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됐습니다. 이 사고로 10명이 사망했고 3명이 구조됐습니다. 현재 실종자 8명은 수색 중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페이스북에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박 장관은 ‘해경이 고의로 구조를 안 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댓글에 “유언비어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박 장관의 답변에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는 '대응해야 할 것은 유언비어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우선 아닙니까?'라며 국민안전처가 유언비어가 아닌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돌고래호 사건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무능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1시간 이내 특수구조대 대응? 8시간 걸린 특수구조대'
국민안전처는 2015년 연두업무보고에서 '안전혁신 원년의 해.'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 조기 실현'이라며 전국 어디에서든 발생하는 재난 안전사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육지는 30분, 해상에서는 1시간 이내 특수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현장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그냥 보고용에 불과했습니다.
돌고래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돌고래호1호 선장이 상추자도 해경 출장소를 방문한 시간은 오후 8시 10분입니다. 그러나 돌고래호 승선원 명부를 확인하느라 해경은 사고 접수 시간을 9월 5일 20시 40분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경 특수구조대는 과연 몇 시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까요?
특수구조대는 9월 6일 오전 4시, 그것도 사고현장이 아닌 완도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연합뉴스는 부산에 있는 중앙해양특수구조대 9명이 출발했는데 헬기 대신 육상으로 완도항까지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해경의 공식 신고 접수 시간을 8시 40분이라고 해도 사고해역 근처까지 가는 데만 무려 8시간이 넘었습니다.
[시사] - '일본 특수구난대' 한국 오니 세월호 때와 똑같아졌다
아이엠피터는 불과 한 달 전인 7월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국민안전처의 주장과는 다르게 사고현장 도착 소요시간이 너무 늦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번 돌고래호 낚시어선 전복 사고에서도 1시간 현장대응은 말뿐이었습니다.
'예산 없어 수리조차 하지 못한 V-Pass'
돌고래호 선장은 배에 이상이 있자 승객들에게 해경에게 연락이 가서 구조가 금방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장이 말한 구조연락 시스템은 V-Pass입니다.
V-Pass는 선박 출,입항 자동신고시스템으로 조난시 구조와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정부와 언론은 V-Pass 시스템으로 조난 발생 시 구난신호가 발신되며 사람이 해상 표류 시 수색구조용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고 홍보해왔습니다.
V-PASS사업은 2011년 개정된「어선법」(모든 어선에 위치발신장치 설치를 의무화)에 따라 모든 어선에 위치발신단말기(GPS단말기)를 설치하고, 해경청상황실과 파출소, 경비함정에서 선박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어선크기별로 단계적으로 시작하여 2015년까지 국내 모든 어선에 설치하게 됐지만, 사업은 계속 지연됐습니다.
김승남 의원은 2013년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실시간으로 어선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V-PASS사업이 계획 및 사업관리 부실로 전체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조난사고 시 작동불능문제에 대한 조속한 기술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해경은 34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어선 71,825척, 경비함정 261척, 329개소의 파출장소에 V-PASS 시스템 구축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축된 V-Pass 시스템은 오류와 고장이 빈번했습니다.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단말기 고장은 전국적으로 총 994개소였습니다.
고장이 발생한 V-Pass 단말기를 수리하려면 예산이 필요합니다. 2015년 유지보수 예산안은 7억3천9백만 원이었지만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해경은 어선과 경비함정, 파출장소에 설치된 V-PASS 시스템 유지보수 예산 3억7천4백만 원을(어선용 2억 3천만 원. 경비함정‧파출장소 1억4천4백만원)을 요청했으나 경비함정‧파출장소 예산 1억4천4백만 원만 확보했습니다.
V-Pass 시스템으로 표류 중인 어선을 구조한 사례가 있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좋은 시스템이지만, 이번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고장이 나면 무용지물입니다. 수리 예산이 없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미 나왔지만, 결국 돈 때문에 인명 사고가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돌고래호 전복 사고에서도 민간어선이 생존자를 구했습니다. 안전에 더 신경 쓰겠다며 해경을 해체했지만, 매번 구조와 수색에 민간어선이 성과를 내는 이유는 정부가 그만큼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 경비와 안전, 구조에 600명의 인력을 늘린다고 했지만, 실제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광역수사전담반 등을 새로 만들면서 수사 업무에 치중했습니다.
진짜 필요한 구조 작업과 인력, 안전 시스템 구축에는 돈이 없다면서 포기하고, 일이 터지면 그제야 무슨 대책을 내세우는 정부, 해상구조와 국민의 안전은 말로만 해서는 될 수 없습니다.
1시간 이내에 특수구조대를 현장에 도착하겠다고, '안전혁신 원년의 해,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실현하겠다며 큰소리 쳤던 국민안전처의 말이 진짜 유언비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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