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도 새로 이사한 송당리의 '당오름빌'에서 예전과 다르게 동네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엄마,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는 대신에 걸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안전펜스가 있는 곳이 아닌 보도블록도 깔리지 않은 곳으로 아이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뒤에서 아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들을 위험하게 안전펜스가 없는 곳으로 등하교를 시키고 있을까요?
'증가하는 교통량, 도로 시스템은 교통사고에 무방비'
아이들이 안전펜스가 없고 보도블록도 없는 곳으로 등하교하는 이유는 새로 생긴 빌라와 학교 사이의 도로 시스템 때문입니다.
새로 생긴 빌라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안전펜스가 없는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까지 가야 합니다. 빌라 앞에는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위험한 구간은 안전펜스가 없는 길에 설치된 버스 정류장이 그나마 있는 통행로를 가로막고 있는 곳입니다. 통행로를 막은 정류장 근처에서는 아이들이 도로 쪽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마을과 송당초등학교가 '마을학교 살리기'를 위해 건립한 공동주택에는 30여 명의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1 현재 송당초등학교 학생이 총 61명이니 전학오는 아이들을 합쳐도 꽤 많은 아이들이 공동주택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셈입니다.
전학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도로 시스템은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던 송당리 마을 안쪽에 우후죽순처럼 레스토랑과 카페, 게스트하우스가 생기면서 통행량은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도로 상황을 잘 모르는 렌터카 이용 관광객들은 교차로에서 일직선 도로가 나오면 가짜 방지턱에서 2 약간 멈추고,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시작점부터가 빌라와 초등학교까지의 도로입니다.
송당초등학교에서는 등하교 시간에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과 도우미가 나와서 안전 지도를 하지만 교통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전국 교통사고 1위 제주도'
중산간 마을 안쪽에 생긴 관광객 상대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의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교통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도 됩니다.
최근 10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인구와 비교하면 전국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렌터카의 증가로 렌터카 교통사고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제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제주에서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원인은 낮은 교통문화 때문입니다.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고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진입하는 등의 교통문화는 예전 차량이 없을 때부터 운전하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인구와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차량과 렌터카는 증가하고 있지만, 교통시설 예산이 부족해서 교통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걱정하는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도 제주 교통사고 증가 원인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거친 운전이나 차량 증가 문제는 당장 할 수 없지만, 교통시설만이라도 보강한다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OECD 국가 중 어린이 사망자수 1위- 그러나 돈이 없어'
한국의 담뱃값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고 흡연율은 높아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수가 평균보다 약 3배가 많은 나라입니다.
제주는 지금은 나아졌지만, 2005~2007년 교통사고에 의한 어린이 사망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3
제주시의 교통안전시설 관련 예산은 2012년 57억에서 2013년 44억, 2014년 37억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도 2012년 48억에서 2013년 27억, 2014년 12억까지 감소했습니다.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보면 '당사국은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한국도 여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아이들의 사고를 방지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이 없다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없는 세상이라면 도대체 부모들은 무엇을 믿고 세금을 내고 살아가야 할까요?
아이들이 위험하게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부모들이 전국적으로 한두 명이 아닐 것입니다.
사고가 나야 부랴부랴 스쿨존을 확대하고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사후 대책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미리미리 구축하는 모습이야말로 정부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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