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2013. 8. 28. 07:52

박비어천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는 행태를 빗댄 말입니다. 그전에는 주로 언론에 이런 형태가 많이 나왔지만, 이제 진짜 문학에도 등장했습니다.

전문 문학잡지 중의 하나인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 9월호에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 4편이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4편은 이태동 서강대 영문학 교수의 '바른 것이 지혜이다- 박근혜 수필 세계'라는 에세이 비평과 함께 실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하기 전에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과 '내 마음의 여정' 그리고 기존의 수필집을 증보한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라는 일기집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필집을 냈던 부분은 개인의 문학 활동이니 별로 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과거 냈던 수필을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분명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 '월간 현대문학'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 수필에 대한 비평 부분입니다.


이태동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이 조명받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 에세이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수필이 '모럴리스트인 몽테뉴와 베이컨 수필의 전통을 잇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몽테뉴와 베이컨의 수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수필가로 유명한 피천득조차 비난했던 이태동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만큼은 '우리들의 삶에 등불이 되는 아포리즘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은 작품'이라며 찬양하고 있습니다.

700호를 펴낸 국내 대표 문예지인 '현대문학'은 편집후기에서 아예 '한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고, 한국 에세이 문학의 재발견'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필이라고는 피천득의 '인연'외에는 생각나지 않는 아이엠피터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집을 아무리 읽어봐도 '인연'만큼의 감흥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는 이태동 교수의 말처럼 세계 문학 수준이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녀의 수필 대부분이 유신 독재의 탄압에 짓밟히고 있는 민중은 외면한 청와대의 삶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국민문학을 아십니까?' 

문학은 언어를 예술적 표현으로 인간과 사회를 진실하게 묘사하는 예술이지만, 이 안에 어떤 진실성이 결여된다면 문학작품이라고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국민문학'이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최재서라는 인물이 <인물평론>과 <문장>이 총독부에 의해 폐간되자 만든 잡지입니다. 그런데 왜 '국민문학'이라고 했을까요?



당시에는 '친일문학'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서양문학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문학, 즉 '국민문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으며, 이런 류의 문학은 대부분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군국주의와 황국신민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을 발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국민 문학이란 것은 오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문단(文壇)의 길을 타개하기 위하여 제멋대로 생각해 낸 제목은 아니다……단적으로 말한다면 구라파 전통에 뿌리박은 소위 근대 문학의 한 연장으로서가 아니라 일본 정신에 의하여 통일된 동서 문화의 종합을 지반으로 하고 새롭게 비약하려는 일본 국민의 이상을 시험한 대표적 문학으로서....>-국민문학의 요건 중에서

일본 정신을 배경으로 일본의 문학이 <국민문학>으로 변질했으니, 그에 따른 문학작품 또한 가면 갈수록 노골적인 일본제국주의 찬양 일색이었습니다.

<학병의 꽃>
앞장서 지원한 그대에 이어
그리운 학모(學帽)를 바람에 버리고
새로운 군모(軍帽)의 별을 받들어
붓을 검(劍)으로,
서책(書冊)을 지도로 대신할 때
몇 만(萬)의 발자국은 청운(靑雲)을
소용돌이쳤다.
- 김용제 <국민문학 1944년 7월호>


학도병 지원을 미화한 김용제의 시는 일제의 '내선일체' 사상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으며, 이런 문학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곧 동경 (東京)을 보여드리겠어요. 사꾸라가 한참 핀 꽃의 동경을 말입니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죽는다라는 말입니다. 죽으면 나는 외람스럽게도 야스꾸니신사[國神社]의 신으로 제사를 받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귀족의 한 사람으로서 나를 만나려고 동경에 갈 수는 있다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하루도 빨리 동경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정인택의 '돌아보지 않으리'


우리가 지금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고 있지만, 당시 친일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의 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설을 문학작품이라고 버젓이 내놓았습니다.

