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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통퀴즈' 코미디보다 못한 MBC 뉴스



언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객관성과 중립성, 그리고 진실성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요즘 언론에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이것이 뉴스인지,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 방송인지 모를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번 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정책이나, 검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나서는데, 이런 부분에서 언론은 양쪽의 주장을 공정하게 보도함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과연 MBC는 이런 중립성을 지키면서 뉴스를 보내고 있을까요?

정책관련 비판제외,반론량에는 인터뷰도 포함 ⓒMBC노조

■ 나후보와 한나라당이 제기한 네거티브 공세 비공식 중계방송국 'MBC'

선거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9월21일부터 10월17일까지 박원순 후보에 대한 MBC 뉴스의 집요한 의혹 보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이 제기한 네거티브 공세를 그대로 옮긴듯한 의혹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아름다운 재단 후원금','서울대 법대 학력','하버드대 객원 연구원'.'병역 의혹' 등 말 그대로 말꼬리 잡기식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보도가 10월17일까지 MBC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 의혹에 대한 뉴스 분량은 375초였고, 이에 대한 인터뷰를 포함한 반론은 249초였습니다. 계산해보면 박원순 후보 의혹 관련 뉴스가 반론보다 126초가 더 길었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단 10초짜리 분량의 위대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126초가 더 길다는 사실은 아무리 반론도 뉴스에서 보여준다고 해도 박원순 후보 측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탁월하고 지능적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나경원 후보 의혹은 최대한 짧게 보도하라.

박원순 후보와 겨루고 있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과 문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혹과 문제에 대한  MBC 뉴스는 어떠할까요?

우선 방송 분량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은 5초,8초 등 초단신 보도로 끝내버렸는데, 단신 보도의 경우 그 효용성은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기 보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그런 일도 있었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특히 제일 큰 문제점은 MBC 뉴스데스크는 항상 타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나 후보 관련 의혹은 그날 그날이 아닌 며칠 후에 보도해주는 친절한 배려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나경원 후보의 '자위대 행사 참석' 논란은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부터 나왔던 이야기이지만, 10월10일에서야 단 6초 분량으로 보도됐고, 장애인 목욕봉사는 이틀 후 8초, 신당동 투기 의혹은 4일 후에,유흥주점 논란이나 사학 감싸기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MBC 뉴스가 보여준 서울시장 후보들의 의혹 보도만 보더라도 우리는 지금 MBC가 과연 얼마나 언론으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진실과 먼 불공정한 선거관련 방송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민실위보고서:선거모니터ⓒ MBC 노조

 MBC 보도국 막내기자는 선거 보도 기사 작성법을 자신이 고참 기자들에게 알려준다고 단언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사 작성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경원 후보 측이 제시한 의혹을 쓰고, 박 후보의 수세적 반론, 그외의 문장을 덧붙이면 끝"

이 막내기자가 알려주는 MBC 뉴스의 보궐선거 기사 작성법을 알고, MBC 뉴스를 보면 이와 전혀 차이가 없고,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전국민이 보고 있는 9시 뉴스데스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 탑뉴스를 청와대 해명기사로 바꾸는 놀라운 기자정신

기자에게 특종은 기자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성과물입니다. 그 특종을 잡기 위해 동료 기자에게 욕을 먹고, 취재원에게 비난을 받아도 감수를 하는 것이 기자들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또한 탑에 걸리는 뉴스는 그날 가장 이슈화될 수 있는 뉴스를 말합니다.

시사IN이 처음 특종 보도한 '내곡동 사저' 뉴스는 9시 뉴스에서 탑이자 가장 화제이며,특종처럼 보도할 사안이었습니다.그러나 MBC는 탑뉴스를 청와대 해명기사로 바꾸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이것을 놓고 기자들 세계에서는 '과연 기자가 맞는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중계한 MBC는 조중동의 '내곡동 사저'에 대한 보도와도 견줄수 없는 최악의 수준이었습니다.

뉴스데스크와 다음 날 조중동 신문 비교ⓒ MBC노조 /클릭하면 사진이 확대됩니다.


10월9일 청와대의 해명기사를 그대로 보도하고 난 뒤에, 다른 언론들은 특집,취재,연속,기획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곡동 사저'를 보도했지만, MBC는 단신으로 처리하다가 13일부터 16일까지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나흘동안 보도조차 하지 않았던 MBC 뉴스데스크는 갑자기 17일, '내곡동 사저 백지화'라는 기사를 뻘쭘하게 내보냅니다. MBC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언론을 지키는 공중파 방송국인지 짐작하지 못하는 작태를 보인 것입니다.

요즘 언론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왜 그런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언론 자유가 없다고 해외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 입니다.


'3김 퀴즈'로 유명한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는 그 후속편으로 '대통퀴즈'라는 코너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과 ‘운수대통’이라는 의미를 두고 있는 <대통퀴즈>는 배칠수씨가 역대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통퀴즈에서는 '아방궁'이라는 단어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모습을 통해 지금 '내곡동 사저'가 얼마나 중요하고 비도덕적이면서 이명박 정권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인이라면 바르고 정직하며 이 시대의 깨어있는 지성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MBC 뉴스데스크를 보고 있노라면 특정 정당과 정권의 중계방송국처럼 느껴집니다. MBC가 MB Company라고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듯 합니다.

언론보다 SNS를 더 믿는 세상에서 기자라고 자랑스럽게 다니는 사람을 우리는 '코미디언'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언론고시보다 개그맨고시가 더 경쟁률이 높은 까닭에 그들이 머리 좋다고 인정할 이유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