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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고엽제전우회'는 가짜 친미? 감히 '대미 소송'해놓고

 

 

대한민국에서 한국 주재 외교관이 다쳤다고 쾌유를 비는 공연은 물론이고 집회까지 열렸습니다. 여기에 일국의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자마자 가장 먼저 병실까지 찾아 병문안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5일만에 퇴원하는 부상치고는 온 나라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퇴원하는 모습까지 생중계를 했으니...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에 대한 여러가지 모습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보여주고 있는 과도한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짝사랑[각주:1]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고엽제전우회가 생긴 이유는 미국 때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라는 곳은 말 그대로 고엽제로 피해를 입은 예비역 군인들의 모임입니다. 그렇다면 고엽제는 어떻게 발생했을까요?

 

 

미국은 베트남 전쟁 기간 '랜치 핸드 작전'을 벌였습니다. 이 작전은 정글 속에 숨어 있는 게릴라 조직 등 적군을  괴멸시키기 위해 수천만 리터의 제초제 성분의 화학약품을 뿌려 정글과 식량을 없애는 목적이었습니다.

 

당시 뿌려졌던 고엽제는 에이전트 오렌지, 화이트,퍼플 등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여기에 포함돼 있는 '테트라 클로로 디벤조 다이옥시(TCDD)'는 "인류에 의해 합성된 가장 유독한 분자 물질"이라고 설명될 정도였습니다.[각주:2]

 

미국은 랜치 핸드 작전을 위해 6,542회 83,600,000리터의 고엽제를 베트남 등의 지역에 살포했습니다.[각주:3]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고엽제의 집중 살포지역과는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고엽제 살포 지역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파월 장병들도 고엽제에 노출돼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은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천 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종 암 질환은 물론이고 기형을 유발하며, 독성이 유전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주장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고엽제 때문이라는 주장과 유사한 연구보고서가 나왔으며, 이를 근거로 세계 각지에서는 미국 정부와 고엽제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때문에 보상 받지 못한 고엽제 피해 한국 군인'

 

미국의 고엽제 살포로 피해를 본  미국내 고엽제 피해 월남참전 군인들은 소송을 벌였고, 미국의 고엽제 생산회사와 협상을 통해 2억4천만 불의 보상금을 받아냈습니다.

 

 

당시 한국과 비교하면 소수의 군인을 파병했던 뉴질랜드. 호주의 고엽제 환자들도 배상을 받았지만, 유독 한국 군인만 제외됐고, 사건은 1984년 종결됐습니다.

 

특히 잔여 배상금 7천 2백만 불도 한국은 제외됐고, 파월 참전 한국 군인들이 1994년 뉴욕 연방 법원에 이 문제를 제소했지만, 패소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왜 한국 군인만 이런 보상에서 제외됐느냐는 점입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홈페이지에서는 한국 군인이 고엽제 피해 보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첫째는 전쟁 중 발생한 어떠한 피해에 대하여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없다는 점과 둘째는 외국인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고엽제전우회에서는 근본적으로 미국 정부가 고엽제 피해를 순수히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월남전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군인을 파병하고 용감하게 싸웠지만, 미국 정부 때문에 한국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박정희와 미국을 상대로 싸우지 않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고엽제 피해로 인한 질병과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박정희-박근혜 찬양'과 '친미'를 입에 달고 살아갑니다. 고엽제 피해를 본 근본적인 원인이 월남 파병을 제안했던 박정희와 고엽제를 살포한 미국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박정희는 월남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케네디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군인의 월남파병을 먼저 제의했습니다. [각주:4]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이 먼저 파병을 요청했다는 사실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특히 월남 파병을 놓고 한 미간의 브라운 각서를[각주:5] 통해 박정희 정권은 경제적 이득을 위해 한국군을 월남에 파병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사실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해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고엽제전우회는 피해를 보게 한 주범인 박정희에게는 어떠한 소송도 불만도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엽제 피해 군인들은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조기 기각 요청으로 법원의 기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1999년 서울중앙지법에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 고엽제 생산 업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열렸지만,2002년 원고 패소 판결이 났습니다. 그러나 2006년 서울고법은 피해자 6759명에 대해 "제조사가 1인당 600만~4600만원씩 6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배상을 곧 받을 것 같던 고엽제 피해 참전 군인들은 2013년 대법원에 의해 염소성 여드름 환자 39명에게 1인당 600~1400만원씩 총 4억 6600만 원만 배상받았습니다.[각주:6]

 

 

고엽제전우회가 필요한 이유는 고엽제 피해를 본 참전 군인과 유가족들의 보상과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32만 명을 월남에 보냈던 박정희 정권과 고엽제를 살포한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소송과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엉뚱하게 박정희를 찬양하고 친미만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일본 아베를 찬양한다고 아베 정권이 일제강점기 피해 보상을 제대로 해주리라 믿습니까? 똑같습니다. 아무리 주한 미국대사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같이 가자면서 미군 군복을 입어도 주한 미국대사는 결코 고엽제 피해 군인들의 소송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설립된 배경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만든 '고엽제후유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 보완된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 때문입니다.

 

자신들을 진짜 도와줬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군복 입고 길거리에 나가고, 자신들의 단체 설립 목적의 첫 번째가 무엇인지 정도는 기억하며 행동했으면 합니다.

 

  1. 첫 번째 사진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펼친 주한 미국대사 관련 행사 [본문으로]
  2. 위키피티다/에이전트오렌지 [본문으로]
  3. 미국 재향군인국 자료 [본문으로]
  4. 해방에서 자립까지의 한미 관계 20년. 1992년 경향신문 [본문으로]
  5. 박정희 정권이 베트남의 추가 파병을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한 내용. 2005년 정부의 베트남전 문서 공개로 알려졌다. [본문으로]
  6. 고엽제 관련 질병 중 염소성여드름 환자만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 질병과 인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