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를 교육부가 최종 승인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어제 글([현대사] -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고교 교과서')에 이어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전체 PDF버전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사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교학사 교과서가 마치 일본 극우 교과서로 불리는 후소샤 교과서의 한국판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가장 먼저 교학사 교과서 245페이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대 일제의 경제 수탈'이라는 단원 속에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는 일본의 경제 수탈을 '자본 진출'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선인의 노동력을 착취했던 모습을 단순히 '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큰 이익을 올렸다'고 서술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기업의 경제적 활동처럼 기술한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경제 수탈이 마치 한국인에게도 경제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일본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조선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한일합방(한일병탄)은 정당했다'와 똑같은 사고방식입니다.
교학사의 이런 식의 역사관은 280페이지에도 또 나옵니다. 교학사는 조선인들의 만주로의 이민과 일본으로의 노동이민이 '한국 농촌 사회의 인구 과잉과 열악해지는 농촌 경제' 때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사'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제의 권력과 지주에 의한 토지 수탈 때문'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일제의 침략 전쟁과 수탈 때문에 조선인들이 농촌을 떠났다는 사실을 단순히 국내 문제로 한정 지은 것은 전형적인 일본 극우 세력의 논리와 똑같습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이 주장하는 용어가 그대로 나옵니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표현이 맞는 '을사늑약'을 교학사 교과서에는 '을사조약'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조선을 뺏은 '한일병탄'을 그냥 나라가 합쳐졌다는 '한일병합'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서는 을사늑약을 포함하여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무효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일본식 용어를 자꾸 사용하는 것은 일본과 맺은 조약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바와 같습니다.
교학사 교과서의 황당한 점은 일본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엉터리로 역사를 기술했다는 점입니다. '관동대학살'에 대해 교학사는 '1923년 관동 대지진때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는 참사를 당하였다'라고 짧게 표현합니다.
이에 반해 일본 후소샤 교과서는 '이런 혼란 중에 조선인 및 사회주의자들 사이에 불온한 책동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주민 자경단 등이 사회주의자 및 조선인, 중국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관동 대지진때 조선인들이 왜 학살당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 일본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못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교육부의 수정 명령이 있기 전에 교학사 교과서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위안부' 관련 표현에서 '강제로'라는 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수정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강제로가 아니라 단순히 조선인 위안부가 한국인 위안부로만 바뀌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제의 조선 침략과 수탈이 '강제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이들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이라는 사상과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합니다.
'역사는 그 집단의 자서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못한 교학사 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배우게 한다는 것은 우리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에 광분하는 언론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정도 역사만을 요구하는 집단일 수도 있습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읽는 내내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 아이엠피터가 오히려 이상한 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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