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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짝퉁 '버핏세'가 보여준 한나라당의 꼼수


한국판 '버핏세'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수정안이 12월31일에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안은'부자증세' 법안으로 그동안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고수해온 '부자감세'와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부자증세' 법안 같지만, 실제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의 꼼수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저 '부자증세' 법안으로 한나라당이 정신 차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 유명무실한 한국판 '버핏세'

이번에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소득세법 개정 수정안 (일명 버핏세)는 교묘하게 무늬만 버핏세에 해당합니다. 우선 소득세율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의 핵심은 소득 구간이 3억원 초과로 되어 있습니다. 기존 8800만원 초과 소득자에게 부과되는 35% 소득세를 3억원 이하와 3억원 초과로 나누어진 것입니다.

3억원 초과 소득자에게 38%라는 소득세율이 신설됐으니 '부자증세'가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실제로 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주장하는 1억2천만원 초과 42%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 추정치로 세수증대 효과가 7700억원이라는 신문기사가 있지만, 실제 세수는 5000억원으로 봄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3억원 초과는 세수 증대 효과는 5000억 원이고, 전체 소득자의 0.17%, 근로 소득자는 0.08%에도 해당하지 않는 소득세율입니다. 대상자는 겨우 3만여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했던 2억원 초과일 경우는 7700억원의 세수가 들어오고, 참여연대가 주장한 1억2천만원 초과일 경우는 1조 8258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오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억대 연봉자라고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고소득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나라당은 소득세 기준을 3억원으로 올려놓고 그리고 대상자도 근로소득자의 0.08%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소위 부자증세를 주도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반대해도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지금도 자신들이 서민 정치를 해냈다고 자랑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  진짜 '버핏세'는 어디로 갔는가?



미국의 유명한 부자 워런 버핏이 주장하고 오바마가 법안으로 주도한 '버핏세(buffett rule)'의 기본 핵심은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중산층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것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시킨 짝퉁 '버핏세'는 착한 부자들이 주장하는 '부자들의 착한 증세'인 '버핏세(buffett rule)'와는 전혀 다릅니다.



대한민국 부자들은 금융 소득과 부동산, 그리고 주식을 보유함으로 고소득을 유지하고 삽니다. 그러나 현재 금융 자산만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연4% 정기예금 상품에만 돈을 예치해도 이자가 4,000만원이 발생하지만 실제로 종합과세 대상자는 5만명이 넘지 않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 연구소 2011년 자료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13만명)

여기에 상장주식 양도차익에는 전혀 과세하지 않는 현행법을 보면 너무 말도 안 되는 세금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소액 투자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세(0.3%)를 내야 하지만 고액 투자가가 상장주식을 자기 자식들에게 양도할 경우에는 상속 증여세율 50%보다 낮은 20%의 세율만 적용받습니다. (양도차익 세율은 대주주에 한해서만 적용)

정말 돈이 많고 재산이 많은 자들은 이리저리 빠져 나갈 수 있는 현행 대한민국 세금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서민들만 죽어라 세금을 내는 나라일뿐입니다.

■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한계

한나라당이 이번 '버핏세'를 통해 세수를 내년도 '복지 정책'에 쓰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만든 3억원 초과자에게 세수를 걷어봤자 총수입 예상액 344조 1000억원의 0.2%에도 불과합니다.

그 정도라도 어디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부자증세'라고 떠들지 않고 공평하게 더 많이 번 사람이 세금을 더 내거나 , 소득이 많은 자들이 금융이나 부동산,주식 거래를 통해 돈을 번 만큼 세금을 내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안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한나라당 신년인사회 출처:한나라당


한나라당이 2012년이 앞둔 마지막 날에 짝퉁 '버핏세'를 통과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내년 총선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자신들이 이제 부자를 위한 한나라당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한나라당이라고 표를 얻기 위한 쇼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쇄신파들이 총선에서 어떻게든 꼼수를 부리려고 만든 '버핏세'에 대한 논의에 아예 침묵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워낙 거세게 추진하며 의총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자, 너희들 멋대로 하라고 해놓고 자신은 소득세법 개정안 표결에는 불참했습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버핏세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 "부자들이 버핏처럼 착한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그런 주장은 우리 정체성이 보수 우파 정당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깨달으셨습니까?

한나라당의 본바탕은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그들이 진짜 서민을 위해 일을 하겠습니까? 선거를 위해 잠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짝퉁 버핏세를 가지고 국민을 기망하는 한나라당을 보면 정말 '사기의 달인' 같습니다. 사기 당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