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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개성공단 인질 '특전사 구출' 시나리오,가능할까?



북한이 4월3일 개성공단 근로자의 서울 입경은 허용하고 있지만, 개성공단 출입은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위협을 한 지 4일만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에 필요한 출입경 승인 통보를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는 남측 근로자 484명과 차량 371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측 근로자 861명과 외국인 근로자 7명 등 모두 868명이 머물고 있으며, 조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위협과 개성공단 출입을 승인하지 않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3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앞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민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만약 사태기 생기면 군사 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과 국방부 군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면 개성공단에 인질 사태가 발생하면 특전사를 통해 구출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발언과 작전은 실효성이 굉장히 낮으면서 위험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인질 구출 작전'

우리가 영화와 인질 구출 작전 성공 사례만 봐서 인질이 억류되어 있을 때, 쉽게 구출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인질 구출 작전은 위험하면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작전 중의 하나입니다.

적지를 타격하거나 폭파하는 작전은 최후의 수단으로 동귀어진처럼 자기 목숨을 바쳐 작전을 수행하면 되지만, '인질 구출'이 목적인 경우 전투를 벌이면서 인질을 구출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엔테베 구출작전과 뮌헨올림픽 '검은9월단'을 다룬 영화.


인질 구출 작전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작전이 '엔테베 구출작전'입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한 에어프랑스 139 항공기 승객 248명과 승객 12명이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소속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 기착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육군 최정예인 제35공수여단과 특수부대 ‘사이렛 매트칼(Sayeret Matkal)’ 등에서 선발한 대원으로 특공대를 조직해 1분45초 만에 테러범을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합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이스라엘 선수촌에 '검은 9월단' 팔레스타인 무장 게릴라들이 난입하여 11명의 인질을 잡았고, 서독경찰의 어설픈 작전으로 인질 9명 전원 (2명은 이미 살해) 경찰관 1명, 범인 5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실패로 끝납니다.

▲바슬란 초등학교에 폭탄을 설치하며 어린 학생들을 인질로 삼은 체첸 무장괴한 (위) 러시아 특수부대 (아래 왼쪽) 진압작전 중에 희생된 민간인 시신 (아래 오른쪽)


2004년 북오세티아 공화국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 체첸 반군 무장괴한 30명이 1,128명의 학생과 교사,주민 등을 인질로 삼고 러시아 특수부대, 경찰과 대치를 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8시간에 걸친 치열한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지만, 어린이 186명을 포함 민간인 334명과 인질범 3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이 사건으로 69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40명의 어린아이들이 아직도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질 구출 작전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을 다룬 영화 '아르고'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는 팔레비 왕의 소환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 난입하여 점거, 미국인 50여명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를 다룬 영화 '아르고'를 보면 영화 촬영을 하면서 일부 인질을 구출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인질은 1981년 1월까지 무려 444일 동안 억류됩니다.

영화와 다르게 실제 미국은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 억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이란 사막에 기지를 설치하고 RH-53D 시 스탤리온 헬기를 동원한  작전명 '독수리 발톱 작전 (Operation Eagle Claw)' 인질 구출작전을 벌입니다. 그러나 기지가 발각당하고 모래바람에 헬리콥터가 고장 나서 구출작전을 펼치기도 전에 철수하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미군 8명만 사망합니다. 결국, 나중에 협상을 통해 인질이 풀려나기는 했습니다.

이처럼 인질 구출 작전은 영화처럼 멋지게 끝날 수도 있지만, 인질이 사망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을만큼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질 구출 작전은 치밀한 작전과 실제 모형을 토대로 하는 가상 훈련, 외교적인 지원과 협상 등이 합쳐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개성공단 구출 작전은 특전사와 미군이 합쳐도 불가능'

국방부는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억류될 경우, 한.미 연합으로 '인질 구출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파치 헬기와 특수작전용 MH-47,MH-60 헬기를 이용해 특전사 707특임대와 미군이 지원하여 개성공단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이 시나리오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868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질 때문입니다. 인질이 소수인 경우 기습작전을 펼쳐 충분히 가능하지만, 868명을 안전한 지대로 구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인질 수송용 헬기와 수십 대의 버스를 동원해야 하는데, 이런 작전은 거의 실패합니다.

