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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직원 발각되자 이병기에 건네진 메시지는?



7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이 '일시 취재'라는 명찰을 달고 회의장에 있다가 야당 의원에게 발견돼, 한때 인사청문회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정식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국회가 허락했으니 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출입기자 등록 내규는 기자에 관한 것이고, 정보기관이 이것을 근거로 이 자리에 와 있는 걸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발각된 후 이병기 후보자에게 수첩으로 건네진 메시지에는 '기록 남기기 위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국정원 역사 기록을 위해 사진 촬영을 했고, 야당 의원 사찰은 전혀 아니었다는 주장과도 비슷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은 국정원이 사전에 야당 의원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발각된 국정원 직원 또한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출입증을 보자고 하는데도 출입증을 뺏길 수 없다는 식으로 저리 완강하게 버틸 필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 국정원이 그동안 얼마나 우리에게 불신의 대상이 됐느냐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신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국정원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휴대폰 감청이 당연하다는 국정원장' 

이상한 일이 벌어져 본질이 흐려졌지만[각주:1],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 맞물려 있었습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도중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휴대전화 감청 허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의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사찰이 아니라 범죄를 잡고 대공수사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 감청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말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국정원장 자격에 대한 문제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및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국정원 개혁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공 수사권 폐지 또는 검찰이나 경찰로 이관'입니다.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국내 정치에 자꾸 개입하는 국정원의 정치공작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게 된다면 그들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여지는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하는 국정원 개혁안이 필요한 시기에, 국정원장 후보자가 오히려 대공수사를 이유로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주장은 여전히 국정원이 개혁될 가망성이 적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북풍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무능한 국정원장 후보자'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북풍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북풍 사건은 김대중 후보에게 북한이 자금을 제공했다는 재미사업가 윤홍준의 폭로 기자 회견 공작을 안기부가 벌여, 김대중 후보를 빨갱이로 몰아 대선에 패배하게 하려는 전형적인 선거개입이었습니다.



안기부가 벌인 대선개입 북풍 공작에 대해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자신은 북풍 사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병기 후보는 "북풍과 관련해서 당시 1년간 출국금지를 당해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를 당하지도 않았고 재판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당시 수사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1998년 5월 서울지검 공안1부가 '북풍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첨부했던 북풍 공작 관련 안기부 조직도를 보면, 북풍 공작 기자회견에 관여했던 인물 대부분이 203실 요원들입니다.

안기부 203실이라 불리는 해외조사실은 안기부 2차장 휘하에 있는 조직이며, 당시 안기부 2차장이 바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입니다.

이병기 후보자의 말처럼 그는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이대성 203 실장으로 윤홍준 기자회견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는 보고만 받았다는 주장을 사법부가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이병기 후보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이병기는 자기 부하가 정치 공작을 벌여도 몰랐을 정도로 무능한 안기부 2차장이었다.
2. 이병기는 나중에 국정원 직원이 정치 공작을 벌여도, 나는 몰랐다고 말할 수 있다.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공작이 '개인적 일탈'로 만들어져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시기에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나는 몰랐다'는 이런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국정원장 후보자의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정치권력자들과 살아온 정치참모의 달인 이병기'

국정원장에 제대로 된 사람이 와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권력자들과 삶을 같이 했던 인물입니다.


이병기 후보자는 노태우의 최측근으로 3당 합당에 관여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대통령 최측근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살았습니다.

김현철 등 경복고 인맥으로 김영삼 정권에서 안기부 2차장으로 임명된 이병기는 북풍 공작을 벌여 김대중 후보를 막으려다 패배, 일본으로 도망치듯 떠납니다.

2002년 대선을 위해 이회창이 움직이자 다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특보 및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역으로 차떼기와 정치자금을 통한 정치 협잡을 하다 걸려 1000만원의 벌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병기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가장 큰 이유가 그가 여의도연구소 상임고문으로 그녀의 고문그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살아온 길은 언제나 정치권력자들과 함께였으며, 늘 정치권력을 탄생시키는 일에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될 듯 보입니다. 과연 그가 제대로 국정원 개혁을 이끌 인물이냐는 질문에 아이엠피터는 그의 과거를 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원윤리헌장을 보면 "우리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한 번도 정의와 진리, 그리고 국민의 편에서 일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국가 권력을 쥔 정치인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국정원장과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국정원 내부의 갈등이라도 바라봐야 조금은 속이 시원해질 듯합니다. [각주:2]


  1.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재산 문제 등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정권에서 그런 문제는 그냥 당연한 기본이 됐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앞으로 국정원 내부의 갈등은 어느 정도 생길 전망이며, 그 부분을 파고 들어야 국정원 문제점을 표면에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