저들이 일본인이었다면 용서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또한 아이엠피터는 용납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그들은 분명 조선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문학이라는 언어의 도구를 통해 역사의식이나 민족의식조차 버리고 <국민문학>을 주장했던 모습은(국민문학은 일제의 국어말살정책에 따라 1942년부터 일어판을 냈다) 어떠한 변명이라도 용서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친일언론과 반공언론은 닮았으며, 절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경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사상을 미화하거나 그것인 진실인양 대중을 속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언론 또한 그런 면에서 아주 유사한 면이 있으며, 친일언론과 반공언론은 거의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1939년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 '소년' 11월호에는 강원도 여학생들이 뜨거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행상을 통해 번 이십삼원이라는 큰돈을 국방헌금으로 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72년 경향신문에는 전남의 초중고생들이 10개월동안 폐품수집,벼이삭줍기,산나물 채취 등으로 모은 방위성금 1억2천5백7십만3천7백5십4원을 박정희에게 헌납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주름살이 늘어 가신다는 고마우신 대통령'을 '꿈에라도 꼭 한번 뵙고 싶어 가슴 억누를 길이 없었다'고 하는 기사와 일제의 군국주의 방위성금에 감격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똑같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25일 새벽 5시. 한산하던 남대문시장 의류상가가 갑자기 시끌벅적 해졌다. "왔대, 왔어." "누가?" "박근혜래"…전날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는 등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박 대표는 이른 새벽 여전히 밝고 생생한 모습으로 나타나 "1시간 밖에 자지 못했는데, 지금은 긴 잠 잘때가 아니다"고 했다.(조선일보, 3.26)

흉탄에 쓰려진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22세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그의 이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정치판에 들어온 이후 '원칙'과 언행일치를 항상 강조해 온 원칙주의자였다.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하자마자 제1야당의 부총재를 맡아 승승가도를 달려온 박 대표는 이회창 당시 총재측과도 당 개혁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은 갈라섰다.(동아일보, 3.24)

그는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이다. "한번 뱉은 말은 무덤까지 안고 간다"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언행일치를 중시한다. …박 대표는 당내 민주화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는 2003년 3월엔 이회창 전 총재의 1인 지배체제를 비판하며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기도 했다. 한때 '대선출마설'까지 나왔으나 그해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복당, 결국은 지난 대선 때 이전총재를 도왔다. (중앙일보 3. 24)

2004년 한나라당의 대표로 박근혜 의원이 선출되자,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났던 기사들입니다. 이것이 언론 기사인지, 찬양문학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지면에 등장했었습니다.

언론,문학,예술계 전반에 걸쳐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가를 찬양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문학작품에 썼다면 개인의 자유이기에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와 그녀의 일가를 찬양하는 행위와 그런 모습은 예술이 아니라 출세와 성공을 위한 아부에 불과합니다.

친일문인을 왜 정죄하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그들이 일본이 패망한 이후, 반공문인,유신독재 찬양문인으로 승승장구하며 보호받고 출세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최고 예술가,저술가를 동원해 자기 업적을 찬양하게 했습니다. 드골정부는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나치협력자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들이 만든 썩은 종양들이 종국에는 나라를 모두 부패시켜 프랑스를 망하게 만든다. 언론인들은 도덕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지식인과 작가는 사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책임을 물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수필집에서 '결국 한 줌의 흙이요, 결국 하나의 점으로 끝나는 인생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족적을 남겨야 하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시인,소설가 등 예술인들은 자신의 문학작품으로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녀의 지금 행동으로 족적을 남길 것입니다.

이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족적을 남기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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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짤짤이

    이태동교수는 개인적인 친일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셨나봐요. 그래서 주류문학에 친일딱지를 메기고 그에소속된 이태동교수를 비난 ㅋㅋ. 피터님의 친일딱지솜씨는 천하일품의 무적기술 입니다. 꼴보의 종북딱지와는 비교불가인듯.

    2013.08.28 08:20 [ ADDR : EDIT/ DEL : REPLY ]
    • 쩔쩔이

      어제도 짤짤~ 오늘도 짤짤~~ 내일도 짤짤~~~

      2013.08.28 09:09 [ ADDR : EDIT/ DEL ]
    • 짤짤이 스토커 한 마리 나오셨네.
      피터님 야한테도 관심 좀 가져주세요.

