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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반대하는 1인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투표를 반대한 사람이지만, 아예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혹시나 선정되지 않으면 제주에 사는 저에게 불이익이 떨어질까 봐.

그정도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관한 세 편의 포스팅을 쓰고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래 도민 차원에서 제주도가 관광 사업으로 먹고 사는데, '안 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시사] - 제주7대 자연경관,아무리 홍보도 좋지만 조작까지.
[시사]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 대국민 사기극2탄
[정치]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

하지만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가 '세계 7대 자연 경관'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지역 뉴스라면 가능하겠지만, 대한민국 뉴스가 9시뉴스에 그것도 톱뉴스로 세계 7대 자연경관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를 9시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루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포스팅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한민국 언론이 난리를 칩니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어서 엄청난 혜택을 본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요?

군사독재 시절처럼 어떤 언론도 비판하지 않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저만이라도 비판해보겠습니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기준을 믿을 수 있는가?

인터넷 투표와 전화 투표, 그리고 문자 투표로 '세계 7대 자연경관'이 선정된다고 믿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투표도 있지만, 전문가 심사도 있다고 이 투표를 진행한 N7W(뉴세븐 원더스)는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아무리 투표를 많이 했어도 전문가 심사나 그 과정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은 과연 이 투표가 정말 공정한가를 어떻게 증명하는가에 문제가 있습니다.

N7W 재단이 밝힌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결과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요새 같은 세상에 투표 집계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투표는 아무리 많아도 관리자 모드에 가면 집계가 실시간으로 됩니다. 여기에 전화와 문자는 아무리 투표자가 많아도 한 시간이면 집계 프로그램에 다 합산될 수 있습니다.

N7W 재단은 미디어 회사를 지정해서 그 회사로 전 세계 후보지의 전화회사와 연결을 해 전화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이 말은 투표 합산 집계는 나라별 전화회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N7W 재단의 미디어 회사가 하는 것인데, 투표 집계를 다시 검증하겠다는 말이나, 후보지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투표도 중요하고 전문가 심사도 중요하다고 N7W 재단은 밝히고 있지만, 투표 결과도 투표 집계도 베일에 가려진 '세계 7대 자연경관 ' 선정이었습니다.

■ '세계 7대 자연경관'의 경제적 효과? 근거 자료는??

이번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언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신뢰 부족입니다. 처음에는 '삼성 경제 연구소'에 의뢰했다고 하지만 삼성 경제 연구소는 그런 의뢰를 받은 일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어제까지 나온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용역 보고서는 '제주 발전 연구원'이 밝힌 연간 최대 '1조2천84억 원'인데 그 보고서를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들이 밝힌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제주도가 성공사례의 근거로 자주 인용하는 영국 컨설팅 회사 홈페이지,,관련 자료는 웹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그랜든 손튼 컨설팅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에 경제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영국의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그랜드 손튼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자료인데, 이 또한 제주도가 아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테이블 마운틴입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 사업으로 전개해도 좋다고 밝히고 있는 행사를 정확한 보고서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무조건 믿어라' 식의 독재적 발상입니다.

미국에 1만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신규 사업의 전망이나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주는 유명 경제 전문 연구소와 컨설팅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와 대한민국은 이런 보고서 한 장 없이 그저 남이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서 효과가 엄청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사업가들이 보면 웃습니다. 주먹구구식 사업이라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으로 관광객이 늘었다고 제시한 해명자료


제주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가 세계7대 자연경관 때문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시사] - 제주7대 자연경관,아무리 홍보도 좋지만 조작까지.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으로 관광 수요가 줄어들고, 중국 거대 기업이 자사 직원을 대거 포상 휴가를 보냈기에 제주로 오는 외국인이 늘어났는데, 무조건 7대 자연경관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근거와 데이터, 그리고 공신력 있는 기관도 아닌 부실한 자료만을 가지고 무조건 우긴다고 믿을 사람은 없거니와, 실제 7대 자연경관 선정 때문에 수입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이름 모를 재단 하나 때문에 법과 예산을 뜯어고치는 나라.

저는 만약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정말 비영리 단체가 민간인 차원에서 추진했다면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후원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국가가 나서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서고, 정부가 나서고, 제주 공무원들이 총동원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가 공무원들과 대한민국 세금이 외국의 이름모를 단체의 홍보 운동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어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민간인들이 스스로 했다면 누가 무어라 하겠습니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기념하여 조형물을 설치하고, 자문단,지원 협의회,교류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 수많은 협의회와 재단을 설립하는 돈은 어디서 나옵니까? 바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미스코리아 대회 같다고 하면서, 그런 대회와 재단을 위해 법까지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이 과연 법을 통해서 정부 행정이 운영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입원이 제일 많은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해도, 부채가 무려 1조50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재정상황이 악화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과 자체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사와 이벤트, 그리고 어설픈 사업 진행으로 부도 위기까지 맞은 사례를 해외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과 비판, 그리고 감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되었다고 N7W에서는 선정 기념행사, 월드 투어 등 다양한 행사를 할 것인데, 그 많은 비용은 제주도가 부담해야 합니다. 벌 수 있는 돈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양간에 있는 소만 잡아먹는 꼴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고, 마냥 축하해야 할까요?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를 했던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주는 관광 사업 이전에 많은 아픔을 가진 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7대 자연경관 선정에는 그토록 얼굴을 내밀지만, 정작 제주 4.3 기념식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정치] - 제주도 4.3 사건 위령제가 무서워 가지 못하는 대통령

누군가 저에게 비난의 댓글을 달면서 왜 자꾸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정치를 대입시키느냐고 반문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분에게 묻습니다. 나라 예산을 집행하고, 법을 바꾸고, 대통령이 나서고, 도지사와 공무원이 매달리는 일이 어떻게 정치와 무관할 수 있느냐고.

저는 제주도가 좋아서 해외 생활과 서울 생활을 접고,만삭의 아내를 끌고 와 제주에 정착한 사람입니다. 제주가 너무 좋아 육지에 한번 올라가면 제주에 빨리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제가 제주도와 대한민국 정부가 벌이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을 반대하고 비판하겠습니까?

민간인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일개 비영리 재단이 벌이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라 예산을 집행하고 법을 뜯어고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독재국가에서나 벌일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그 언론들은 그 문제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를 취재했던 방송국은 윗선에 의해 보도조차 하지 못하고 묻혔습니다. 

동전투표기,투표기금,투표 기탁이라는 듣도보지도 못한 별난 투표 방법이 동원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뉴시스,제주소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두가 YES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비록 일개 블로거지만 제주를 사랑하기에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에는 한라산보다 더 아름다운 오름이 많습니다. 그 오름 밑에는 이승만에 의해 학살당한 유골들이 아직도 묻혀 있습니다.

<참고로 제 글에 대한 반론을 하실 분들은 상단에 올린 포스팅을 모두 읽어보시고, 그리고 어설픈 말보다 데이터와 자료를 제시하시면서 (~카더라 말고, 수치가 나온 보고서) 토론을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블로거 서포터즈 분들께서는 제주에서 받은 홍보 자료말고 자신이 직접 조사한 자료 (뉴스링크 말고)를 제시하면서 반박하시기 바랍니다>

제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에는 각자의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제주도가 우근민과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과 예산,불법이 집행되었는지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고, 그런 모습은 제주에서 태어난 우리 딸아이가 평생 살 제주도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