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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또다시 새누리당에 뒤통수 맞은 국정조사


8월 14일 오늘은 국정원 사건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1차 증인 청문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러나 증인 출석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13일 새누리당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13일 2시 50분경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공판준비기일 때문에 21일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판준비기일'은 30분이면 끝나고 변호사만 참석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에 이것이 불출석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후 4시 28분경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국회 행정실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새누리당이 밝힌 21일 출석의사는 없었습니다.

민주당이 재판을 위해 오후에 증인 청문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청문회 증인이 새누리당과 이미 짜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증인출석, 안 하면 너희가 어찌할 건데'

국정원의 국정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가 겨우 8월 7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표 합의사항'으로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모든 정황을 볼 때 민주당과 국민은 새누리당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4일에 예정된 원세훈,김용판 증인의 청문회 출석이 어려워지면, 16일에 다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며, 21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1일은 민주당이 김무성,권영세 증인 예비 청문회를 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21일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날 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가 모두 안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야 간사,원내 대표 합의사항으로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이 연장됐지만, 시간은 8월 23일까지입니다.,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 그 자체가 어렵습니다.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가장 큰 이유는 '증인 채택' 문제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은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증인 출석에 노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합의문과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권성동 특위 간사는 "21일 마지막 청문회에서도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이 불출석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수사 중이나 재판 중인 사람에 대해서 국조나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하더라도 불출석시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증인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절차나 제도가 현행법상 없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증인들이 출석하지도 않고 버티면 국정원 국정조사는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고, 진실은 또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 순진한 민주당, 지독히도 교묘한 새누리당'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이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시작했고, 새누리당은 화해의 손짓을 해서 여야가 국정조사를 계속 연장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내용을 지금 돌이켜 보면 그저 허울뿐인 합의 사항이었고, 그 안에는 어떠한 강제성이나 적극적인 국정조사 의지는 없었습니다.


증인 출석에 대한 노력은 그저 말장난이었으며, 국정조사 기간 연장도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날 연장에 불과합니다.

고발조치,동행 명령 등을 통해 민주당이 증인 출석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미 현행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법적으로 아무런 성과 없이 국정조사를 끝내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민주당이 '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을 하기 위해 고심하는 동안 새누리당은 철저히 14일 원세훈,김용판 불출석, 21일 출석해도 시간 끌기, 그리고 국정조사 기간 만료 전략을 채택하여 사전에 증인들과 입을 맞췄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조사를 하는 국회보다 새누리당에 먼저 불출석 의사를 알린 이유는 국정조사가 이미 그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만들었다는 증거인 동시에,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을 파헤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명단>

○국정원 전 현직 직원들
▲원세훈 ▲이종명 ▲박원동 ▲민병주 ▲최형탁 ▲김하영 (국정원 여직원)

○경찰 관계자
▲김용판 ▲최현락 ▲이병하 ▲김병찬 ▲이광석 ▲권은희 ▲박정재 ▲장병덕 ▲김보규 ▲김하철 ▲임판준 ▲한동섭 ▲김수미 ▲박진호 ▲최동희 ▲장기식

○민주당
▲강기정 ▲정기성 ▲김상욱 ▲백종철 ▲유대영 ▲조재현 ▲선승진

○ 참고인 명단
▲김유식 ▲김흥광 ▲유동렬 ▲표창원 ▲안병진 ▲박주민

국정원 국정조사의 증인을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김무성,권영세 주중 대사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불투명합니다.

참고인으로 표창원 교수도 나오지만, 실제로 범죄에 가담한 자들이 나올 확률은 별로 없습니다. 이 말은 범죄를 밝혀내야 할 국정조사가 실제로는 범죄자들이 사전 모의를 통해 범죄를 은폐하고 범죄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새누리당의 치밀한 전략에 민주당이 끌려다니다가 그리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리라 예상했습니다. 민주당이 못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쌓아놓은 기득권 세력의 지독함으로 무장하여 강력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으로 부족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민주당에게는 벅찬 싸움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하나의 촛불로는 힘도 없거니와 새누리당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 작은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 큰 촛불의 물결을 만들면, 그 어떤 자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해도 막아낼 수 있으며,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부정당하면 저항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각주:1] 민주주의 파괴, 촛불을 든 당신만이 막아낼 수 있습니다.

  1. 유시민 저 '후불제 민주주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