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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친일과 박정희 미화로 얼룩진 '초등역사'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6학년이 되면 배울 국정 초등 사회(역사)가 심각한 오류와 왜곡, 박정희 미화로 얼룩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역사정의실천연대가 현재 40여 개 초등학교에서 정식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초등 사회(역사) 실험본 교과서를 분석해보니, 무려 350여 개의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이는 쪽당 평균 2개씩입니다. [각주:1]

 

비록 실험본이라고 하지만 공모에서 교과서 현장 보급까지 무려 2년 동안의 기간이 걸린 점으로 본다면,[각주:2]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교과서를 '국정'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왜곡과 오류, 독재 미화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일제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친일 교과서'

 

국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는 그 나라의 역사를 학생들이 제대로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역사에 나온 사실을 기록할 때는 용어와 서술 방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교과서를 만들 때 누구의 관점으로 교과서를 기술하느냐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일본 교과서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교과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교과서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초등역사 실험본을 보면 기본적으로 '을사조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이미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조약이 무효임이 확인됐기 때문에 '을사조약'은 강압에 의해 체결된 조약이라는 '을사늑약'으로 불러야 합니다.

 

조선이 일본의 보호국이 된 이유는 단지 고종의 헤이그 특사 실패 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초등역사 실험본에서는 헤이그 특사 실패로 일본의 보호국이 됐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의병투쟁은 이미 1895년부터 1915년까지 계속됐는데, 1906년으로 한정해서 표기하는 부분이나, 고종황제의 '강제퇴위'를 단순히 '폐위'로 기술한 부분은 철저히 일본의 관점에서 역사 교과서를 생각하고 만든 결과입니다.

 

 

일본인이 볼 때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의병은 소탕과 토벌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일제의 의병 소탕이나 토벌은 '탄압'과 '학살'의 역사입니다.

 

이처럼 누구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느냐의 차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초등역사 (사회 5-2) 96쪽을 보면 '일본은 쌀을 수출하는'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일본 제국주의 입장에서는 수출이었겠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침탈과 수탈'입니다.

 

일제 입장에서 초등역사 교과서를 만든 모습은 친일 교과서로 문제가 됐던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방식[각주:3] 유사합니다.

 

교학사 교과서 245쪽에서는 일제의 조선 경제 침탈을 '자본 진출'로  '착취'를 '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라고 적혀있습니다.

 

역사 교과서를 일제의 관점에서 배우는 학생이라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얘기했던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 와서 우리가 경제 개발할 수 있었던 거예요'라는 소리를 들어도 '맞아,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민사관이나 친일 역사 교과서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4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박정희 독재의 찬양과 미화'

 

초등역사에 나온 수많은 역사적 오류 이외에 우리가 심각하게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박정희의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했다는 부분입니다.

 

 

기존의 교과서 114쪽에는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강하게 맞섰으며, 김재규가 쏜 총에 사망하여 유신체제가 막을 내렸다고 되어 있습니다.[각주:4]

 

초등역사 실험본에는 유신 독재를 반대하는 내용이 '혼란'으로 표현됐으며, 박정희 사망 원인을 삭제하고, 단순히 '서거'했다고 표현돼 있습니다. 김재규의 총에 죽은 사실 자체를 초등학생이라고 알려주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유신헌법의 주체를 '박정희 대통령'에서 '박정희 정부'로 바꾼 것이나 '유신헌법'이라는 용어 자체를 삭제한 이유도 박정희의 잘못을 축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않은 이유를 독재가 아닌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로 표현한 것은 아예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겠다는 목적입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헌법을 고친 이유는 '장기 집권과 독재'를 위해서입니다. 그런데도 '새롭게 헌법을 고치고'라고 표현한 이유는 잘못된 개헌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학생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식입니다.

 

'새마을 운동'이 정말 성공한 정책이냐고 묻는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평가가 엇갈리는 새마을 운동과 같은 사건을 교과서 한쪽 전체를 할애해서 알려주는 교과서가 과연 제대로 된 교과서일 수 있을까요?

 

개인의 재산과 무상 노동력으로 완성된 새마을 운동은 자유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측면에서 본다면 공산주의 국가와 같은 정권의 횡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새마을 운동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크게 발전시켰다고 단정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주입하는 일입니다.

 

 

'일제 군국주의'와 '독재'가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것을 찬양하고 미화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일본의 신군국주의 부활과 억압된 통치 방식에 대해 잘못이라고 가르칠 수 없게 됩니다.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살아가고, 정치를 받아들이는지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초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역사 교육을 한다면, 아예 역사교육을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요셉이도 잘못된 역사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아이엠피터가 학교에 가서 이런 역사 교과서 말고 다른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쳐달라고 항의해도 바꿀 수 없다는 점입니다.[각주:5]

 

박정희가 왜 '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었는지,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왜 초등학교 역사까지 손을 대고 있는지 우리 부모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독재자가 살아 있도록 만든 우리 부모부터 먼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1. 역사정의실천연대 http://cafe.daum.net/historyact2012 [본문으로]
  2. 중학교 검정 역사교과서 7개월, 고등학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 1년 4개월, [본문으로]
  3. 교학서 교과서는 일본 후소샤 한국판? 2014년 12월 12일 http://impeter.tistory.com/2361 [본문으로]
  4. 내년 초등 <사회> "박정희 독재 감추기 심각"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30일 http://goo.gl/JuhwKh [본문으로]
  5. 초등학교도 국정이 아닌 교과서에 대해서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선정하기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