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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제주 월정리'의 불편한 진실



제주에 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 중의 하나가 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입니다. 모 카페 앞 해안도로에 의자가 놓인 사진이 인터넷에 많이 나돌면서 명소가 된 곳입니다.

아이엠피터 가족은 2010년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제주로 이주하고 여름마다 아이들과 수영하러 다녔던 곳이 제주 월정리 해변입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더는 월정리 해변을 가지 않습니다.


월정리 해변을 더는 찾지 않는 이유는 월정리가 급속도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던 월정리 해변은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마치 도심 카페촌처럼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한적한 제주 해변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주말 홍대 거리와 비슷할 만큼 사람과 차량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습니다.

' 아이들이 다니기 위험한 동네가 되어버린 마을'

카페촌이 생기고 사람이 많아진다고 꼭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쪽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월정리는 너무 위험하게 변했습니다.


카페촌이 생기고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오다 보니 월정리는 때아닌 주차전쟁이 벌어집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니 도로에도 차량을 주차합니다.  

차량이 자전거 도로까지 불법 정차를 하다 보니 제주시는 사업비 4700만 원을 투입해 볼라드 185개(차량진입 방지 기둥 구조물)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볼라드를 피해 반대편에 주차하는 차량이 늘어나니 월정리 해안도로를 지나가려면 기본적으로 중앙선을 넘어야 겨우 통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다를 보면서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확률도 높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월정리에 가면 지나가는 차량이 너무 많아 마치 서울 도심처럼 아이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마음으로 다녀야 합니다.

' 월파, 해안침식이 있는 월정리 해변가'

2010년에만 해도 월정리는 살기 힘든 마을 중의 하나입니다. 모래바람이 너무 거세어 생활하기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모래바람보다 더 위험한 것이 월정리 해변 지형입니다.


제주 월정리는 월파가 심한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월파는 파도가 심해지면 바닷물이 해안도로까지 넘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월파가 심한 이유는 무분별하게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해안도로를 만들어 조류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월파가 심하거나 바람이 거세면 커다란 바위가 도로를 덮치기도 합니다.

월정리처럼 차량 통행이 잦아진 해변도로에 월파가 생기면 큰 인명 사고까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제주를 강타했을 때 월정리부터 김녕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20여 미터 구간이 30cm가량 심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아스콘 포장된 부분이 밑으로 꺼지면서 도로 표면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기도 했습니다.

해안도로와 밀접한 땅에 카페촌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실제 환경영향 평가를 받은 건축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14년 여름에 태풍 루사와 같은 대형 태풍이 월정리를 통과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분별하게 건립된 해안 카페촌의 지형 변화로 해안도로 인근에 대형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주로 이주하자마자 태어난 에스더는 월정리에서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만났습니다. 이후 매년 여름마다 월정리 해변은 에스더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월정리가 변하면서 에스더와 우리 가족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해변을 찾아 월정리를 떠났습니다.  

해안도로 인근에 카페촌이 생기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인간이 해야 할 책임과 의무도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자연과 인간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제주에 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살아가야 할 제주가 더는 망가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