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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박비어천가' 이제 진짜 문학에도 등장하다.


박비어천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는 행태를 빗댄 말입니다. 그전에는 주로 언론에 이런 형태가 많이 나왔지만, 이제 진짜 문학에도 등장했습니다.

전문 문학잡지 중의 하나인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 9월호에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 4편이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4편은 이태동 서강대 영문학 교수의 '바른 것이 지혜이다- 박근혜 수필 세계'라는 에세이 비평과 함께 실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하기 전에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과 '내 마음의 여정' 그리고 기존의 수필집을 증보한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라는 일기집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필집을 냈던 부분은 개인의 문학 활동이니 별로 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과거 냈던 수필을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분명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 '월간 현대문학'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 수필에 대한 비평 부분입니다.


이태동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이 조명받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 에세이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수필이 '모럴리스트인 몽테뉴와 베이컨 수필의 전통을 잇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몽테뉴와 베이컨의 수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수필가로 유명한 피천득조차 비난했던 이태동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만큼은 '우리들의 삶에 등불이 되는 아포리즘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은 작품'이라며 찬양하고 있습니다.

700호를 펴낸 국내 대표 문예지인 '현대문학'은 편집후기에서 아예 '한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고, 한국 에세이 문학의 재발견'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필이라고는 피천득의 '인연'외에는 생각나지 않는 아이엠피터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집을 아무리 읽어봐도 '인연'만큼의 감흥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는 이태동 교수의 말처럼 세계 문학 수준이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녀의 수필 대부분이 유신 독재의 탄압에 짓밟히고 있는 민중은 외면한 청와대의 삶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국민문학을 아십니까?' 

문학은 언어를 예술적 표현으로 인간과 사회를 진실하게 묘사하는 예술이지만, 이 안에 어떤 진실성이 결여된다면 문학작품이라고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국민문학'이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최재서라는 인물이 <인물평론>과 <문장>이 총독부에 의해 폐간되자 만든 잡지입니다. 그런데 왜 '국민문학'이라고 했을까요?



당시에는 '친일문학'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서양문학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문학, 즉 '국민문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으며, 이런 류의 문학은 대부분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군국주의와 황국신민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을 발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국민 문학이란 것은 오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문단(文壇)의 길을 타개하기 위하여 제멋대로 생각해 낸 제목은 아니다……단적으로 말한다면 구라파 전통에 뿌리박은 소위 근대 문학의 한 연장으로서가 아니라 일본 정신에 의하여 통일된 동서 문화의 종합을 지반으로 하고 새롭게 비약하려는 일본 국민의 이상을 시험한 대표적 문학으로서....>-국민문학의 요건 중에서

일본 정신을 배경으로 일본의 문학이 <국민문학>으로 변질했으니, 그에 따른 문학작품 또한 가면 갈수록 노골적인 일본제국주의 찬양 일색이었습니다.

<학병의 꽃>
앞장서 지원한 그대에 이어
그리운 학모(學帽)를 바람에 버리고
새로운 군모(軍帽)의 별을 받들어
붓을 검(劍)으로,
서책(書冊)을 지도로 대신할 때
몇 만(萬)의 발자국은 청운(靑雲)을
소용돌이쳤다.
- 김용제 <국민문학 1944년 7월호>


학도병 지원을 미화한 김용제의 시는 일제의 '내선일체' 사상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으며, 이런 문학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곧 동경 (東京)을 보여드리겠어요. 사꾸라가 한참 핀 꽃의 동경을 말입니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죽는다라는 말입니다. 죽으면 나는 외람스럽게도 야스꾸니신사[國神社]의 신으로 제사를 받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귀족의 한 사람으로서 나를 만나려고 동경에 갈 수는 있다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하루도 빨리 동경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정인택의 '돌아보지 않으리'


우리가 지금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고 있지만, 당시 친일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의 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설을 문학작품이라고 버젓이 내놓았습니다.

저들이 일본인이었다면 용서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또한 아이엠피터는 용납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그들은 분명 조선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문학이라는 언어의 도구를 통해 역사의식이나 민족의식조차 버리고 <국민문학>을 주장했던 모습은(국민문학은 일제의 국어말살정책에 따라 1942년부터 일어판을 냈다) 어떠한 변명이라도 용서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친일언론과 반공언론은 닮았으며, 절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경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사상을 미화하거나 그것인 진실인양 대중을 속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언론 또한 그런 면에서 아주 유사한 면이 있으며, 친일언론과 반공언론은 거의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1939년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 '소년' 11월호에는 강원도 여학생들이 뜨거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행상을 통해 번 이십삼원이라는 큰돈을 국방헌금으로 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72년 경향신문에는 전남의 초중고생들이 10개월동안 폐품수집,벼이삭줍기,산나물 채취 등으로 모은 방위성금 1억2천5백7십만3천7백5십4원을 박정희에게 헌납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주름살이 늘어 가신다는 고마우신 대통령'을 '꿈에라도 꼭 한번 뵙고 싶어 가슴 억누를 길이 없었다'고 하는 기사와 일제의 군국주의 방위성금에 감격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똑같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25일 새벽 5시. 한산하던 남대문시장 의류상가가 갑자기 시끌벅적 해졌다. "왔대, 왔어." "누가?" "박근혜래"…전날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는 등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박 대표는 이른 새벽 여전히 밝고 생생한 모습으로 나타나 "1시간 밖에 자지 못했는데, 지금은 긴 잠 잘때가 아니다"고 했다.(조선일보, 3.26)

흉탄에 쓰려진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22세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그의 이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정치판에 들어온 이후 '원칙'과 언행일치를 항상 강조해 온 원칙주의자였다.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하자마자 제1야당의 부총재를 맡아 승승가도를 달려온 박 대표는 이회창 당시 총재측과도 당 개혁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은 갈라섰다.(동아일보, 3.24)

그는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이다. "한번 뱉은 말은 무덤까지 안고 간다"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언행일치를 중시한다. …박 대표는 당내 민주화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는 2003년 3월엔 이회창 전 총재의 1인 지배체제를 비판하며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기도 했다. 한때 '대선출마설'까지 나왔으나 그해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복당, 결국은 지난 대선 때 이전총재를 도왔다. (중앙일보 3. 24)

2004년 한나라당의 대표로 박근혜 의원이 선출되자,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났던 기사들입니다. 이것이 언론 기사인지, 찬양문학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지면에 등장했었습니다.

언론,문학,예술계 전반에 걸쳐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가를 찬양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문학작품에 썼다면 개인의 자유이기에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와 그녀의 일가를 찬양하는 행위와 그런 모습은 예술이 아니라 출세와 성공을 위한 아부에 불과합니다.

친일문인을 왜 정죄하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그들이 일본이 패망한 이후, 반공문인,유신독재 찬양문인으로 승승장구하며 보호받고 출세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최고 예술가,저술가를 동원해 자기 업적을 찬양하게 했습니다. 드골정부는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나치협력자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들이 만든 썩은 종양들이 종국에는 나라를 모두 부패시켜 프랑스를 망하게 만든다. 언론인들은 도덕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지식인과 작가는 사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책임을 물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수필집에서 '결국 한 줌의 흙이요, 결국 하나의 점으로 끝나는 인생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족적을 남겨야 하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시인,소설가 등 예술인들은 자신의 문학작품으로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녀의 지금 행동으로 족적을 남길 것입니다.

이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족적을 남기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