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노무현의 사람 '양정철',이명박 사람 '진성호'와 결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내년 총선에서 중랑 을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의 출마를 간절히 바랐던 1인으로 그의 출마를 반기면서,한편으로 그가 진성호와 같은 인물에 또다시 먹히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총선에 뛰어듦으로 '중랑 을'은 내년 총선에서 가장 재밌는(?)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이 가장 커졌습니다. 그것은 양정철과 진성호, 이 두 사람이 얽힌 악연과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모습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인물인지, 왜 그들의 결투가 재밌으면서도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양정철을 물고 늘어졌던 진성호

양정철 전 비서관과 진성호 의원은 악연인지 아니면 전생에 원수였는지 참으로 많이도 부딪쳤던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참여정부 시절 언론을 담당했고, 그 당시 조선일보 기자로 있던 진성호는 그의 정책을 조중동과 함께 신랄하게 비난하고 물고 늘어졌습니다.

진성호 의원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그가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양정철 전 비서관을 향해 언제나 칼을 겨누었습니다. 2010년 진성호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청와대 공보수석과 문화관광부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낼 당시 태광이 급성장했다. 태광그룹 로비 의혹은 과거 박지원 원내대표와 노무현 정권 시절 방송정책을 관장한 양정철 비서관에 의해 싹이 트고 있었다.”며 국정조사를 제의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진성호 의원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 오히려 케이블 방송의 강자였던 태광을 방송위원회에 조사해달라고 요청했고, 민정 수석실을 통해 공정위,국세청에도 위법이나 비리 협의가 있는지 요구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알고 있었는데도 이런 식으로 양정철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 기자실 통폐합의 주역 '양정철'을 죽여라.

왜 진성호 의원은 참여정부가 끝났는데도 양정철 전 비서관을 향해 자꾸 칼을 겨누었을까요? 그것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 참여정부 시절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정책 중에서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기자실 통폐합' 정책은 그 당시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힘들게 했던 사건 중의 하나였습니다. 기존 정부청사의 브리핑룸과 기자 송고실을 권역별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놓고, 당시 조중동은 물론이고 언론 다수가 참여정부와 양정철 전 비서관을 '언론탄압자'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사실 기자실 통폐합은 대한민국 언론의 역할로 볼 때 국민에게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기자들이 장점보다는 악행과 거짓을 쓰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출입처 위주 취재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기자실 통폐합이 가져올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출입처에 매몰된 일선 기자들이 정책이나 사회현상을 큰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공급자 위주의 좁은 시각으로 다뤄 기사의 깊이가 얕고 일방적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기자실 통폐합이 결과적으로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자들이 특정 출입처가 아니라 여러 부처를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취재해 심층 보도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방식에 따른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과거 기자실에는 촌지 수수의 창구, 기사 담합, 폐쇄적 취재구조 형성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며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은 언론의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나 특혜를 없애겠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도 “기자실을 통해 언론사들이 압력단체가 된다든지, 브리핑 룸으로 바뀐 뒤에도 신생 언론사나 작은 언론사에 문턱이 높다든지 하는 폐해들을 기자실 통폐합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가 보도했던 기자실통폐합과 브리핑룸으로의 전환에 대한 장점>


그런데 이런 기자실통폐합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뉴라이트 청년연합이 기자실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 장면 출처:연합뉴스


뉴라이트청년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연일 시위를 벌였고, 조중동은 참여정부와 양정철을 비난했고, 그 이후부터 양정철은 '건방진놈','언론탄압의 주역'으로 찍혀 늘 기사가 나쁜 놈처럼 왜곡되게 비쳤습니다.

지금 언론의 자유와 언론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자실통폐합'이 결코 국민과 참여정부의 싸움이 아닌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된 언론들이 조작한 이슈였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 노무현의 사람과 이명박의 사람

100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해서 열띤 설전을 벌였던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진성호 조선일보 기자 출처: MBC 화면 갈무리


진성호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인터넷 본부장으로 일하다가 국회의원까지 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네이버를 평정했다는 발언은 그가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시켰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이자 증거입니다.

[시사] - 종편사수대 진성호 의원, SBS 개국 때는?
[정치] - 청와대가 네이버도? 여론조작의 실체 폭로.
[정치] - 신정아-진성호,2007년 국감에서 어떤일이?
[정치] - '100분토론'시청 내내 무서웠던 정치블로거.

이런 인물이 이명박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을 받고 18대 국회의원으로 중랑 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저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치블로거와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정치 이야기요? 아닙니다. 만나서 커피 마시는 시간 내내 '블로그' 이야기만 했습니다. 블로그 CSS와 검색엔진, 이미지 꾸미기 등 블로거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정치 이전에 저는 블로거였고, 양정철 전 비서관도 블로거로 어떻게 '1인미디어'로 활동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왜 총선에 나갈까요?

첫째, 이명박 정권 심판입니다. 저희는 MB정권의 퇴행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저희들 책임이 큽니다. 결자해지라고 했습니다. 그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입니다. 그 복수는 앙갚음이나 보복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억울하게 가신 분에 대한 명예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제 도리입니다. 은둔생활을 하던 그 분께 ‘세상으로 나와 정치를 바꿔달라’고 간청 드린 몇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 분이 그 험한 결심을 하신 마당에 저도 그 길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분께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정치적 기반이라도 만들고 싶습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밝힌 총선출마의 이유>


양정철 전 비서관의 별명은 '양비'(양정철 비서관)입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노 대통령과 함께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할 당시에도 일했기 때문에 이제 영원히 '양비'라는 별명을 지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그토록 정치를 반대하면서 이혼의 위기까지도 있었던 양정철 전 비서관이 총선출마를 결심한 큰 이유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양정철 전 비서관은 총선은커녕 정치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정치하지 마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일곱 달 전, 제 출마 문제를 상의드렸을 때 제게 간곡하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 뒤 여러 사람들에게도 같은 권고를 하셨고, 그 말씀을 글로 정리하기도 하셨습니다. 저를 생각해 주시는 깊은 뜻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또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상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이런 수렁들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걱정해 주신 것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는 ‘한국정치의 한계’를 강조하신 것이었습니다.
<양정철 비서관이 밝히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이 왜 그의 측근들이 정치하는 것을 막았는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그가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있었을 때보다 봉하에서 훨씬 많은 일을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었다고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잘못된 역사, 비뚤어진 대한민국의 사회와 국민의 삶을 바꿀 수밖에 없는 시점입니다. 저는 그래서 양정철 전 비서관의 출마를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가 진성호 의원처럼 언론을 자신의 권력과 재물을 쌓기 위한 도구로 삼았던 인물을 심판해주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복수'를 나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당한 복수','깨끗한 복수'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조금이나마 밝게 변하고, 제가 쓰는 글이 독재 권력의 칼에 쓰러지지 않는다면, 그 복수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다만, 감정적인 복수가 아닌 이명박 사람과 노무현의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아름답게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