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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영화 '도가니'의 실제주인공과 숨겨진 공범



영화 '도가니'가 개봉 일주일 만에 백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회에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을 다룬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는지 허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에 숨겨진 이면을 자세히 보면,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사회구조의 문제점과 정치의 병폐를 처절하도록 잘 깨닫게 됩니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영화보다 더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던 장애인 성폭행

영화 '도가니'는 광주의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상습적 성폭력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그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실제보다 과장 돠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성폭행과 성추행 등을 당했던 피해 학생들의 증언을 보면, 오히려 영화가 보여준 장면은 새 발의 피였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증언을 보면, 대낮의 학교에서 진한 키스를 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특히 '잘못했으니 때리는 대신에 키스해야겠다'라는 말에 '제발 때려주세요'라고 울부짖는 어린 학생을 강제로 성추행한 일은 교육자를 떠나 인간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성추행만이 결단코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게 된 피해 여학생의 나이는 12살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학교 행정실장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관계가 끝난 후에 콜라를 주고, 돈 이천 원을 주어서, 그 돈을 받고 펑펑 울었다는 증언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의 고통을 느끼게 해줍니다.

실제로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을 당한 학생만 12명이었다고 밝혀졌던 이 사건에서 졸업생들의 피해 사례까지 더하면 얼마나 숨겨진 피해 여성이 있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는 여성들은 지금도 얼마나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당했던 12살 학생의 어머니는 지적 장애인이었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가슴앓이를 하며, 인터뷰했던 PD 수첩 기자에게 하소연만 했습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은 지식인이 아닌 그저 짐승이었을 뿐이었고, 그 짐승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육체적 정신적 유린을 당했던 것이었습니다.


■ '도가니'의 미술교사 강인호의 실제 주인공 전응섭 교사

영화 '도가니'에서 미술교사로 부임한 강인호(배우 공유)는 그를 낯설어하는 아이들과 차츰 신뢰를 쌓아가던 중 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만나고, 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배우 정유미)과 함께 무진학교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실제 강인호와 같은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이 광주 인화학교 생활지도 전응섭 교사였습니다.

성폭행 피해 여학생의 충격적인 진술을 알아낸 전응섭 교사 (이미지캡쳐:PD수첩)


전응섭 교사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 학생을 발견하여 진실을 듣고, 직접 피해학생과 장애인 성폭력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이런 사실을 해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의 노력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은 전응섭 교사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일이었습니다.


성폭행을 당했던 여학생은 졸업생과 교직원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전 선생님이 나한테 (교장선생님) 동생이 성폭행을 했다고 말하라고 했습니다'라는 진술을 했습니다. 그 진술이 있었던 후에 졸업생 대표가 선동하는 전응섭 교사 추방 투표를 시행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피해 여성을 담임여선생도 배석하지 않은 채 학생부 교사가 골방으로 끌고 가서 폭행과 협박, 폭언으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입니다.


시민단체와 함께 교직원들의 상습적 성폭행에 대한 처벌과 방지를 요구하던 전응섭 교사에게는 협박이 가해졌고, 법원까지 사건이 확대되자, 정교사 자리까지 주겠다는 회유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전응섭 교사는 학교장에 대한 폭언, 근무태만, 동료직원들에게 부담가중(징계위참석 진술내용), 허위사실 유포 및 불안감 조장의 이유로 해고됩니다.

영화 속 강인호는 죽은 아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고, 광주 인화학교 전응섭 교사는 학교 측에 의해 해고당하며 광주인화학교의 진실은 그동안 묻혔습니다.

■ 피해 여학생은 절망의 나락으로,가해자는 다시 학교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가해자들은 지금도 멀쩡하게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시 10여 명의 교직원이 성폭행에 가담했었지만, 실제 실형으로 복역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합니다.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던 교장과 박모(60) 생활재활교사는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10월형을 선고받았지만, 2008년 7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김모(58) 행정실장과 이모(36) 생활교사는 성폭행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2년을 선고받아 구속됐지만 김 실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낮은 형량을 판결받은 사실도 문제이지만, 버젓이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성폭행 가해 범죄자들이 태연히 학교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광주 인화학교 재단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수학교 광주 인화학교의 복지법인 우석재단의 이사장은 아버지, 교장은 장남, 행정실장은 차남, 그 외 조직의 임직원이 모두 친인척으로 구성돠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폭행과 성추행이 수년 동안 숨겨질 수 있었고, 성폭행 범죄자들이 태연히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피해 여학생을 마주 대할 수 있었습니다.


청각 장애인들을 성폭행하고 그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짓밟았던 광주 인화학교 교장의 논문입니다. 여기서 김 교장은 특수학교 교사의 자세를 피력했는데, 과연 성폭행범이 어떻게 이런 논문을 저렇게 떳떳하게 쓸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학생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이 언제부터 육체적 성폭행으로 바뀌었고, 자신의 제자들에게 어떻게 인간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짐승 같은 짓을 저지르고도,'한 점 부끄러움 없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불편한 신체의 일부의 보조 역할'이 아니라 불편한 신체를 이용한 이들은 교육자도 아닌 가장 악질적인 성폭행범, 극악무도한 범죄자일 뿐입니다.

■ '도가니'의 숨겨진 공범은 한나라당?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행 범죄자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때문이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의 족벌 경영으로 인한 문제점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법은 성폭행 강력 범죄자들이 교육자의 탈을 쓰고 학교로 돌아가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이런 사회복지재단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법안을 제안했었습니다.


2007년 17대 국회 때, 정부는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했습니다. 이 법에는 광주 인화학교와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사회복지법인의 보조금 횡령,'인권 침해 행위','사회복지법인 이사진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2,제3의 광주 인화학교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폐기 되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사회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복지법인의 부정을 뿌리 뽑겠다는 법안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종교의 정체성과 법인 운영권이 침해 받을 수 있다' 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어디서 우리가 많이 봤던 일이었습니다.

[정치] - '차기 서울시장' 노리는 사학재벌딸 나경원 의원.
[정치] - 사학재벌 딸 나경원을 위한 사학법 개정안

바로 사학법 개정안을 반대했던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의 논리와 비슷합니다. 그 당시 사학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이 반대했듯이 사회복지법 개정안도 한나라당과 사회복지법인이 반대해서 무산되었습니다.
 
광주 인화학교의 우석 사회복지법인은 당시 5년간 연평균 약 38억원의 국비 지원과 장애학생들 1인당 약 2000만원의 교육비용, 약 1000만원의 생활비용까지 나라에서 받아 챙겼지만, 이 기간에 우석 사회복지법인의 재단 전입금은 0원 이었습니다.

자신의 돈 한 푼 내지 않고 재단을 운영하며, 가족끼리 돈을 벌어 호화롭게 살면서, 장애학생을 성폭행까지 하며 자신의 성 노리개로 만들어 버린 인간들을 처벌하자는 법을 누가 반대했는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공범에는 '범죄를 방조하는 종범'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왜 한나라당이 영화 '도가니'에 나왔던 광주 인화학교의 공범인지 이제는 이해가 되십니까?


2005년 불거진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은 'PD 수첩'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11년 지금 영화 '도가니'로 나왔을 뿐, 그 당시 범죄자들과 허울뿐인 사회복지법인을 처벌할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모습을 쿨하다고 표현하는 세상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옆에서 어린 여학생이 강간을 당해도 그냥 지나치는 것과 다를바 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를 보고 분노를 느끼십니까?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한 저들을 벌하고 싶으십니까?
한나라당이 사회복지법인 범죄자들과 어떻게 결탁하여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당신 또한, 숨겨진 공범 중의 한 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