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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아무리 일본이지만, 이것만은 배워라.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꿈꾸는 사람이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입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수많은 정치인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사람을 만납니다. 이들이 국회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입법기관으로 국민을 위한 법 제정?
자신의 지역구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한 희생?

이런 소릴 국회의원이 한다면 보통 사람 열의 아홉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국회에서 제발 싸우지나 마라' 맞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을 보는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오죽하면 여러 직업을 바라보는 신뢰도에서 묻는 설문에서 꼴찌라는 결과가 나왔겠습니까.

이토록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신뢰도,정직성,부패성은 최하위입니다. 그런데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고,일본 국회의원을 살펴봤습니다. 

일본 국회의원의 등원 모습. 출처:일본 국회

 

 ■ 국회의원 먼저 삭감하고 국민에게 부탁하자
 

일본은 소비세 인상이라는 문제 때문에 국민의 거센 반발을 국회의원들이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과도한 국회의원 세비(급여와 혜택)때문에 더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국민이 자신들이 만든 법 때문에 힘들어지고 반발한다고 느끼고, 대지진 때문에 경제가 힘들다고 자각한 일본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8% 삭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국회의원 세비를 비교해보면 일본 국회의원의 월급이 제일 높습니다. 그러나 물가와 환율을 따져보면 한국 국회의원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8%나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일본 국회의원 세비 삭감은 기본적으로 작년 대지진이 났던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일본 국회는 대지진 복구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일본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매달 50만엔씩 6개월간 총 300만엔 (한국돈으로 4500만 원)을 삭감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6개월로 끝나자 국민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비판을 했고,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을 통한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세비 8% 삭감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로 추진 중입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480명의 중의원의 숫자가 385명으로 무려 85명의 국회의원이 줄어듭니다. 이처럼 일본은 국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차츰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카다 부총리는 “공무원 급여를 평균 7.8% 삭감하기로 했다면, 국회의원 세비는 그 이상 삭감해야 한다.우선은 정치가 (먼저 긴축하고), 그 다음이 공무원, 그 다음 국민에게는 부탁하듯 호소해야 한다.” 라고 NHK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일본국회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자기들이 만든 법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자기들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거나 먼저 실천하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의 나라.

한국의 국회의원은 어떠할까요? 그동안 18대 국회를 비판했던 포스팅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 - 국회의원들의 강남 술집 '간담회',칵테일바 '의정활동'
[정치] - 국회의원 가족수당신설,끝없는 그들만의 혜택
[정치] - 전국 최고 비싼 기름만 넣는 국회의원 승용차.
[정치] - 국민은 죽어도 국회의원 월급은 몰래 인상.
[정치] - 국회의원전용 승강기 부활,머슴이 아니라 상전.
[美國] - 韓 국회의원이 부러운 美 하원의원

그냥 한숨만 나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18대 국회의원들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보겠습니다.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 65세가 넘으면 매달 120만 원씩 지급되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요구하는 법안은 지금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하지만 말뿐입니다. 일 년이 넘도록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매달 120만 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10년 대한민국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는 겨우 3.6%(현금 급여기준) 인상되었습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국민들 빚이 1000조가 넘는 상황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세비를 5.1%나 인상했습니다. 

혜택이라는 혜택은 모두 누리고 사는 국회의원이 세비를 10% 삭감해도 절대로 굶어 죽는 일은 없습니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였던 사람만 국회의원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들 중 실제로 107명은 종부세를 면제 받거나 환불 받았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종부세 개정안'을 발의한 16명의 의원들 가운데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해당자는 11명이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 64명이 자신들만의 법으로 혜택을 누렸습니다.

■ 경제불황에 동참하는 각국의 국회의원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경제불황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동으로 갱신되는 세비 자동 인상안 법안을 폐기하는 움직임과 함께 세비를 5%,10%,25%까지 삭감하자는 안건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자 2011년,2012년 세비 동결을 이미 통과시켰습니다.
 

즉 돈으로 하는 선거가 보편화된 미국이지만, 그들은 경제불황으로 국민이 신음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몫을 내놓을 줄 아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도 대통령,장관,공무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세비 3% 삭감안'을 내놓았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돈봉투 사건을 보고 만든 서민호 화백의 만평


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염치도 없는 놈'이라는 말도 하는데 염치는(廉恥 : 청렴할 렴,부끄러울 치)를 써서 청렴하고 수치를 아는 마음이라는 한자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본의 정치가 깨끗하고 올바르고 좋은 정치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일본도 정치적 부패와 국회의원들의 문제점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본 국회의원은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행동은 했습니다. 그것이 쇼라고 하건, 아니면 국민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츄어라고 해도 그들은 체면은 세울 정도의 모습, 최소한 자기들이 즉시 할 수 있는 노력은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어떠합니까? 여야 할 것 없이 자신들의 금배지가 달린 일에는 그토록 싸우던 여야가 힘을 합쳐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염치가 없어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로서 '몰염치한 사람', '후안무치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식 정치를 배울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염치 있는 행동만큼은 따라해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