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2월 10일 '2015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교육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한국사 교과서 발행사에 총 829건을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에 발행사들은 12월 3일 수정명령을 반영하여 제출한 수정 보완 대조표를 제출했고, 교육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면서 논란이 됐던 교학사 교과서도 이날 최종 승인 통과돼, 내년에 정식으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날 최종 승인받은 교학사의 자체 수정 건수는 636건으로 다른 출판사 수정 건수 6~208건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교육부 발표는 636건, 그러나 실제로는 1031건에 해당한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하고 있다.)문제는 교학사의 이런 교과서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또한, 일부 출판사의 수정 보완 명령이 역사적 진실 앞에 올바르게 서술됐는지 본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년도 고등학생들이 사용될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류 수정? 친일 미화에 잘못된 역사 오류 그대로'
이번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명령에서는 일부에서 제기된 오류가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부 교과서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더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문제가 됐던 부분 중의 하나가 위키백과 등을 그대로 베낀 김성수에 대한 오류였습니다.
[현대사] - 친일파 김성수를 미화,왜곡하는 동아일보 '인촌상'
아이엠피터도 제기했던 김성수에 대한 오류 부분이 이번에는 수정됐습니다. 그런데 수정된 항목 이외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바로 김성수를 <경영자>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두 번이나 <경영자>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 그의 친일이 어쩔 수 없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준 것입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없었던 김성수가 반탁했다는 공적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친일행적 대신 반탁 운동을 전개했다는 공적을 기술함으로 친일파를 끝까지 미화하고 옹호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에 사용됐던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를 '한일병합'이라고 수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단어 모두가 잘못된 용어입니다. 한일합방은 일본의 입장이고 한일병합은 '두 나라가 합쳐 한 나라가 됐다'는 표현입니다.
단순히 조선과 일본 두 나라가 합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여 강제로 영토를 빼앗았기 때문에 '한일병탄'으로 불러야 마땅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선과 일본이 단순히 합친 것이 아니라 강제로 뺏겼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
이승만의 위임통치 청원서에 대한 기술도 잘못됐습니다. 출전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 43'이라며 교육부는 수정을 요구했지만, 학계는 원래 사료가 '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제28호'로 보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자체도 제대로 수정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박정희의 실패는 숨기고 책임은 북한으로 넘겨라'
한국사 교과서 논란 중의 가장 큰 부분은 박정희 군사정권 독재를 미화했던 부분입니다. 교학사 교과서는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라고 기술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의 의도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로 교과서에 기술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습니다.
교육부는 금성 출판사에 기술된 박정희 정권의 경제 실패 중에 '1997년 외환 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되었다'라는 대목을 아예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는 '박정희의 지나친 외자도입과 1997년 외환위기와의 인과관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박정희의 성공신화를 계속 홍보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부담을 없애기 위한 전형적인 역사 왜곡에 해당합니다.
교육부는 박정희의 반공정책과 통일 논의 중단이 박정희에게만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북한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부분을 삽입하도록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의 이런 수정명령은 '장면 내각에서'라는 부분은 제외함으로 '5.16군사 쿠테타'의 문제가 제기되는 항목을 원천 봉쇄해버렸습니다.
교육부는 예년에 비해 북한을 강조하는 뉴라이트와 보수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조갑제닷컴 등은 계속해서 북한 부분이 교과서에 부족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이번 최종승인에 엄청나게 반영됐다. (ex:양민학살,북한 인권 등)
북한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어떤 역사적 사실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써먹는 '종북론'과 '색깔론'을 더욱 진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의 잘못을 지적함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여 박정희 시대처럼 '반공'을 무기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박정희가 1964년 수출 성과 달성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김종필의 말을 '뉴스속보'라고 보도했습니다. 박정희가 이룩한 수출은 누구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습니까?
2평 방에서 4~5명이 함께 벌집에서 자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던 여공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박정희의 치적으로만 아직도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현대사] - '여왕벌'과 벌집에 살았던 구로공단 '여공'
교육부는 서책형 교과서를 12월 18일에 공개하고 12월 30일까지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주문하도록 했습니다. 불과 8일 (휴일제외)만에 수백 건의 오류가 나왔던 교과서를 무조건 선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배웠던 역사는 시험용 역사였습니다. 정권이 만들어준 왜곡된 국정교과서를 무조건 외워야 했고, 시험만 끝나면 그 역사는 잊었습니다.
아버지가 잘못 배운 역사를 그대로 또다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세상입니다. 자칭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전략을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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