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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하필 '신사참배'하던 남산에서 '일왕 생일 파티'를

 

 

2014년 12월 4일, 남산 중턱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는 경찰이 '중요 업무'를 위해 출동했습니다. 경찰이 말한 '중요 업무'는 바로 일왕 생일 파티에 대한 경호였습니다.

 

원래 일왕 생일은 12월 23일입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은 매년 '내셔널 리셉션'(국경일 연회)라는 이름으로 일본보다 더 빨리 일왕 생일 파티를 합니다. 아마도 일본 내 일왕 생일 파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기와 겹치지 않으려는 속셈 같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찾은 그랜드하얏트 호텔은 사복경찰과 경찰이 호텔 정문은 물론이고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을 철저히 막고 있었습니다. 내부에도 경호원을 배치, 카메라만 보이면 바로 밖으로 나가도록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일왕 생일 파티'를 하필이면 왜 남산 중턱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예전에 열렸던 다른 호텔 등과 행사 일정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남산은 너무했다고 봅니다.

 

조선을 병탄[각주:1]한 일제는 남산에 일본의 건국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메이지 일왕'을 모시는 '조선신궁'을 건립합니다.

 

당시 조선교육회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헌목캠페인'을 벌여 50여 만명에 이르는 조선의 소학교.보통학교 학생등에게 5000엔의 헌금을 징수했습니다.[각주:2] 

 

1938년 조선총독부는 매월 1일을 '애국일'로 제정해 조선인에게 '신사참배'와 '히노마루(일장기)게양',''황국신민의 선서 제창' 등을 강요했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학교 18개교는 가차 없이 폐교됐고, 조선의 진정한 기독교인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강제 연행되거나 순교하기도 했습니다. [각주:3]

 

남산 중턱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일왕 생일 파티장'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아이엠피터의 머릿속에는, 당시 일제의 강요로 일왕과 일본신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참배했던 조선인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냥 일본대사관의 행사라면 일본대사관 관저에서 개최하지, 굳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남산 중턱에서 '일왕 생일 파티'를 했지라는 반발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따갑습니다. 정치인들은 그런 여론을 의식해서 초대장을 받고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이엠피터가 본 바로는 많은 한국인들도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일왕 생일파티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던 남덕우 전 총리는 2009년 일본정부가 일본에 지대한 공로를 끼친 외국인들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욱일대훈장'을 받았던 인물입니다.[각주:4]

 

2013년 남덕우 전 총리가 사망하자, 그의 시신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되기도 했습니다.

 

광복절이 부끄러울 정도로 대한민국 국립묘지에는 친일파 등이 다수 안장돼 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썼던 독립투사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있지만, 친일파들은 떳떳하게 국립묘지에 안장된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빨간 바지에 모피코트를 두른 중년의 여성은 당당하게 '일본 천황 생신 행사 장소가 어디죠?'라고 묻고 화려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호텔 연회장에 입장했습니다.

 

1990년대 일본의 유명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는 일왕 주최 피로연에 참석했을 당시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각주:5] 

 

1945년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패했으며,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각주:6]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된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모습을 보니, 마치 '벚꽃'이 만개한 모습처럼 여겨졌습니다.

 

어쩌면 일본은 신군국주의 부활을 통해 언젠가 다시 한국에 올 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각주:7] 

 

  1. 남의 나라의 재물이나 영토,주권 따위를 강제로 빼앗는 행위, 한일병탄조약이 옳은 표현 [본문으로]
  2. 神社참배 거부 18개교 日帝, 가차 없이 폐교 주간동아 2005년 11월 1일 http://goo.gl/Yt4yxP [본문으로]
  3. 북한의 우상숭배를 비난하는 한국 대형 교회 목사들의 교단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국민의례라며 그들 스스로 남산과 일본을 방문해 신사참배를 했다. [본문으로]
  4. 주한일본대사관 2009년 5월 8일 http://goo.gl/juo1or [본문으로]
  5. 기미가요 논란에 아무로나미에 거부 일화 재주목, 왜?. 중앙일보 2014년 10월 29일 http://goo.gl/qdwUzo [본문으로]
  6. 이상각 저: 1910년, 그들이 왔다는 책의 주석에 있는 말 "우리 일본은 조선 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조선인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라는 말이 변형되어 나온 얘기로 보인다. [본문으로]
  7. 일본은 이미 한국과의 군사교류와 헌법 수정 등을 통해 그 발판을 마련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