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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지하철 요금 냈는데, 왜 광고까지 봐야 하지?

 

 

작년 서울 지하철 이용객 수는 26억6천 명, 서울 시민 10명 중 7명이 매일 타는 지하철, 점점 승객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많은 지하철이라 그런지 지하철 곳곳에는 광고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광고는 더 화려해져서 밝은 조명에 컬러사진, 동영상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지하철 요금을 내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금을 내면서 광고까지 봐야 하니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지하철이 적자라는 뉴스가 나오지만, 스크린도어 앞에 서 있으면 좌·우, 위·아래, 전면까지 광고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스크린도어마다 광고로 도배돼 있을까요?

 

'스크린도어 공짜로 설치해주고 광고비를 챙기는 민자사업'

 

강남,사당,교대,삼성, 신도림역 등 승객이 가장 많은 12개 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서울지하철이 설치한 것이 아닙니다.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쉽게 말해 우리가 아는 민자사업입니다. 민간 시행사가 자금을 조달해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일정 기간 운영하면서 돈을 벌고 나중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서울지하철 2호선의 사당, 선릉, 교대, 강남, 합정, 신도림,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 영등포구청, 삼성, 이대, 강변,홍대입구, 역삼, 건대입구,동대문운동장, 잠실, 신설동역과 1호선 서울,시청,종로3가역, 3호선 교대,양재역, 4호선 명동역의 스크린도어는 모두 민자사업 방식으로 설치됐습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돈을 투자한 민간 사업자들은 비용을 뽑기 위해서 스크린도어 모든 곳에 광고를 부착합니다. 광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버는데 이들이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서울시민들은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준 업체의 수익을 위해 광고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의 안전보다 돈이 먼저'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을 투자했으니 광고로 돈을 벌겠다고 해도, 승객의 안전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나 돈을 버는 기업 입장에서는 승객의 안전보다는 당연히 돈이 먼저입니다.

 

 

2010년 설치된 스크린도어에는 고정문이 있습니다. 만약 고정문에 전동차가 정차한다면 승객들은 탈출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2010년 스크린도어 벽체를 모두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라는 요구를 합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를 민간이 설치한 24개 역의 스크린도어에는 대형 광고물이 부착돼 있습니다.

 

전동차에서 대형 광고물 때문에 밖이 보이지 않는 경우, 승객들이 탈출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민자역사를 제외한 다른 곳은 컬러가 아닌 단색의 글씨로 시가 적혀 있어서 외부 상황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스크린도어를 민간 자본으로 설치한 민자역사에서는 투자비 회수와 광고비 수익을 위해 결코 대형 광고물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꺼인듯 내꺼아닌 스크린도어'

 

지난 8월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승강장 안전문 센서를 작업 중이던 작업자가 승강장 문과 전동차 사이에 끼어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강남역 스크린도어의 설치와 유지,보수는 모두 민간자본이 투입됐습니다.

 

 

강남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서울지하철의 소유가 아닙니다. 민자사업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서울지하철이 마음대로 유지,보수할 수도, 개선할 수도 없습니다.

 

내꺼인듯 내꺼아닌 스크린도어입니다.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났지만,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까닭입니다. 2인 1조로 운행이 끝난 뒤에 수리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주고 싶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안효진 설비지회장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스크린도어 수리 직원을 숙련된 고급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센서 고장 등의 원인이 부실시공이나 저가의 부품 때문이라고 해도 더는 돈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을 민간기업이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민자사업으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운영되는 역사는 서울은 24개 역이고, 부산도시철도는 10개 역입니다. 이들 민자역사는 운영게시일로부터 대략 16년에서 22년까지 스크린도어를 운영하면서 광고비로 수익을 얻고  유지,보수를 담당합니다. 서울시나 부산시가 안전을 위해 직영을 하고 싶어도, 직영하게 될 경우 이들 업체에 손해 배상금을 다 물어줘야 합니다.

 

정부는 돈이 부족해, 예산을 아끼기 위해, 효율성을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민자사업을 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공기업의 민영화, 예산절감을 위한 최저낙찰제 도입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분명 민자사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을 위한 곳만큼은 민자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공공사업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도시철도는 스크린도어가 시공된 후 직원들이 직접 운영을 하면서 스크린도어 운영을 외주화했던 서울메트로와 달리 시민이나 일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식인지 누구라도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