      2013.08.28 12:32 [ ADDR : EDIT/ DEL ]
  2. 문학과 권력이 결탁되어있으니까 확 와닿네요.
    지금 언론에나 보던 박 대통령 찬양을 문학에서도 봐야한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5년이 지나고 나면 이걸 불쏘시개에 흑역사로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감흥이 없고 공감도 되지않는 찬양글..
    창작을 취미로 배우는 저도 쓰고싶지않습니다.

    2013.08.28 08:30 [ ADDR : EDIT/ DEL : REPLY ]
  3. 하야

    일제강점기에도 지식인들 중에 문학가와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일제의 나팔수가 되었죠...뭐 일제시대는 어쩔수 없었다는 핑계도 댈수 있지만 광복이후 자기죄를 반성하고 사과한 인간들은 본적이없습니다...오늘날의 일부겠지만 문화예술,언론,학계의 묻지마식의 박정희,박근헤 추종은 일제시대에 양심과 영혼까지 팔아버린 그들과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것만 듣고 쓴 그들의 문학이 우리의 문학계를 얼마나 오염시킬지 걱정됩니다...

    2013.08.28 08:32 [ ADDR : EDIT/ DEL : REPLY ]
  4. 얼마 있지 않으면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옥음으로 백성들을 사랑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몸이 아프신 가운데서도 백성들 고통을 어루만져주시기 위해 직접 000집을 찾으셨습니다."
    이런 뉴스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2013.08.28 08:53 [ ADDR : EDIT/ DEL : REPLY ]
  5. 김해

    참 우리나라엔 기인도 많습니다. 몇일간 비오다가 전대갈이 미국방문하니 천지가 개벽했다느니 전대갈의 은총이라니 가카의 미국방문을 환영하는 하늘의 계시니 뭐니 단군신화 저리가라하는 기인으로 만들어놨습니다. 그것도 종편이 아니라 KBS지상파방송에서요. 언론통제. 우호적인 여론. 찬양 일색 아부 아첨이 보잘것 없는 인간을 기인과 신화속인물. 존경받을 인물로 포장해버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에휴. 박정희는 반란주모자가 아닌 반인반신의 지도자가 되어버렸고 전대갈은 민족의 영도자가 되어버렸고 박근혜는 백열등 100개에 빛나는 아우라를 지닌 지도자로 둔갑시켜버렸네요. 어찌 찬양 일색이라도 그런 소리 자꾸 들으면 나같으면 쪽팔릴텐데

    2013.08.28 09:04 [ ADDR : EDIT/ DEL : REPLY ]
  6. 파르

    몽테뉴 베이컨 드립이 참...
    저기 북쪽에 김씨 왕조 하는 짓 따라하나요?

    2013.08.28 10:48 [ ADDR : EDIT/ DEL : REPLY ]
  7. 갑자기

    박대통령의 수필을 통해서 우리나라 문학의 인식 수준까지 비판받게 되었네요. 안타깝습니다..

    2013.08.28 11:28 [ ADDR : EDIT/ DEL : REPLY ]
  8. 세상이 다 그런거라고 말하기도 서글퍼지네요

    2013.08.28 1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단풍나무

    이태동교수가 뭘 가르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박근혜를 몽테뉴와 베이컨과 같은 선에 놓다니...박근혜야 좋겠지만 몽테뉴와 베이컨은 무덤속에서 기분이 어떨까. 80년대 유행했던 개그맨 김형곤의 "딸랑 딸랑" 딸랑이 개그가 생각난다.

    2013.08.29 22:40 [ ADDR : EDIT/ DEL : REPLY ]
  10. 지나가다가

    '박비어천가' 부분은 모 신문기자 칼럼을 그대로 인용하신 듯한데, 출처를 밝혀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 괜한 참견을 해봅니다..

    2013.08.29 23:1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