텃밭을 키우다 보면 뽑아도 뽑아도 나오는 잡초와 징그럽기만 한 지렁이와 지네, 각종 벌레들이 나옵니다. 여름 한낮에는 모기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정치가 무조건 더러운 것은 아닙니다. 정치라는 텃밭에 있는 잡초를 뽑아내고, 열매를 갉아먹는 벌레들을 하나하나 잡으면 정말 몸에 좋은 채소,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정치에 관심을 두고,정당을 지지하며 투표를 하다 보면 더러운 꼴도 볼 수 있고, 힘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은 씻어내면 됩니다.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나쁜 정치인들을 뽑아내면서 묻은 더러운 흙은 씻으면 됩니다.

에스더가 제일 행복할 때가 밭에서 신나게 놀고 다라이(대야)에서 목욕하고 난 뒤에 야쿠르트 한 모금 마실 때입니다.

공주님은 민생 행보 차원에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한점의 족발을 먹을 수는 있지만, 진짜 서민처럼 한 푼의 돈을 아끼려고 몸에 좋아서, 고기를 직접 삶아 아이들에게 먹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면 우리의 삶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집니다.
여러분은 정치라는 텃밭에 계속 자라는 잡초 같은 정치인들을  뽑아 내, 정말 맛있고 몸에 좋은 민주주의 열매와 꽃을 피울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