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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지지자 164만명, 대선에서 문재인 아닌 박근혜 찍어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자 20.9%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아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정당학회가 지난 3월 29일 '한국 정당정치 신뢰의 위기와 성찰, 그리고 진화'라는 주제로 연 학술세미나에서 동국대 김준석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일화 이전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의 20.9%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가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준석 교수는 SBS,한국리서치,중앙일보가 대선 전후로 걸쳐 시행한 7차례 패널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는데, 김 교수가 주장한 20.9%는 대선 투표자수 기준으로 164만6670명에 해당합니다.


이 주장이 정확하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대선에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자 164만6670명이 박근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계산해봤더니,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득표차이는 108만496표였는데, 앞서말한 안 후보 지지자 중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 후보에 투표한 사람 164만6670명이 문 후보에 투표했다면 아마 18대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 안철수 지지자를 비난하기보다 누가 왜 박근혜에 투표했는지 고민하라'

이런 수치를 보여주면 후보 지지자들 간에는 또다시 '대선 책임론'에 대한 공방이 나올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안철수 지지자를 비난하려고 이런 수치를 올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예측은 이미 대선 전에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2012년 대선 전 조사한 안철수 지지자 표심 이동 현황. 출처:동아일보


언론과 설문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안 후보의 지지자의 20~25% 정도가 문재인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었습니다. 즉, 원래 이런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에 단순히 안 후보 지지자 20%가 문재인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으니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느냐를 봐야 합니다. 한국정당학회 세미나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 30~50세 여성이 안철수 지지에서 박근혜 투표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8대 대선 특징 중의 하나가 강원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의 투표율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 후보 지지자 중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던 서울,인천,경기를 보더라도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조금씩 높았습니다.

인천 투표율을 보면 남성의 투표율이 전국에서 제일 낮았는데, 이는 18대 대선에서 여성의 표심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20%가 문재인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다는 사실은 원래부터 여성 유권자가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모습에서 찾아봐야 합니다.결국 문재인 후보가 30대~50대의 수도권에 사는 여성 유권자를 향한 선거 전략이 불충분했음을 보여줬습니다.

과거 남편을 따라 그저 투표했던 여성들이 여성 정치인들의 부상과 함께 그들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정치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여성들도 굉장히 중요한 표심의 하나로 완전히 바뀐 시대라는 뜻입니다.

' 대선 정보, 진보는 SNS, 보수는 TV'

대선이 끝나고 대안언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언론이 대선 기간에 보여줬던 편파적인 보도와 매체 간의 불균형한 시청자 비율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 지지자별로 대선 정보를 얻었던 매체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습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지지자는 TV 공중파를 65.9% 문재인 지지자는 62.7%를 시청했습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차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종편으로 가면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박근혜 지지자는 종편을 22.2% 시청했지만, 문재인 지지자는 13%만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권자 대부분은 공중파 방송 3사를 시청했지만, 종편은 박근혜 지지자와 문재인 후보 지지자 간의 차이를 보였고, 이는 종편이 대선에서 어떤 지지층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 - 대선으로 재미 본 '종편' 어찌하오리까

종편을 그냥 무시하기보다 그들이 선거철만 되면 선거 정보에 궁금한 유권자의 필요를 채워줬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보수는 TV, 진보는 인터넷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됐던 선거가 지난 18대 대선이었습니다. 박근혜 지지자는 인터넷 방송을 4.1% 시청한 반면에 문재인 지지자는 15.6%나 인터넷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거의 듣지 않는 라디오 방송의 격차도 박근혜 지지자가 훨씬 높았습니다.

이런 수치를 놓고 보면 진보는 SNS, 보수는 TV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점점 보수 쪽도 대선에서 인터넷과 SNS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통해 방송에 나오는 대선 정보+인터넷을 모두 가동한 보수가 점점 더 유리해지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대안언론이 자꾸 나오고 있지만, 대안언론이 과연 다음 대선까지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고, 이는 진보 진영에서 지금 어느 부분에 주목하고 힘을 기울여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끝날 수 없는 야권단일화의 필요성'

'아이엠피터'는 대선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한 글을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제기됐던 패배론,책임론보다 중요한 것이 유권자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본적으로 4:3:3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을 무조건 찍는 사람이 4, 그들을 반대하는 야당쪽이 3. 이도 저도 아닌 유권자가 3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원칙을 놓고 보면 어느 선거나 중도 유권자의 3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자의 대부분이 중도층 3이라고 본다면 결론적으로 새누리당 4를 이기기 위해서는 3:3이 합쳐져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지지유세, 출처:국민일보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현재 허준영 새누리당, 김지선 진보정의당,정태홍 통합진보당,무소속 안철수 후보입니다. 현재 안철수 후보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1,2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지만, 이동섭 민주당 지역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노원병 보궐선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정치] - '안철수의 귀환' 하지만 노원병 당선 가능성은 글쎄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좋은 후보가 나와도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이 4, 정치적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3이 있는 상황에서는 선거가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결선투표제'이지만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소위 '친노'입니다. 물론 친노의 패권주의가 아니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정치적 사상만 좋아하는 사람이지, 계파주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를 그리 많이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안철수 후보의 단점이 보인다 해도 '새누리당'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새누리당을 이길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모색해야 합니다.

▲조선일보의 노원병 선거 예측 여론조사. 출처:조선일보


조선일보는 4월1일 오늘 아침 노원병 재보궐선거 기사 제목을 ' 문재인이 지원 땐...안철수 지지 오히려 5%P 하락'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면 새누리당 지지자 중 안철수에 투표하려던 사람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기사입니다.

이처럼 보수진영은 어떻게 하든 반새누리당이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왜곡이나 편파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반새누리당 세력이 함께 가야만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안철수 지지자가 단순히 문재인 후보에 투표하지 않고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오히려 안 후보가 떨어진다는 부분도 그리 설득력은 없습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새누리당 세력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매끄러우면서도 지지자 모두를 안고 갈 수 있는 정치적 변화를 후보와 정당 모두가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는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힘을 합치거나 합의가 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에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면 그 힘은 엄청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 대선에서 깨달았으니, 이제 조금씩 서로 다른 지지자들이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며 깨닫고 노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