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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촛불집회에도 꿈쩍 않는 박근혜의 삭제된 과거



지난 8월 10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10만 국민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수만 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국기문란 범죄를 규탄했습니다.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경찰청장, 김무성,권영세 주중대사의 국정원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사건 규탄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TV에서는 그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충돌로 한정하는 투의 보도뿐이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은 촛불집회를 '대선불복'과 '민주당 지지율 쇼' 등에 불과하다고 헐뜯었고,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촛불집회에 관한 얘기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의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지만, 왜 박근혜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을까요? 점쟁이나 독심술의 능력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태도를 알기 위해서는 그녀의 과거를 다시 살펴보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 그녀에게는 삭제된 과거가 있다'

한 인물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프로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 인물의 프로필에는 인물의 내세우고 싶은 장점과 동시에 경력이 삭제된 내용은 그 인물이 감추고 싶은 과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 나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로필은 '퍼스트레이디 대리'이고 곧바로 '재단법인 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입니다. 청와대가 밝힌 이 두 가지 경력이외에 그녀가 1988년 대구 달성군의 보궐선거로 정치인이 되기 전까지 가장 많은 일을 했던 것은 '육영재단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장'입니다.

22살부터 퍼스트레이디 대리를 했다는 말은 공식적으로 유신 독재 시대에 깊숙이 관여했거나 철부지 로봇처럼 얼굴마담이었다는 둘 중의 하나를 의미합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녀가 유신 시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최태민에게 좌지우지 당하느냐'고 주장했던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이 박근혜가 스스로 사회 활동을 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청와대는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이사장 경력을 삭제했을까요?

▲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으로 최태민 목사의 전횡과 비위 그리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와의 관계를 적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육영재단은 어린이 복지사업을 위한 일이 아닌 박근혜, 박근령,박지만 남매의 지저분한 치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경영권 분쟁을 통해 남매끼리 탄원서와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던 육영재단은 2008년부터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변할 정도로 복지사업보다는 어떤 이권 다툼의 공간이었습니다.

정수장학회는 그 탄생 자체가 강탈한 장물로 설립한 재단으로 어떤 장학 사업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조직화 된 집단으로 변질한 단체입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의 활동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이권과 국가권력에 의해 탈취된 장물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점 때문에 경력에서조차 말하기도 부끄러운 박근혜 대통령의 삭제된 과거를 의미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고, 아버지를 위해 사퇴까지 했던 그녀'

어떤 정치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왜 정치에 입문했는지,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나중은 어쨌든 그들이 정치를 시작한 시작을 보면 대부분 '국민을 위해서' 내지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시작은 '아버지 박정희'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치 참여가 '아버지 박정희'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대한민국이 난국에 처한 상황을 보면 아버지 박정희가 생각나 목이 멨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부모님에 대한 도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녀의 정치적 시작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도리 때문에 시작한 것이고, 그 안에 국민은 빠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박정희냐 김대중이냐"란 슬로건으로 지역감정을 유발했으며, 대부분의 연설에서 '아버지'를 강조해 '박정희 향수'를 통해 당선됐습니다.

당선 소감으로 가장 먼저 했던 말이 "아버지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정치 시작에서 '아버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고, 그녀에게는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아버지의 유업을 받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1년 육개월 만에 한나라당 부총재가 됐습니다. 초고속 성공을 했던 그녀는 1999년 돌연 부총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합니다. 이유는 '김영삼이 박정희를 비난했고,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이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탈당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압박했는데, 그 이유가 아버지를 비난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2013년 청와대가 귀태라는 단어 하나로 왜 뒤집혔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두환으로 받은 6억원을 새마음 병원에 쏟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고등학생이었던 박근혜양을 위해 배 진수식까지 미루는 여왕과 같은 대접을 받았던 모습이나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새마음병원에 투자했다는 거짓말이나. 정치의 시작이나 사퇴에 아버지 박정희가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녀의 정치 속에 국민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공무원이 아닌 가신과 충신을 거느린 그녀'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공무원은 특정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봉사자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보면 과연 그들을 공무원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나 그녀의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들을 보면 대부분 나이가 많습니다. 단순히 많은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60세 초반은 막내가 될만큼 평균 연령이 높습니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노령화는 그녀가 젊은 인재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줬던 가신들을 충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가신과 충신, 이 모두는 왕이라는 절대자에 대한 충성을 제1의 목표로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므로 공무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1인보다는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가 주요 기관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드는 일을 '애국'이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지도자로서의 덕망과 존경을 받는 일과 충성은 그 개념이 다릅니다. 공무원이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어떤 왕조시대처럼 충성하는 모습과 방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더욱 심해지는 '박정희 신격화'는 대한민국의 행정조직이 국민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중심체제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대선 때 국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수시로 폐기 처분하는 행태는 그녀가 국민과의 약속보다는 지금 당장의 지배력을 먼저 생각하고 있음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국민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에게 촛불집회는 그저 아버지 박정희 시대처럼 나중에 한 방에 쓸어 담을 수 있는 단순한 소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생 자체에서 국민은 언제나 자신을 섬기는 백성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아버지의 영광과 그 시대의 찬란한 시절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만의 촛불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명예와 자신의 권력 유지뿐입니다.

정치인 박근혜가 말을 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입지가 필요한 시기 내지는 권력 투쟁 속에서 승리를 쟁취할 때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생각을 알려달라고 해도, 그녀는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할 말만 한다'라는 원칙을 절대 굽히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과거를 보니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아 암담합니까? 아이엠피터는 오히려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나중에 무너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봅니다. 단단한 성벽도 작은 구멍이 뚫려 엄청난 물이 유입되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국민과의 약속'이행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거짓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끝까지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