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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문재인 책임론'에 담긴 그들의 무지함



민주통합당은 대선평가 공식 보고서에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기술하기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와 당 대표급 인사에 한해 대선패배 책임의 당사자로 대선평가보고서에 명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하며, 이들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인사들에 대해서는 실명을 명시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민주당의 대선평가 보고서가 4월에서야 나오는 점도 뒷북을 치는 일 같기도 하고, 대선평가위의 보고서가 과연 얼마나 현실을 반영한 객관적인 보고서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민주당이 국민이 대선평가 보고서를 원하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책임론'과 함께 민주통합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재인은 슈퍼맨이 아니다'

아이엠피터는 대선이 있기 전, 아니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그를 대선 후보로 생각하고 글을 써왔습니다. 그를 대선 후보로 생각하고 지지했지만, 항상 그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문제점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문제점을 그가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책임론이 나와도 어느 정도는 수긍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 후보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① 선거책임자가 없던 선대위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실수는 공동선대위에 수많은 사람을 임명했지만, 누구 하나 선거에 책임을 질만한 핵심 2인자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는 김무성이라는 인물이 나서 선대위를 움직여 조직적인 선거를 치렀지만, 문재인 캠프는 선대위원장은 많았지만, 그 누구 하나 결정을 내리거나 책임을 졌던 인물이 없었습니다.

② 선거전략의 부재

공동선대위에 핵심 2인자가 없다 보니 무수히 많은 선거전략은 나왔지만, 효율적인 선거전략을 선택해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유권자에게 핵심 선거 전략을 보여주며 그들을 이끌기 보다 너무 많은 메뉴를 제공해 오히려 메뉴 선택의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③ 민주당 장악의 실패

민주당은 계속된 내부 선거 잡음으로 내분이 극에 달했고,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을 장악하지 못해, 효과적인 선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1야당이라는 조직적인 힘이 100% 대선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④ 민주당 개혁 실패

18대 대선에서 유권자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을 장악하지 못한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정치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고, 이는 유권자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싸잡아 보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문재인 후보는 짧은 정치 경력으로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 문재인의 융화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당을 장악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열악했던 상태였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슈퍼 문재인'이 됐어야만 했습니다.

▲ 문재인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선후보가 됐다고 민주당의 문제점이 해결됐을까?


그래서 '문재인 책임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불쾌한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여 저런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아이엠피터' 먼저 문재인 의원에게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당분간 정치를 떠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떠난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분명 문재인 후보에게도 책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민주당의 책임론 또한 존재합니다.

' 이등병 같은 민주당의 어리숙함'

민주당을 보면 속이 답답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1야당으로 수십 년 동안 정치밥을 먹었던 정치인들이 하는 짓이 대학원 다니다가 군대에 온 이등병처럼 머리에 든 것만 많고 현실과 동떨어진 짓거리만 합니다.


민주통합당의 4월 첫째 주 지지율은 새누리당과 거의 20%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것이 대선에서 졌기 때문일까요? 대선이 끝나고 새누리당과 차이가 있었지만, 그때는 선거 후였고, 지금은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더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선 패배론과 책임론에 빠져 진짜 중요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배론과 책임론은 벌써 1월 안에 끝내고 새로운 목표와 과제를 향해 민주당은 달려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선 패배론과 책임론으로 서로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민주당에 대한 정나미가 툭툭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수십년 동안 정치밥을 먹었지만,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군대에 온 신병처럼 지금 당장 고참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군에서 자신이 해야 할 임무도 모른 채 눈만 멀뚱히 뜨고 이리 갔다다 저리 갔다만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지금 국민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치판에서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 민주통합당이 해야 할 일은 무조건 19대 대선을 준비하는 일'

1989년 조지 H,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미국 제41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미국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을 시작으로 조지 H,W 부시까지 무려 3번이나 계속해서 정권을 뺏겼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중심에는 '론 브라운'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있었습니다.


▲ 론브라운은 흑인출신으로 1996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던 미국 정치인.


론 브라운은 '누가 당의 후보가 되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선거와 관련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모으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자신이 해야 할 핵심 임무라고 말하며 '데이터 선거'라고 부르는 오로지 선거를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바꾸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클린턴이 당선됐고, 민주당은 3번 만에 정권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그가 죽지 않았다면 아마 2000년 미국선거도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었고, 지금의 오바마가 아닌 그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바마의 선거 승리도 론 브라운의 '데이터 선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왜 무서운지 정치블로거가 되고 난 뒤에 알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선거에는 아주 철저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합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아직도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선거를 위해 정당의 모든 힘을 합쳐 나아가는 데 반해 민주당은 선거 전이나 선거 기간이나 그저 자신들의 길만 갑니다.

독재자처럼 당권을 누가 장악해서 보스정치를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내의 문제는 토론과 합의로 해결하고 당이 나아가야할 목표가 있다면 함께 힘을 합쳐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던 2위 후보였습니다. 그의 힘이 민주당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별로 없습니다. 그가 완벽한 후보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선전했던 후보이기에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민주당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책임론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민주당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책임론 이후에 민주당에 과연 대안은 있느냐는 점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4월 8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 행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문제가 있던 모바일이나 국민참여 경선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을 포기하고 국민적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있느냐는 물음에 민주당이 뭐라 대답할 수 있느냐입니다.


2014년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2016년에는 총선이 2017년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부터 선거를 위해 정치인이 아닌 철저한 전문가로 구성된 선거전담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들의 임무는 오로지 '선거에 이기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당을 개편해야 한다면 그들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고, 정치적 사안마다 대응하는 전략도 철저히 그들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합의'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합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의된 사안을 목적에 맞게 실천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계파 청산'을 말로만 하지 말고 언제,어떻게 누가 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그에 맞춰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문재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 누가 민주당의 후보로 나서도, 그 후보가 선거에 이길 수 있도록 민주당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은 지금 누구의 잘못을 따지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음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느냐입니다.

민주당은 지금부터 준비해도 2017년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민주당은 철 지난 '대선평가 보고서'말고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필승 선거 전략'이라도 내놓는 똑똑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