▲페루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사건은 현장에 있던 카메라로 생생하게 중계되기도 했다. 출처:MBC 뉴스


물론 1996년 일어난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처럼 7백여명의 인질을 상대로 펼친 구출 작전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1996년 12월 17일 아키히토 일본 천황의 생일을 축하 파티가 일본에서 열렸는데, MRTA라는 무장 게릴라 14명이 대사관에 있던 각국 외교관 7백여명을 인질로 잡습니다.(이중에는 한국 대사 이원영씨도 포함)

페루 당국은 많은 인질 때문에 즉각적인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지 않고 협상을 통해 일부 인질이 풀려나도록 노력하면서 도청기와 무선 송신기 등을 대사관 안으로 반입하며 대사관과 동일한 모형 세트에서 특수 부대를 훈련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땅굴을 파서 통로를 확보하며 작전명 "차빈 드 완타르"(지하 땅굴에 있는 유적 이름)를 감행합니다. 이 작전으로 인질범 14명이 전원 사살됐고, 인질 1명, 특공대원 2명이 사망하는 등의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구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질범의 규모를 처음 7백명에서 72명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적지가 아닌 페루 내에서 벌였기 때문에 장기간 땅굴을 파는 등의 치밀한 구출 작전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즉 최소의 인원이라면 특전사 707특임대가 침투하고 미군이 엄호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구출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인질이 억류된다면 개성공단 인질 구출 시나리오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개성공단에 숨어 있는 군사적 의미'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억류됐을 경우 대규모 인질 때문에 구출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미군의 막강한 화력으로 개성을 점령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모합니다.

▲개성공단에 있던 북한군 위치를 표시한 위성사진.


2003년 12월 착공됐던 개성공단은 원래 2군단 6사단이 주둔했던 지역입니다. 개성 시가지를 포함해 이 지역을 관할하는 인민군 부대는 2군단 6사단. 크게 4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연대, 탱크대대와 경보병대대입니다. 이들이 주둔했던 지역이 지금의 개성공단 자리입니다.

북한군이 개성공단이 생겼다고 멀리 간 것이 아닙니다. 개성공단 후방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즉각적으로 개성공단에 투입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개성은 주변으로 북한 인민군 5개 사단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개성 주변에 많은 병력을 배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울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돌파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입니다. 이는 개성공단이 북한군의 남한 침략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전 당시 개성,문산 전투를 담당했던 한국군 1사단 전투 지도와 현재 북한 지상군 배치도


개성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의 하나입니다. 유사시 인민군 지상전력이 가장 빠르게 수도 서울로 내려오는 이동경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판문점을 사이에 두고 개성,문산 지역은 한반도 전체에서 군사전력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이유로 개성공단이 처음에 생길 때 북한 병력이 북상한다는 사실만으로 수도 서울에 대한 방어가 손쉬워졌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였습니다.물론 어떤 이들은 개성공단을 만들면서 수도 서울까지의 거리가 더 빨라졌다는 위험성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말은 개성공단이 어떤 군사적 완충지대로의 역할을 할 때에는 전쟁의 위험성이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더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현재 개성공단 주변은 위장한 무장군인들이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도 혹시 모를 개성공단에 대한 공격을 미리 인지하고 있으며, 인민군을 전진 배치하고 경계중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북한군을 개성공단으로 이동한다면 전면전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인질로 억류될 경우 대규모 구출 작전을 벌인다면 전면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2일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방장관,류길재 통일부 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안보장관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라며 "외교,군사적 억지력으로 북 도발을 못하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문제는 지금 외교적인 채널도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군사적 압박은 그리 효용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미사일 발사,장거리 사정포 등의 군사적 위험을 높이지만 한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이 안다면 그저 말뿐이 아니라 대북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적지에서 벌이는 작전의 위험성은 높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인질 구출 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겠다는 강경책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북 외교 협상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